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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 교수의 Leadership Inside 297]
나를 찾는 삶, 나를 만드는 일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4/05/13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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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 교수     ©화성신문

C 씨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회의가 드는 경우가 많았다. 하루 종일 바쁘게 뛰어다녔지만, 저녁에 하루를 돌이켜 보면 ‘오늘 뭐 한 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고, 열심히 궁리하고 문제를 해결했어도 ‘이렇게 해도 되나?’ 싶었다. 그래서 그는 회사 건물의 회전문을 나서는 순간 모든 것을 잊어버리기로 했다. 그때부터 회전문 안과 바깥의 생활이 달라졌다. 아침에 회전문을 통과해서 건물에 들어서면 ‘회사인’으로서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다. 반면, 오후에 회전문을 통과해서 건물 밖으로 나오는 순간부터는 ‘나’로 돌아왔다. 내가 좋아하는 일, 내가 떳떳하다고 생각하는 것, 그리고 나를 키워준다고 생각하는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는 학창시절에 좋아했던 그림도 그리고, 영어 공부도 하고, 신나게 음악도 들었다.

 

그렇게 몇 년을 생활했으나 여전히 뭔가 허전했다. 회전문 안의 직장생활이 너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월급쟁이라고 해도 자신을 잃어버리는 삶을 직장에서 산다는 것이 억울했다. 그래서 그는 직장 내에서 자신을 찾는 방법을 생각했다. 미술 동아리를 만들었다. 그러고는 점심시간에 얼른 밥을 먹고 화실에 모여 그림을 그렸다. 다른 사람은 낮잠을 자거나, 족구를 하거나, 영상을 보는 그 시간에 C 씨는 동호인들과 함께 그림을 그렸다. 그림을 그리다 보니 사내에서 전시회를 할 기회가 생겼다. 전시회 날짜를 받아두면 매우 바빴다. 점심때 그리는 것 가지고는 부족했다. 집에서도 보충을 해야 했고, 근무 중에도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야 했다. 심지어는 화장실에 앉아서도 소품을 완성하기도 했다.

 

너무나 바쁘고 힘들었지만, 마음은 편하고 신이 났다. 바쁜 게 바쁜 게 아니고, 힘든 게 힘든 게 아니었다. 회전문 안이 그전과 달라졌다. 회사 건물만 보아도 가슴이 뛰었고, 동료들을 만나면 미소가 흘렀다. 상사가 무리한 부탁을 해도 여유 있게 수행할 수 있었고, 하던 일도 좀 더 책임감 있게 그리고 창의적으로 할 수 있었다.

 

C 씨는 내친김에 대학원에 진학하여 미술 공부를 했다. 마침 직장인을 위해 수업을 주말과 오후에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 사이 작품 전시회도 몇 회 하고 했는데 이 실적을 인정받아 미술협회에서 정식으로 인정받는 화가가 되었다. 40대 중반에 말이다. 그때부터 C 씨는 ‘직장인’과 ‘화가’라는 두 삶을 병행하게 되었고, 두 삶의 균형을 유지하려 애썼다. 52세 되었을 때 그는 직장에 사표를 썼다. 이제 직장 생활은 그만하면 되었다고 생각했다. 전업 화가로 살기로 했다. 그는 화랑을 차리고 자신도 그림을 그리지만 아이들과 어른들을 가르치는 삶을 살게 되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한글 캘리그라프(감성 손글씨)를 하면서 자신의 붓 솜씨를 뽐내고 있다. 그것 때문에 외부 행사에도 자주 참여한다. 참가자들에게 가훈을 써주기도 하고 좋은 글귀를 선사한다.

 

C 씨는 대학 졸업 후 삼성전자에서 27년간 근무하고 퇴사해 한국 화가로서 살면서 선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최완성 씨이다. 그는 홍익대 미술교육원에서 수학하며 일과 화업의 길을 병행하였으며, 2008년에는 삼성그룹 최초로 사원으로서 개인전을 열었고, 2015년에는 삼성전자 신년 휘호를 쓰기도 했다. 그는 공군 근무 시절 공군진중미전에서 대상, 경기도 미술대전 특선, 대한민국 기독교미술대전 입선하여 자질을 인정받았으며 국내뿐 아니라 뉴욕, 밀라노 등에서도 작품을 전시한 바 있다. 그는 그냥 주어진 일만 하지 않았다. 그는 그냥 시간만 보내는 삶을 살지 않았다. 그는 젊었을 때나 60이 된 지금이나 항상 던지는 질문이 있다. “이게 진정으로 내가 할 일인가?”

 

우리는 행복을 추구하며 산다. 그런데 행복이란 무엇인가? 단지 기쁨을 느끼는 것이 행복일까? 맛있는 것을 먹으면 즐겁고, 여행을 떠나면 기분이 좋다. 돈이 생기면 신나고, 선물을 받아도 가슴이 뛴다. 그렇다고 바로 그것이 행복은 아니다. 행복은 감정적인 기쁨을 넘어서는 의미가 있어야 한다. 이 세상에서 내가 존재하고 있다는 의미, 나라는 존재가 뭔가에 기여하고 있다는 생각 그리고 그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인식 말이다. 그런 인식이 있을 때 우리는 ‘뿌듯하다’고 하고 ‘보람을 느낀다’고도 한다. 또 어려운 말로 ‘존재감’을 느낀다고 한다.

 

귀하는 언제 존재감을 느끼는가? 혹시 새로운 음식을 개발해서 그 음식을 손님들에게 대접할 때인가? 그렇다면 귀하는 요리사일 것이다. 요리하는 귀하가 귀하의 ‘나’인 것이다. 귀하는 현재 하는 일이 ‘이게 내 일이야!’하고 느끼는가? 아니면, ‘내가 왜 이 일을 하지?’ 하고 회의감이 느껴지는가? 가장 큰 동기부여는 일에서 자신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아니 일과 함께 자신을 성장시켜 가는 것이다. 자신을 찾기 위해 반드시 직업을 바꾸어야 하는 건 아니다. 하고 있는 일의 스타일을 바꿔보는 것, 그것도 자신을 찾는 방법이다.

 

choyho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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