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상무는 가끔 직원들로부터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요청을 받는다. 보통 일 외적인 걸로 상담을 받고자 한다. 최 상무는 성품이 온화해서 직원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도 준다.
한번은 남자 직원이 사춘기 아들 문제로 상담을 청해 왔다. 중학교 2학년 사내아이하고 늘 다툰다는 것이다. 그날도 아침에 괜한 일로 다투고 나왔는데 하루 종일 그 일로 마음이 안 좋았고 일도 손에 잘 잡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 상무는 이야기를 다 듣고 이런 제안을 해보았다. 아들하고 둘만의 여행을 다녀오라고 말이다. 그 제안을 들은 남자 직원이 좋은 방안이기는 한 것 같은데 워낙 사이가 안 좋은 상태라서 지금 바로 여행을 가기는 어려울 거라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최 상무는 차선책으로 아들에게 편지를 써보라고 권했다. 편지! 이 말을 듣는 순간 그 직원은 무릎을 쳤다. “바로 그거다.” 그는 그날 당장 아들에게 편지를 썼다. 그 직원은 편지를 쓰면서 희한한 느낌을 경험했다. 스스로 힐링이 되는 기분이었다. 그 후로 그 직원은 가끔 아들에게 편지를 썼는데 아들에게서 바로 답장은 없었지만, 아들과의 사이가 아주 좋아졌다. 그러고는 결국 부자간에 오붓하게 단둘이 여행도 다녀왔다.
그런데 최 상무에게 고민이 생겼다. 직원들의 상담을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 말이다. 지금까지는 어찌 되었든 해결책을 주려고 했다. 그런데 그게 만만치가 않은 것이다. 자신 있게 해결책을 줄 만한 아이디어도 찾기가 힘들 뿐만 아니라, 자신이 제시한 아이디어가 번번이 거절되어 본인도 짜증이 났다.
고민 상담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고민 상담을 요청해 오는 직원이 조언을 해달라, 아이디어를 달라고 말은 하지만, 결국 답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이고, 스스로 찾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상담자가 할 일은 ‘스스로 찾는 일’을 잘하게 도와주는 것이다. 해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해답을 찾을 수 있게 질문을 던지는 것 말이다. 그럼,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까?
직원 상담에서 물어야 하는 질문은 일단 4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사실(Fact)을 묻는 것이다. 둘째는 직원의 감정(Emotion)을 묻는다. 세 번째는 진정으로 원하는 것(Needs)이 무엇인지 묻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금 할 수 있는 것(Action)을 묻는 것이다. 이걸 묶어서 FENA라고 할 수 있다.
직원이 아이 문제로 상담을 요청해 오면, “무슨 일이 있었는데?”하고 사실을 물어야 한다. 그때 직원이 사실을 이야기하지 않고, 감정을 막 토해내는 경우가 있다. “아이 때문에 속상하다.” “사춘기라서 이상한 행동을 한다.” “도대체 말이 안 통한다.” “장래 뭐 되고 싶다는 게 없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이건 아빠의 불만과 걱정을 표현하는 것일 뿐이다. 바로 감정을 토해낸 것이다. 상담자는 사실을 최대한 사실로서 파악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 뭐가 문제인지 예를 한번 들어 볼래요?” “최근에 아빠하고 부딪혔던 일은 무엇이었어요?”
인간의 감정이 중요하다. 그러나 감정과 사실은 구분하자는 것이다. 사실을 사실대로 잘 파악하고 거기에 기초해서 감정이 생기면 문제가 없는데, 감정이 먼저 일어나서 사실을 왜곡한다면, 또는 사실의 전체를 파악하지 않고 극히 일부분만 보고 엉뚱한 판단을 해서 엉뚱한 마음을 갖게 되면 그것은 문제가 아니겠는가. 사람들은 현실적으로 감정과 사실을 뒤섞어 놓는 경우가 많다. 이걸 바로 잡아 주면 상담의 반은 끝난다. 하루 종일 불편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사실은 한두 번 불편한 것일 수도 있고, 반항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자기 의견을 낸 것뿐일 수도 있는 것이다.
또 한편에서는 직원들이 대뜸 어떤 활동 계획을 이야기하는 수가 있다. “학교를 옮겨 버릴까요?” “이사를 해야 할까요?” “개인 과외를 시켜야 할까요?” 하는 식으로 말이다. 이럴 때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해 보도록 하는 것이 좋다. “김 부장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뭘까요?” 하고 물어보는 것이다. 사춘기 아들하고 문제를 겪고 있는 아버지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아이의 버릇을 가르쳐주는 것일 수도 있겠고, 학교 성적을 올리고 싶은 것일 수도 있고, 또 아들이 진정으로 독립심 강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것일 수도 있고, 또 아이가 행복한 삶을 살도록 지원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런 것을 정리하다 보면 고민 해결책은 당사자가 만들어 내게 된다.
만일 리더가 스스로 고민이 있으면 어떻게 할까? 자기 자신이 스스로 물어보는 것이다. FENA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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