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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신문의 전문가 칼럼 화성춘추 (華城春秋) 109]
조현병, 그것이 알고 싶다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1/07/19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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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준희화성시정신건강복지센터장     ©화성신문

최근 들어 조현병과 관련한 안타까운 소식들이 자주 들린다. 5월에는 경기도 남양주에서 벌어진 부친 살해 사건, 지난 4월에는 경상북도 포항에서 70대 아버지가 조현병을 앓는 딸을 살해한 사건이 벌어졌다. 한 사건은 조현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가해자였고, 다른 한 사건은 조현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피해자였다. 두 사건은 모두 가족 내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이러한 사건들이 벌어지면 대중들은 조현병에 대한 두려움이 커진다. 하지만 조현병은 매우 흔한 병이다. 조현병은 인구 100명 중 1명꼴로 발생한다는 것이 학계의 주장이다. 아파트 1개 동에만 해도 3~400명 정도가 산다고 보면 그 중 3~4명은 조현병을 앓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생각보다 흔한 병이라고 할 수 있다.

 

조현병 환자가 있다고 해서 끔찍한 사건이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조현병을 가진 사람들의 범죄율은 비장애인에 비해 높지 않다. 다만 이들의 재범률은 높은 편이다. 조현병은 대개 10대에서 30대에 젊은 시기에 주로 발병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환청, 망상, 이상한 행동과 주장을 하는 등 사람의 지각, 사고, 행동, 인지, 인격의 전 측면에 영향을 끼치고 나타나는 대표적인 정신질환이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정신분열병으로 불리기도 했다. 

 

전국에는 약 50만 명의 조현병을 가진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보통 4인을 1가구로 본다면 조현병을 가진 가족을 둔 사람들은 200만 명 정도 된다. 실감이 잘 나지 않을 것이다. 화성시만 해도 9000명이 조현병을 갖고 있으며, 3만6000여 명의 가족들이 살아가고 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렇게 조현병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데 우리 눈에 쉽게 띄지 않는지 의심이 들 수 있다. 그렇다. 조현병을 앓으면 가정생활, 직장생활, 대인관계도 못하고 정신병원에 갇혀서 평생을 살아가다가 어쩌다 퇴원을 해서 사람들을 해치고 사회적 혼란을 야기시킨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오해다. 조현병을 갖고 있어도 충분히 사회생활을 하며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조현병은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게 될 경우 사회생활로 복귀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질환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조현병 환자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심하다. 오래전부터 고착된 사회적 문화적 편견 때문이다. 그래서 조현병 환자를 사회적으로 격리하고 싶어한다. 그러다 보니 강제적으로 입원하는 경우가 70%이상 높고, 입원을 하게 되면 평균 10개월 이상 입원을 한다. 점점 사회와 단절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조현병은 뇌의 신경전달물질의 이상에서 발생하는 뇌질환으로 의학계에서는 오래전부터 인정하고 있었지만 조현병을 정신 장애인으로 정식으로 인정받은 것도 10년 남짓되었을 뿐이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발생할 수 있는 장애이기 때문에 사회는 이들을 배려하고 장애를 통해 발생하는 차별을 없애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만 사회적 시스템이 부족하다. 그러다보니 조현병을 앓게 되면 적극적으로 치료하기보다는 수치스러워하고 부끄러워하고 격리시키려고만 한다.

 

가족들의 고통도 커서 경제적으로 점점 나빠지고 가족 간의 갈등도 심화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조현병 환자의 경우 다른 질병에 비해서 사회적 입원이라고 불리는 격리를 위한 입원도 상당히 많은 편이다. 

 

이러다 보니 이웃이나 친척 등 주변 사람들에게 가족들의 심리정서적 고통을 호소하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여있게 된다. 결국 숨기게 되는 병이 되다 보니 치료가 더디게 되고 병이 악화되면서 끔찍한 사고가 벌어지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나라는 이제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이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칭찬받는 방역시스템과 보건의료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그리고 복지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선진적 사회시스템 속에서 여전히 조현병을 가진 사람들과 가족에 대한 시스템은 20년은 뒤쳐져 있는 것 같다.

 

나의 가족이 조현병을 갖고 있거나 내 주변에 조현병으로 고통 받는 이웃과 친척이 있다면 가까운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찾아가 보자. 전국 모든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조현병을 가진 사람을 돕는 전문가들을 만나보자. 정부는 올 2월에 온국민마음건강계획을 수립해 조현병을 비롯한 국민들의 정신건강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대책을 힘차게 추진하고 있다. 

 

badworke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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