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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 교수의 Leadership Inside 169]
나이퀴스트 효과를 아시나요?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1/07/12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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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대학교 명예교수/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장     ©화성신문

미국의 통신회사 AT&T의 연구소로 출발한 벨연구소는 단순한 민간연구소라 할 수 없을 정도로 탁월한 업적을 낸 싱크탱크이다. 이 연구소 출신 노벨상수상자가 10명이 넘는다. 정보화 사회를 가능하게 한 트랜지스터의 발명으로 1947년 노벨상을 받은 세 명의 물리학자로부터 시작하여 2009년 CCD(Charge Coupled Device, 전하결합소자) 개발로 노벨상을 수상한 2명의 과학자에 이르기까지 물리학과 화학분야에서 선도적인 업적을 기록한 인재들이 많은 곳이  이곳이다.

 

이 연구소가 전성기를 구가할 때 경영진은 우수한 연구진 중에서도 특히 우수한 연구진 10명을 추려 그들 우수성의 공동적 특성이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했다. 전문성일까, 학업 배경일까, 아니면 어릴 적 가정환경일까? 그런데 놀랍게도 이런 멋진 요인과는 거리가 먼 이상한 습관 하나를 발견했다. 이 10명의 우수 연구자들은 벨연구소 카페테리아에서 어떤 한 사람과 점심을 자주 한다는 사실 말이다. 그 사람의 이름은 해리 나이퀴스트(Harry Nyquist, 1889-1976)였다. 

 

나이퀴스트도 훌륭한 과학자였다. 전기통신과 궤환 증폭 부문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결코 자신을 드러내는 사람이 아니었으며 자신의 성과 보다는 남의 성과를 높여주는 사람이었다. 스웨덴의 작은 농가에서 자란 그는 온화하고 따뜻한 심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다른 과학자들이 그에게서 아버지 같은 온기를 느끼며 함께 이야기 나누길 좋아했다. 그런데 그는 그냥 들어주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넘치는 호기심으로 다양한 질문을 던졌으며, 박식한 지식으로 아이디어를 제안하기도 했다. 나이퀴스트는 상대방이 뭘 하고 있는지 포착한 다음, 새로운 아이디어를 던지고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이거 한번 해 보는 게 어때요?” 나이퀴스트는 노련한 소통가였으며, 훌륭한 리더였다. 

 

조직전문가 다니엘 코일(Daniel Coyle)은 그의 책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웅진지식하우스, 2018)에서 나이퀴스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훌륭한 팀에는 훌륭한 구성원이 있지만, 이 구성원보다 중요한 사람이 나이퀴스트와 같이 구성원을 엮어주고, 그들에게 지적 자극을 주며 의욕을 북돋아주는 중간자라는 것이다. 한 조직이 탁월한 성과를 내는 것은 바로 이 사람들 덕분이라 할 수 있다. 이게 바로 ‘나이퀴스트 효과’이다.

 

어느 조직에나 나이퀴스트를 가질 수 있다. 따뜻한 성품을 지녔으면서도 날카로운 호기심도 숨기지 않는 그런 사람 말이다.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면서도, 허점을 깨우치고 전진하게 하는 그런 사람 말이다. 귀하의 조직에는 그런 나이퀴스트가 있는가? 조직에 좋은 문화를 전파하는  나이퀴스트를 양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반적으로 그런 사람은 조직의 장이 아니다. 조직의 장은 아무래도 어려운 사람이고 또 평가를 하고 책임을 지는 사람이기 때문에 대화 나누는 것도 조심스럽다. 이런저런 문제가 있다고 하면, 진짜로 문제가 되어버릴 수도 있다. 그리고 조직의 장이 “이거 한번 해보는 게 어때요?”하면 자칫 지시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나이퀴스트는 어디까지나 개인에게 단순한 조언을 주는 사람이고 또 코칭을 하는 사람일 뿐이다. 권한을 행사하는 사람이 결코 아니다.

 

과거에 장을 했던 사람이거나, 시니어로서 특별한 직책이 없는 사람이면 좋겠다. 정말 아버지(사실은 아버지보다는 어머니) 같거나, 큰 형 같은 사람 말이다. 아무 이야기를 해도 안전한 그런 사람 말이다. 또 그런 분들은 일에 대한 경험이 많기 때문에 맥을 잘 짚어줄 수 있고, 맞춤형 조언을 해줄 수도 있다.

 

조직에 따라서는 나이퀴스트 같은 역할을 공식적으로 만들어주기도 한다. 바로 멘토링 제도가 그것이다. 신입사원을 적응시키거나 우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이들을 선배사원들과 엮어주는 제도이다. 그러나 이런 인위적인 방법은 한계가 있다. 회사가 주도적으로 하면 아무래도 형식적으로 흐르기 쉽다. 자연스럽게 서로 조언과 격려를 주고받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것이 최상이다. 다만 회사에서는 자연스럽게 다양한 사람들이 만나고 대화할 수 있도록 장애를 제거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공간적인 장애가 될 수도 있고, 시간적 장애도 될 수 있고, 단지 분위기 상의 장애도 될 수 있다. 조직의 장이 할 수 있는 일은 은근히 이런 소통의 분위기를 부추기는 것뿐이다.

 

리더십은 조직의 장만 발휘하는 것이 아니다. 리더라고 내놓지 않고 발휘하는 리더십, 조언이라고 느끼지 않게 하는 조언이 조직에 풍성할 때, 최고의 조직이 되는 것이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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