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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선 칼럼│ 예술과 도시 이야기 8] 파인 다이닝, 파인 아트 그리고 뮤지엄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4/10/21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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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동선 소다미술관 관장     ©화성신문

넷플릭스 ‘흑백 요리사’의 대흥행으로 ‘파인 다이닝 Fine dining’이란 단어가 우리에게 낯설지 않게 되었다. 맛집 투어를 좋아하는 MZ는 물론 초등학생도 심사위원인 안성재 셰프의 평가 방식의 말투를 흉내내거나, 출연한 셰프의 맛집 지도를 보고 가게를 찾아가자고 한다. 파인 다이닝의 요리는 셰프(요리사)의 식재료, 조리법 선택, 메뉴의 구성과 스토리 등 단순한 식사를 넘어 손님에게 총체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필자가 가장 인상 깊게 보았던 셰프는 에드워드 리(한국 이름 이균)로, 그는 우리가 흔히 한국에서 먹고, 자주 사용하는 재료를 생각하지 못했던 방법으로 놀랍도록 창의적으로 사용한다. 미션마다 선보인 그의 모든 요리는 예상할 수 없는 하나의 예술 작품을 보는 듯한 경탄을 자아냈다. 그동안 우리가 매일 먹고 알고 있던 식재료인 장트리오(고추장, 된장, 간장), 두부는 그의 손을 통해서 예상하지 못했던 식감과 맛으로, 새로운 요리로 창조되었다. 

 

셰프의 창의적인 요리와 함께 심사 기준과 심사평도 엄청난 화재이다. 대중 음식을 대표하는 백종원, 최연소 미슐랭 3스타 안성재 셰프 심사위원의 대립을 더해 흥행이 당연한 프로그램의 기획으로 보인다. 여기서 안성재 셰프의 심사 기준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셰프의 요리 설명을 듣고, (물론 당연히 맛은 있어야 하며) 재료나 조리법이 요리사의 의도가 전달됐는지를 중점적으로 봤다. 고급 요리인지, 초등학교 급식인지에 따라 재료의 선택과 구현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파이널 라운드의 진출권이 걸린 인생 요리 미션에서 나폴리 마피아(권성준)가 이탈리안 파스타로 풀어낸 할머니의 게국지의 재료와 스토리텔링은 셰프의 의도가 정확하게 요리와 맛으로 표현됐다. 

 

셰프의 철학과 요리를 위해 선택한 재료와 조리법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그 울림과 감동은 엄청나게 증폭되어 우리 기억에 감각적인 경험으로 선명하게 남게 된다. 

 

회를 거듭할 때마다 선보이는 요리사의 새로운 요리를 보면서, 흥미롭게 파인 아트 Fine Art의 예술가와 그들의 작품이 오버랩 됐다. 요리사는 같은 식재료로 독창적인 요리법(요리)을 만들어내는 데는 상당히 많은 실험과 실패를 거듭한다. 예술가도 자신만의 새로운 표현 방식을 찾기 위해 일생을 거쳐 실험한다. 자신의 철학과 의도가 구현되어 음식을 먹는 이에게, 작품을 보는(경험하는) 이에게 의도와 메시지가 전달되기를 바란다. 

 

그 과정은 창의성, 혁신성, 섬세함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인내가 요구된다. 계속하고 반복하고 다르게 하여 ‘파인 Fine’이라는 단어를 붙일 수 있는 기술적 경지에 이르는 활동을 멈추지 않는 것이 그렇다.

 

‘흑백 요리사’를 통해 하나의 요리를 완성하기까지 셰프의 고민과 실험적 시도, 실패와 성공을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사실 가장 흥미로웠다. 보통 그 과정을 보기란 쉽지 않다. 예술 작품도 마찬가지다. 미술관(museum)의 기획 전시를 통해 잘 구성된 전시장에서 작가의 작품을 만나는 것은 결과물의 감상이다. 

 

전시 서문과 작품 해설에서 기획자와 작가의 과정을 살짝 맛볼 수 있지만, ‘흑백 요리사’ 같이 요리와 조리 과정을 게임처럼 스피드 있게 보여 주는 기획은 아주 드물게 주어지는 재미이다. 우리는 과정을 공유하면서 정서적, 인지적 공감의 단계에 이른다. 창작물 그 자체를 넘어서는 풍성한 경험을 하게 된다. 풍성한 감각적 경험은 우리의 기억에 더 잘 남게 된다. 기회가 된다면 파인 다이닝에서 요리를 음미할 때, 파인 아트 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할 때, 요리사가, 아티스트가, 미술관 기획자가 거친 ‘과정’을 상상해 보도록 하자. 이런 소소한 노력이 우리 일상에 새롭고 풍성한 경험을 선물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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