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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신문의 전문가 칼럼 화성춘추 (華城春秋)253]
인공지능과 소매상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4/09/30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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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원석 협성대학교교수 경영학박사     ©화성신문

재작년에 뉴저지주 파라무스에 완전한 무인 판매를 하는 아마존프레시(그로서리 스토어)가 개장했을 때 세상이 개벽한 듯 했다. 우리 부부, 딸과 외손자 등 5명이 쇼핑한 후 두 집이 각자 카트에 담아 나왔는데 자동으로 계산되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5중 추돌 사건이 있었는데 마지막에 있었던 자율주행 테슬라자동차만 옆 차선으로 옮겨 추돌을 피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주차할 때 옆 차와의 간격이 짧으면 왕왕 소리를 낸다든가, 속도를 내고 달리는데 앞차가 속도를 줄이거나 서게 되면 왕왕 경고음을 내고, 차선을 밟고 달리면 또 소리를 낸다. 주행 중 잠시 멍때리는데 신호등이 바뀌면 또 왕왕 소리를 낸다. 길 안내는 물론이고 소소한 것까지 챙겨주는 것이다.

 

앞으로도 소매상과 같은 서비스업은 캐시어를 없애고 무인 판매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실제로 계산대 앞에서 줄지어 기다리는 것이 매우 힘들기 때문에, 한때 경영학에서도 대기행렬이론이라는 것을 가르쳤다. 사람들이 어떻게 움직일 때 계산대의 판매직원을 몇 명 배치해야 할지가 중요한 관건이었다. 그래서 스타벅스와 같은 커피숍에서도 키오스크를 이용하거나 앱을 이용해 미리 주문하고 계산하도록 하고 있다.

 

얼마 전 스타벅스 매장에 갔는데 미리 주문해놓고 줄을 지어 기다리는 사람은 많았으나, 판매직원에게 다가가서 주문하는 사람은 나 혼자뿐이었다. 스타벅스나 던킨 매장에도 키오스크가 있는데 처음에는 불편하지만 몇 번 하다 보니 익숙해지게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여전히 불편한 것은 미국의 팁 문화이다. 

 

왜냐하면 스타벅스나 던킨에서도 결제하려면 팁을 얼마 주느냐고 묻는다. 물론 노팁이나 스킵 버튼을 누르면 되지만 판매직원의 면전에서 노팁을 누르는 것이 불편하다. 왜냐하면 커피숍에서는 자기가 가져다 먹기 때문에 팁을 받지 않았다. 그래서 키오스크가 편하다. 커피 한잔 마시면서 거기에다 팁까지 얹어주면 커피 맛이 쓸 수밖에 없다. 심지어는 중국집 뷔페에서도 팁을 요구한다. 뷔페는 자기가 가져다 먹고 식기만 가져가는데 팁을 요구한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2불 정도는 늘 주고 오지만 매상의 얼마를 주는 것은 아닌듯하다.

 

그러나 식당에서 식사를 했을 때는 다르다. 대면으로 서비스하는 직원이 있고 그들의 봉사의 질에 따라 팁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뉴저지에서는 대부분의 식당에서 카드 결제를 하면 팁을 얼마나 줄 것인지 세 가지 옵션(18%, 20%, 22%) 중에서 선택하라고 한다. 인간은 보통 가운데를 선택한다고 한다. 그래서 보통 20%를 주고 나오는 것이다. 한편 펠리세이드파크의 한인 식당 중에서는 노팁 가게가 생겨나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식판에다 번호를 부르면 식판에다 음식을 받아오고 식사가 끝나면 식판을 반납하면 끝이다. 이런 식당은 가격도 다른 곳보다 저렴해 가성비가 좋다.

 

앞으로 인공지능은 단순한 소매업뿐만 아니라 전문적인 의학이나 법학 분야에서 더 많이 적용될 것으로 예측된다. 예를 들면 검색 기능을 활용해 수많은 논문이나 판례를 살펴보고 진단이나 변호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문명이 등장하면 거기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과거에 팩스가 처음 등장했을 때 전화선을 타고 문서가 상대방에게 가서 복사된다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았다. 1980년대 말까지도 누구에게 원고를 부탁하면 우편으로 받거나 직접 가져오기도 했다. 예를 들면, 내가 근무했던 곳에서는 하버드 비즈니스 번역 원고를 반드시 자동차를 타고 번역자를 만나서 가져오도록 했다. 원고지 100매의 원고료가 한 학기 대학 등록금보다 많았다. 그래서 나의 주된 업무는 원고 수집이었고 원고를 읽고 교정하거나 수정하는 것은 뒷전이었다. 그러던 것이 이메일로 문서를 주고받고 동영상이나 사진도 주고받으니 격세지감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얼마 전 연구실을 정리하다가 CD 플레이어를 찾았고 영어 성경을 녹음한 CD를 찾았다. 무엇보다 원어 발음을 읽어주는 전자사전을 찾았는데, 당시 영어 발음을 읽어주는 사전은 획기적이어서 적잖은 돈을 주고 아이들마다 하나씩 사주었다. 그런데 현재 이 모든 일이 모바일로 이루어지고 있고, 지금은 모두 돈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글을 시작하면서 인공지능을 키워드로 거창하게 잡았지만 “라테는 말이야”로 끝나는 것 같다. 밖에서 불어오는 서늘한 가을바람이 좋다

 

tetkorea@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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