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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 교수의 Leadership Inside 314]
채용 면접, 이제는 회사가 긴장해야 한다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4/09/30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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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 교수     ©화성신문

대기업 H사는 충격을 받았다. 나름 스스로 평판이 좋은 회사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합격 통지를 받은 지원자 중에 입사를 거부한 사람이 많아진 것이다. 이 소식을 듣고 인사 담당 임원의 입에서 이런 말이 튀어나왔다. “아니, 우리 회사가 오라고 하는데 감히 거절한단 말이야.” 그렇다. 신입사원 지원자가 회사를 거절한 것이다. 사실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면접을 마친 지원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면접 분위기도 좋은 점수를 못 받았지만, 면접관들에 대해 불만이 높았다. 엉뚱한 질문을 하는가 하면, 다른 사람이 질문할 때 휴대폰을 보고 있는 면접관도 있고, 또 지원자가 나름으로 열심히 대답하는데 실소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는 것이다. 

 

취업 전문 회사 잡코리아에서 2020년 발표한 자료를 보면, 면접 후 기업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졌다(47.1%)’고 느끼는 구직자보다 ‘나빠졌다(52.9%)’고 느끼는 구직자가 많았다(구직자 1,683명을 대상 조사). 면접에 오는 지원자들은 무엇을 보고 회사 이미지를 판단할까? 우선, 시설이나 물리적인 환경을 볼 것이다. 언뜻 느껴지는 인간적 분위기도 또한 중요한 정보가 될 것이다. 복도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표정이라든지, 인사담당자의 태도 그리고 직원들끼리 담소 나누는 광경 같은 것 말이다. 그런데 조사 결과에 의하면, 가장 중요한 것은 면접관의 태도와 인상이다. 면접관이 밝은 표정으로 정중하게 맞아주느냐, 어떤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어느 공기업을 대상으로 취업 지원자가 노동 기관에 제소했다. 채용 과정에서 차별이 있었다고 말이다. 그 지원자는 이미 그 회사에 인턴십을 하고 있던 남자였는데 임원 비서를 뽑는 채용공고를 보고 지원을 했고 또 면접을 보게 되었다. 그런데 면접관 중 한 명이 이런 질문을 했다. “비서는 여자가 하는 것이 보통인데 남자로서 비서직에 지원한 이유가 무엇인가요?”라고 말이다. 지원자는 회사채용에 불합격되었는데 자신이 성차별을 받아 불합격된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이 일로 그 회사는 채용 프로세스 전체를 다시 점검하게 되었고, 면접관 선발 절차도 다듬고 그리고 면접관에 대한 교육도 강화했다.

 

면접은 단순히 기업이 구직자를 평가하는 자리가 아니다. 조직과 개인이 관계를 맺는 것이고, 어느 일방이 일방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과 개인 쌍방이 서로를 평가하는 과정이다. 개인이 자신의 역량과 인품을 최대한 유리하게 보여주는 시간이면서, 조직이 그의 철학과 정체성을 매력 있게 노출하는 시간인 것이다. 특히 요즘 노동시장에서 움직이는 근로자들은 예전 같지 않다. 기업을 예전과 같이 절대적으로 생각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월급 많이 주고 규모가 크다고 해서 감동하지 않는다. 자신의 취향과 일치하는지를 중시하고, 조직의 문화와 근무 분위기를 살핀다. 그래서 기성세대가 선망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기업도 들어갔다 맘에 안 든다고 박차고 나오는 인물들이다.

 

구직자들은 자소서 쓰는 법도 배우고, 면접 보는 요령도 심도 있는 코칭을 받으면서 훈련하고 대비한다. 그리고 그들은 이 기업 저 기업 다니면서 여러 케이스를 섭렵하고 있다. 그런데 면접을 보는 기업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가? 면접장에 나타나는 간부들이 대개 아마추어다. 기본적으로 인사에 대해 전문성도 없을 뿐만 아니라 면접에서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도 잘 모르는 변방인이 많다.

 

H사는 이 기회에 이를 개혁하기로 했다. 외부 업체의 도움을 받아 부문별로 사내 면접관을 양성하기로 했다. 예비 면접관들은 우선 모여서 자신들이 어떤 인재를 선발해야 하는지 논의했다. 소위 역량 모델링을 한 것이다. 각 부문에서 앞으로 일을 잘하려면 어떤 핵심적인 역량을 가져야 하는가를 찾는 일 말이다. ‘데이터를 잘 다루는 능력’이 필요할 수도 있고, ‘감성지능을 발휘하여 사람을 설득하는 역량’일 수도 있다.

 

그런 다음 그 역량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 표준 질문을 만들어 보게 했다. 가령 ‘데이터를 잘 다루는 능력’이라고 한다면, “당신은 데이터를 잘 다룰 수 있나요?” 하고 물을 수도 있지만, “과거에 통계자료나 데이터를 이용해서 결과를 내 본 경험이 있나요?” 이렇게 물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렇게 질문 리스트를 만들면 그 리스트에 있는 질문을 어떻게 서로 나누어서 물을 것인지 구체적인 방향을 정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면접관의 기본 태도이다. 젊은 지원자들에게 점수를 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서로 아이디어를 내고 의논했다. 하지 않아야 할 행동 리스트를 만들고 해야 할 행동 리스트도 만들었다. 이제 구직자가 아니라 회사가 면접을 잘 보기 위해 긴장할 때다.

 

choyho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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