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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168]
아버지 없이 자란 아이, 리더될 수 있나?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1/07/05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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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대학교 명예교수/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장    ©화성신문

제42대 미국 대통령을 지낸 빌 클린턴은 ‘클린턴’으로 태어나지 않았다. 그의 생부 윌리엄 제퍼슨 블라이드 주니어는 빌이 태어나기 전에 교통사고로 사망했고, 생모가 그가 8살 때 로저 클린턴이라는 사람과 재혼을 했다. 이때부터 빌은 이 계부의 이름을 따라 ‘클린턴’이 된 것이다. 그런데 로저 클린턴은 제대로 된 아버지가 아니었다. 그는 알코올 중독자였으며 가정폭력을 일삼는 사람이었다. 빌 클린턴은 새아버지와 상당한 갈등을 겪었으며, 인생의 쓴맛을 일찍부터 맛보기 시작했다.

 

빌 클린턴처럼 40대에 대통령이 된 버락 오바마. 그는 빌 클린턴과는 16년 차이로 미국 대통령이 되었는데 빌 클린턴과 비슷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오바마는 영국계 미국인 어머니와 케냐 출신의 유학생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부모는 평온한 가정을 꾸리지 못했다. 오바마가 2살 때 부모는 별거를 시작했고 결국 이혼했으며, 아버지는 케냐로 돌아갔다. 그리고 아버지는 평생 딱 한번 성인이 된 오바마를 보았을 뿐이다. 오바마 어머니는 나중에 인도네시아인과 재혼을 하게 되어 오바마는 6살부터 10살까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학교를 다녀야 했다. 그리고 10대에는 하와이로 다시 와 외조부 밑에서 자랐다.

 

빌 클린턴이나 버락 오바마 같이 저명한 리더 중에는 어린 시절을 불우하게 보낸 사람들이 많다. 특히 아버지가 없이 편모슬하에서 자라거나, 아버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아버지와의 관계가 안 좋은 경우가 많다. 한 연구에 의하면 영국의 정치지도자 중 60%가 어렸을 때 부모 중 한 명을 잃었는데, 부모 중에도 아버지를 잃은 경우가 많았다.

 

부모가 온전히 있고 화목한 가정에서 자라는 것은 행운이다. 아버지로부터는 남성성을, 어머니로부터는 여성성을 배우면서 온전한 인격을 갖출 수가 있다. 그러나 인간을 단련시키고 보다 큰 인물로 성장시키는 것은 이런 순한 환경이 아니다. 오히려 역경이 인간의 그릇을 키우는 것이다. 아버지 없이 자란 아이, 특히 아버지 없이 자란 남자 아이는 어떤 경험을 하게 될까? 일찍부터 아버지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독립적으로 결정을 해야 하고, 가족에 대한 책임감도 발휘해야 한다. 그리고 일찍이 사람들과 관계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다른 사람의 도움도 받을 줄 알아야 하고, 심지어는 협상을 할 줄도 알아야 한다. 또래 아이들보다 더 많은 도전을 해야 하고 더 많은 실패를 겪어야 한다. 그리고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용기를 길러야 하는 것이다. 때로는 남들의 조롱과 멸시까지도 감내해야 한다. 평범하고, 유복한 가정에서 자랐다면 도저히 맛볼 수 없는 인생의 쓴맛, 인생의 정수를 어릴 때부터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것이다. 어릴 때 얻은 이런 자질이 어른이 되어 리더십을 발휘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처칠도 “유명한 인물들은 대체로 불행한 어린 시절의 산물이다.”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이런 역경을 겪은 아이들이 모두 건전한 리더가 되는 것은 아니다. 많은 아이들은 과중한 역경을 이겨내지 못하고 좌절하고 만다. 무능한 자로 전락하거나 반항아가 된다. 그러나 일부 아이들은 자신을 갈고 닦으면서 주류가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창조하거나 인간의 근본적인 욕구를 간파하여 추종자를 만든다. 오히려 자신의 역경을 발전의 기반으로 삼고 자신의 약점을 도약의 기회로 만드는 것이다. 인간의 성장은 개인의 타고난 내적 기질과 주어진 환경과의 적절하고 절묘한 상호작용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100% 역경만 존재한다면, 이를 감당해 낼 아이가 얼마나 되겠는가. 역경을 이겨내고 성공한 아이들은 비록 아버지가 없거나 아버지와의 사이가 안 좋더라도 그 아이를 지지하고 믿어주는 결정적인 사람이 곁에 있다. 대체로 어머니가 그 역할을 해주고, 더러는 이모나 조부모가 한다. “나는 너를 무조건적으로 믿는다.”고 하는 사람이 한 사람만 있어도 그 아이는 온갖 역경을 이겨낸다고 한다. 이것이 인간의 사회성이고 또 인간의 강인함이 아닐까. 

 

요즘은 이혼 가족도 많고, 싱글맘들이 육아를 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고 전혀 꿀릴 필요가 없다. 이런 상황이라도 당당하게 아이를 대해야 한다. 엄마가 할 일은 엄마로서 아이의 인생을 절대적으로 지지하는 것이다. 아빠 없는 상황을 개척하는 것은 아이 몫으로 인정하면 된다. 아버지가 건재하고 있는 가정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아이를 아빠의 그늘 속에 가두는 것은 아닌지 걱정해야 한다. 아이를 독립된 인격체로 인정하고, 그래서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결과를 맛보는 직접 경험을 많이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한다. 아이를 제대로 된 리더로 기르려면 말이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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