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장애나 ADHD, 혹은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의 부모는 치료를 위해 다방면으로 방법을 찾기 마련이다. 그러나 여러 가지 방법을 적용해 봐도 확실한 효과를 보지 못하고 부모의 애만 태우기 일쑤다. 내 마음도 몰라주고 엉뚱한 일을 저지르는 아이를 보고 있으면 안타까운 마음과 섭섭한 마음, 비통한 마음이 교차한다. 푸른나무한의원 지윤채 원장은 이런 부모들에게 롤모델로 통한다.
푸른나무한의원 지윤채 원장은 발달장애 아들을 둔 한의사 엄마이다. 발달장애 1급(자폐증)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를 치료하기 위해 좋은 환경을 찾아 국내, 국외로 이사도 다니고, 병원 치료가 별 효과를 보이지 않자 남편과 직접 아이를 치료하기로 결심했다. 지 원장은 가정에서 시도할 수 있는 한의학적 방법에 집중하며 틱, ADHD, 발달장애를 전문적으로 연구ㆍ치료했다. 특히 지압과 마사지를 연구, 30년 가까이 아이에게 꾸준히 시도해 큰 효과를 보았다.
생명공학을 전공했던 남편 석인수 씨는 아들의 병을 직접 고치기 위해 35세에 대구대학교 특수교육대학원에 입학해 공부하며 대학원에서 배운 최신 특수교육법을 아들에게 빨리 적용해 보고 싶어 1학기 입학하자마자 발달장애 아동의 사회성 향상을 위한 연구소 ‘해바라기와 나팔꽃’을 개설했다. 이후 아이와 함께 등산을 다니고 자전거를 가르치고 운동을 함께하며 특수교육 프로그램과 두뇌교육 프로그램으로 아이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었다.
이런 부모의 노력에 힘입어 아이는 부천 가톨릭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 후 올해 서강대학교 컴퓨터공학 석사를 졸업했다. AI 진로적성검사 앱을 개발하고, 자신의 치료 경험을 담아 가정에서 쉽게 할 수 있는 특수교육 프로그램 Brain Beat를 개발해 조만간 특허를 신청할 계획이다. 자폐증을 극복하고 훌륭한 청년으로 성장한 것이다. 아들에 대해 설명할 때 지 원장의 말투에는 뿌듯함, 대견스러움, 사랑스러움이 듬뿍 담겨 있다.
지 원장은 28년간의 임상을 통해 정리한 불안, 우울, 강박을 스스로 이겨낼 수 있는 셀프 치료법을 소개한 ‘불안 우울 강박 스스로 벗어나기’와 발달장애 아들을 키우면서 시도하고 검증한 가정 내 치료법을 담은 ‘틱 증상, ADHD, 발달가정에서 치료하기’ 등 두 권의 책을 썼다. 본인의 경험이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가정에서 따라하기 쉽게 구성했다.
푸른나무한의원 병점에 개원
푸른나무한의원은 지난 4월 5일 병점 메트로프라자에 개원했다. 들어서자마자 여느 한의원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일반적인 한의원보다 밝고 쾌적하고 여유가 있는 모습이다. 푸른나무한의원은 소아·아동·청소년들의 자폐스펙트럼이나 아스퍼거 증후군, ADHD, ADD, 학습 장애, 학습 부진, 불안 장애, 강박증, 우울증, 그리고 20대 공황장애 등 정신신경과 계통을 전문으로 상담, 치료하고 있다.
하이톤의 밝고 명랑한 웃음을 짓는 지 원장은 “푸른나무한의원은 일반 한의원보다 오래 이야기를 들어주고, 상담해 주고, 응급 상태에서 빨리 진정시킬 수 있는 개인적인 셀프 지압법, EMDR, ETF 등의 방법을 가르쳐 줘요. 공황장애의 경우, 불안하니까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심장 박동이 빨라지니까 또 불안한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빨리 끊고 진정시킬 수 있는 방법들을 알려주는 것이지요. 이렇게 내가 배웠던 것들을 다 가르쳐 줘요”라며 푸른나무한의원의 특징을 설명했다.
지 원장은 젊은 시절, 본인의 문제와 자폐 1급인 아들의 문제 등으로 심하게 고민하면서 불안 장애, 강박증, 불면증이 생겨 오랫동안 고생했다. 셀프 지압법, EMDR, EFT 등은 이를 고치기 위해 대구에서 주말마다 서울로 올라와 배웠던 지식들이다. 정신장애를 가진 자녀들을 둔 부모들의 마음의 고통을 잘 알고 있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것은 다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서 내방한 부모들에게 아낌없이 가르쳐 주며, 가정에서 쉽게 지속적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치료, 지압, 마사지 장면들을 동영상으로 촬영할 수 있게 배려한다.
푸른나무한의원에서의 진료 시간은 보통 30분에서 1시간가량 걸린다. 체질 검사·자율신경 검사를 하고, 자세하게 이야기 듣고, 많이 가르쳐 주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 예약제로 운영한다. 모든 문제의 근원은 부모들에게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부모들에게 잔소리 같은 교육을 많이 하는 편이라며 깔깔깔 웃는다. 지 원장은 전문가의 치료 못지않게 가정에서의 치료도 중요하기 때문에 부모와 아이가 함께해야 치료가 효과적이라고 얘기한다.
근래에는 지 원장이 쓴 책을 보고 해외에서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다. “이번 주에 스위스에서 찾아온 사람은, 캐나다에서 스위스 남자를 만나서 결혼하고 스위스에 살고 있어요. 아이가 자폐스펙트럼으로 예약을 하고 왔는데, 아이를 만질 때의 태도, 아이의 어디를 만져주면 더 좋은지, 또 아이를 만질 때 어떤 자세가 좋은지를 상세히 가르쳐 줘요. 한 번 배우면 평생 써먹잖아요”라며 “불안장애가 높은 아이들은 엄마가 많이 웃어서 아이의 긴장을 풀어주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으로, 아이를 안아주고 만져주는 것과 웃음이 크로스 되면 아이의 불안감이 확 줄어들어요”라고 설명하며 또 깔깔깔 하이톤으로 웃는다. 부모들에게 교육을 하면서 지 원장의 웃는 모습도 영상에 찍어가도록 해서 부모들이 이 웃음 소리를 따라하도록 가르친단다.
이렇게 가르치고, 치료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 부모들이 교육받고 집에 가서 따라 할 수 있도록 한다. 특히 외국에서 오는 부모들은 자주 올 수 없으니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열심히 하나하나 녹화한다. 지 원장이 부모를 가르치고, 부모가 아이에게 해 주는 것을 영상 촬영하면서 교육하는데 부모들이 무척 좋아한다.
지 원장은 병점이 경기남부의 중심으로 경기남부 여러 곳에서의 접근성이 좋아서, 앞으로 이 근처에 전원주택을 짓고 살면서 완전히 터를 잡을 생각이라고 한다.
발달장애 아들 치료 노하우
자폐 1급의 발달장애를 가진 아들이 훌륭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지 원장은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어릴 때부터 지 원장이 아들에게 하루도 빠짐없이 해 주었던 지압·마사지이다. 이에 대해 “아이들이 어리면 어릴수록 피부가 뇌예요. 저녁에 자기 전에는 무조건 마사지를 해 줬지요. 피부를 만지는 만큼 뇌 발달이 좋아지는 거예요. 긴장이 풀리고, 피로가 풀리고, 혈액순환이 잘 되고, 잠을 잘 자는 선순환이 이루어지는 거죠. 발달이 늦은 아이들에게 뇌 활성도를 좋게 하기 위해 어디를 만져주면 좋은지를 계속 공부하면서 적용했어요”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둘째, 남편 석인수씨가 진행한 특수교육 프로그램과 두뇌훈련 프로그램이다. 특수교육 프로그램은 부족한 부분을 찾아 그 부분을 채워주는 교육이다. 항상 뭘 해야 아들을 좀더 발달시킬까를 고민하면서 찾았던 것이 IM 프로그램이다. 미국에서 개발한 프로그램으로 아직 전국에 적용한 곳이 몇 군데 없을 때였다.
IM(Interactive Metronome)은 신경감각기능 및 신경운동 원리에 근거하여 개발된 타이밍(Timing) 훈련프로그램이다. 언어, 읽기, 계산 능력이 15~20%정도 향상된다고 알려져 있다. 아들이 초등학교 5학년때부터 지속적으로 시켰다. 아들이 이 경험을 바탕으로 가정용으로 만든 것이 Brain Beat이다. 손의 밸런스를 맞춰주고, 전두엽의 실행 기능을 도와주는 다른 특수교육 프로그램도 매일 진행했다. 이와 함께 두뇌훈련 프로그램도 어릴 때부터 지속적으로 해왔던 것이 효과가 있었다.
셋째, 몸을 움직이는 만큼 뇌가 발달하므로 땀이 나도록 운동을 시키는 것이다. 아들에게는 남편이 등산, 자전거 타기 등 운동을 지속적으로 시켰다. 최근에는 아들이 춤에 흠뻑 빠져 주 2회씩 안산까지 배우러 다니면서 그룹춤도 함께할 수 있을 정도로 잘 춘다고 한다.
발달장애아의 엄마들에게 “절대 아이가 못한다고 따라다니면서 다 해 주지 말고, 기다리면서 계속 스스로 몸을 움직여 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불안장애, 강박증 이런 사람들에게는 무조건 몸을 움직이라고 해요. 내가 움직이는 만큼 환경이 바뀌잖아요. 그러면 무의식적인 자신감이 자꾸 올라가는 거예요. 그러니까 춤을 춘다거나 걷는다거나 산책을 한다거나 이런 몸을 움직이는 것이 결국은 마음의 문제를 극복하는 최대의 지름길이고 몸을 두드리고 만지는 것이 결국은 마음을 치료하고 발달을 돕는 그 방법인 거예요. 그래서 내가 몸 관리 잘하는 게 마음 관리 잘하는 거고 몸을 건강하게 관리하는 것이 아이들을 더 행복하게 관리하는 거예요”라며 강조했다.
ADHD와 발달장애는 치료 방법이 달라
지 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ADHD와 발달장애는 치료 방법이 전혀 다르다. ADHD는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것이고, 발달장애인은 못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ADHD 아이들은 부모가 아이한테 관심을 기울여서 하나씩 하면 할 수 있는 아이들인데, 하고 싶은 것만 하고 해야 할 걸 안 하는 거다. 그래서 ADHD 아이들에게는 엄마가 아이한테 집중하고 몰입해서 아이한테 자기 조절력을 가르치고, 기다리는 법을 가르치고, 감정을 조절하는 법을 가르쳐야 아이가 좋아진다. 그런데 요즈음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너무 많이 하다보니까 즉각적인 것에 반응이 빠르고, 인내하고 기다리는 걸 못해서 ADHD 아이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걱정한다.
그녀는 “ADHD가 정말 나쁜 게 아니에요. 우리나라의 억압된 교육 프로그램, 억압된 문화가 문제지요. ADHD가 가진 많은 에너지가 흩어지지 않도록 오목렌즈를 볼록렌즈로 바꾸어 주는 부모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발달장애는 할 수 없는 아이들이다. 발달장애 아이들은 커트라인을 내려놓고 계속 반복해서 가르쳐야 하는 것이다. “첫 번째는 아이를 몸으로 사랑해야 되는 거예요. 아이한테 눈을 맞추고 상호작용을 하면서 몸으로 놀아줘야 돼요. 아이가 안 봐도 부모는 아이한테 집중하고 아이랑 몸으로 놀아주고 아이한테 이야기를 많이 해야 돼요. 언어가 늦을수록 부모가 이야기를 많이 해야 되는 거예요. 일상적으로 많이 들어야지 많이 말할 수 있는 거예요. 두 번째는 양육자가 자주 바뀌면 안 돼요. 양육의 일관성이 떨어지면 안 돼요. 그게 아이들한테 정서적으로 불안감을 가중시키거든요. 세 번째는 자연을 가까이 해야 돼요. 좋은 공기를 많이 마시면 그게 뇌 발달에 좋아요”라고 치료 방법을 추천했다.
엄마가 몸 관리, 마음 관리해야 길게 간다
지 원장은 매일 사우나와 운동을 하면서 몸과 마음의 긴장을 푼다. 가볍게 걷기, 헬스, 필라테스 등 가능한 방법으로 매일 운동을 한다. 발달장애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부터 부쩍 심해진 불면증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운동을 시작했다. 운동을 안 하면 못 자니까 운동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게 습관이 돼 건강한 몸을 유지하고 있다. “불면증도 뒤집으면 불안증이에요. 불안하니까 자꾸 각성이 되거든요. 잠도 선잠을 자는 거예요. 결국은 운동을 하니까 잠을 좀 자게 되는 거예요. 잠을 자니까 생각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조금 더 노력하게 되는 선순환으로 가는 거지요”
그래서 이제 운동이 생활화되어 일주일에 3~4일은 반드시 필라테스를 하거나 헬스를 하거나 꼭 운동을 한다. 그리고 매일 반신욕과 사우나를 하면서 몸과 마음의 긴장을 푼다. 불면증으로 고생한 것이 전화위복(轉禍爲福)이 된 셈이다. 지 원장은 어떤 안 좋은 일이 발생했을 때, 왜 이 일이 일어났는지 맥락을 살펴보면 더 좋은 길로 갈 수 있는 기회가 되는 전화위복(轉禍爲福)이란 말을 참 좋아한다. 그래서 늘 좌절하거나 분노하면서 감정을 소모하지 않고 긍정적인 시각으로 맥락을 살펴보며 전화위복의 기회를 찾는 편이다. 아이 부모님들에게도 엄마가 몸 관리, 마음 관리 안 하면 길게 못 가니 무조건 아이 데리고 나가서 운동하라고 강권한다.
“그렇게 노력해도 아이의 발달이 더디면 조금 지치잖아요. 그래도 내가 내 아이에 대해서 최선을 다하면 후회는 없어요. 그런데 많은 경우 오늘 방치하고, 내일 방치하고, 감정적으로 쏟아놓고 나서 자꾸 후회를 해요. 그래서 우리 아들이 이렇게 잘 자라준 것만 해도 엄청나게 감사해요. 다른 부모들도 적절한 때, 적절한 방법으로 치료해서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신호연 기자 news@ih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