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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고재윤 대한전문건설협회 경기도회 화성시협의회 회장
“전문건설, 삼중고 사중고로 생사 갈림길 놓여”
정부 추진 건설산업체계개편, 반년 만에 물량 30% 종합으로 넘어가
원자재 가격 상승, 주 52시간 근무제 등 업계 발전 발목 잡아
 
김중근 기자 기사입력 :  2021/08/12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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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재윤 대한전문건설협회 경기도회 화성시협의회 회장이 전문건설업계의 애로사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전문건설업체들이 정부의 건설산업체계개편 정책과 원자재 가격 상승, 최저임금 상승 등으로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도는 100억 원 이하 발주금액에 대해 현행 표준품셈이 아닌 표준시장 단가 적용을 시도하고 있다. 건설업체들은 경기도의 이런 시도에 대해 공사금액 하락과 이에 따른 품질 저하를 초래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일선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한전문건설협회 경기도회 화성시협의회 고재윤 회장(우신건업대표)은 전문건설업 종사자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산세로 경제가 크게 위축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저희 건설업계 또한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습니다. 건설업계를 둘러싼 환경이 점점 더 열악해지고 있어 전문건설업체들의 앞날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고재윤 회장은 전문건설업계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건설산업체계개편을 꼽았다.

 

금년부터 상호 시장 진출이라는 명분으로 건설산업체계개편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정책의 취지는 전문건설업과 종합건설업의 영역 구분을 없애고 공정한 입찰경쟁으로 상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정책으로 인해 종합건설업계로의 수주 쏠림현상이 빚어지고 있어요. 저희 전문건설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 상황입니다. 종합건설업체의 싹쓸이 수주 우려가 현실이 된 것입니다.”

 

종합건설업체는 전문건설 시장에 쉽게 진입할 수 있는 반면, 전문건설업체는 자본금 규모와 기술자 보유, 해당 공종의 면허 확보, 부채 비율 등 여러 가지 까다로운 제약조건으로 인해 종합건설시장에 쉽게 뛰어들 수 없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전문건설의 종합건설 하도급화 현상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영역 구분 없애기를 통한 공정한 경쟁입찰은 취지는 좋지만 전문건설업계에는 득보다 실이 훨씬 크다.

 

건설산업체계개편 이전에는 10억 원 미만 공사 입찰에는 종합건설이 참여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2억 원 이상이면 종합건설에서 입찰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정책 시행 7개월 만에 기존 전문건설 물량의 30% 이상이 종합건설로 넘어간 상태다.

 

기존에 전문건설로 발주돼야 할 공사에 종합건설이 참여하면서 전문건설 물량의 30% 가량을 종합에 내주고 있는 현실입니다. 건설공사를 더 세분화하고 전문성을 강화해서 업체 간 경쟁을 유도하고, 이에 따라 성실 시공과 시공 품질을 보장해야 합니다. 어떤 분야든 그 분야에 전문성이 있어야 하잖아요. 빵을 맛있게 잘 만드는 사람은 빵만 만들고, 만두를 맛나게 빚는 사람은 만두만 빚는 것처럼요. 건설공사도 그렇게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종합이 싹쓸이함으로써 전문은 하도급에 의존하는 상황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영세한 전문건설업계는 생사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고재윤 회장은 건설산업체계개편 이외에 전문건설업계를 생사의 갈림길로 내모는 메가톤급 악재로 철강과 알루미늄, 스테인리스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을 꼽았다.

 

철강 원자재 가격이 100%가 넘게 상승했어요. 철근 가격이 지난해 101600, 650원 하던 게 지금은 1400원 합니다. 기 수주한 하도급 공사를 진행할 경우 막대한 손실이 발생함에 따라 공사를 포기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비철인 알루미늄도 30% 정도 올랐고, 동과 스테인리스도 가격이 덩달아 올랐어요. 전문건설업체들이 큰 손실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고 회장은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 52시간 근무제, 내년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도 전문건설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는 요인이라고 하소연했다.

 

최근 몇 년 동안 급격히 상승한 최저임금제, 52시간 근무제, 8월부터 시행되는 대체공휴일도 저희 전문건설업계 종사자들에게는 큰 부담입니다. 근무시간이 줄어든다고 급여를 내릴 수는 없잖아요. 30년 동안 회사를 운영해왔지만 올해처럼 힘든 해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도 저희 같은 중소기업에게는 큰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자칫하면 범법자가 될 수 있으니까요.”

 

이렇게 하소연을 늘어놓은 고 회장은 전문건설업계에 또 하나의 메가톤급 폭탄이 될 표준시장 단가 적용에 대해서도 볼멘소리를 했다.

 

경기도에서 100억 원 이하 발주금액에 대해 표준시장 단가를 적용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경기도지사가 지난 6월 경기도의회 건설교통위원회 의원들에게 표준시장 단가 조례 개정안 처리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합니다. 상위법에서는 중소기업 보호 차원에서 100억 원 이하 발주공사에 대해서는 표준시장 단가적용을 배제하고 있습니다.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에서 유독 경기도에서만 이 제도를 실시하려고 합니다. 지난 6월에는 해당상임위원회에 상정돼 표결에 부쳐졌으나 다행히도 부결되었습니다. 하반기에 재상정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현행 표준품셈을 기준으로 한 설계에 비해 표준시장 단가를 적용해 설계하면 15% 정도의 공사금액이 낮게 책정되어 건설업계에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설계금액 하향은 경영 악화와 공사의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래저래 걱정이 태산입니다.”

 

고재윤 회장은 1960년생이다. ‘바르게 살자를 좌우명으로 삼고 살아왔다. 인터뷰 말미에 전문건설협회 회원사들에게 어려운 시기를 지혜롭게 잘 버텨 달라고 당부했다.

 

김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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