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시 승격 당시 화성시는 인구 21만명, 예산 규모 약 4000억원의 중소도시였으나, 특례시를 앞둔 2024년 9월 현재 인구 103만여명, 예산 규모 3조 1850억원(2024년 예산 기준), GRDP 91조 417억원(2021년 기준)의 세계적 대도시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큰 폭의 성장을 이뤘다.
도시와 농어촌이 공존하고 성장의 명암이 교차하는 대한민국의 축소판 화성시는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과거와 현재를 상징하고 있으며, 화성시가 추구하는 ‘균형 발전’, ‘포용적 복지’, ‘지속 가능한 생태도시’, ‘스마트 미래도시’ 비전은 미래도시 정책 방향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2025년 대한민국 지방자치의 시간은 ‘화성특례시’를 가리키고 있다.
‘지방자치법’ 제2조에서는 자치단체의 종류를 특별시를 비롯한 광역자치단체와 시·군·구 기초자치단체로 구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17개 광역자치단체(특별시1, 광역시6, 특별자치시1, 도6, 특별자치도3), 226개 기초자치단체(75시·82군·69구)가 존재한다.
‘지방자치법’ 제198조에서는 인구 50만 이상 대도시의 행정, 재정 운영 및 국가의 지도·감독에 대해서는 그 특성을 고려해 관계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특례를 둘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례시는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에만 부여되는 명칭으로 ‘지방자치법’에서는 인구 50만 이상 대도시와 구별되는 특례를 부여할 수 있도록 규정해,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는 다른 도시와 양적, 질적으로 다른 지위를 지닌 도시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지방자치법’ 제198조 제2항 1호)
일반 시의 광역시 승격은 광역자치단체인 도(道)로부터의 분리를 의미하며, 이 경우 시와 도, 그리고 도내 다른 시들과의 갈등과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대도시의 광역적 행정수요와 지역개발 수요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기 위한 제도가 바로 특례시라 할 수 있다.(국회입법조사처, 2022)
광역시와 기초자치단체인 시(市)는 그 역할과 기능이 상이하나, 특례시와 유사한 규모의 인구를 지닌 울산광역시의 2024년 본예산 규모는 4조 7390억 수준인데 비해 경기도 주요 특례시 예산은 3조에서 3조 7000억 수준이다.
보충성의 원칙(Principle of subsidiarity)은 “지방정부는 자기책임하에 지역적 사무를 우선적으로 처리할 권한을 가지며, 상급정부는 이를 보증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원칙’을 의미한다.(권자경, 2018)
‘지방자치법’ 제11조에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간 또는 지방자치단체 상호 간 사무를 주민의 편익증진, 집행의 효과 등을 고려해 서로 중복되지 아니하도록 배분해야 하며, 사무를 배분하는 경우 지역 주민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무는 원칙적으로 시·군 및 자치구의 사무로 배분하고 사무처리의 경합이 발생하는 경우 기초자치단체가 우선해 사무를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지방자치법’ 제11조 : 강윤호 외, 2015)
시민의 지역 공공재 수요는 시민과의 거리가 가깝고 참여가 용이한 지방자치단체에서 더 효과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수요에 대응하는 공급 또한 시민과 접해있는 기초자치단체에서 적시에 적절한 양을 유연하게 공급할 수 있으므로, 재정 분권과 권한 이양을 통해 자원배분의 효율성과 시민의 후생을 제고할 수 있다.
상기 보충성의 원칙, 시민참여와 지방분권은 대한민국 지방자치의 기본적 원칙이자 주요 달성과제이므로 분권에 기반한 특례시 권한 확충을 통해 ‘재정 자원의 효율성 제고’의 현실적 요청과 ‘주민 참여와 지방분권 강화’라는 지방자치 이념을 조화할 수 있다.
인구 증가에 따른 도시의 성장은 환경파괴, 양극화된 시민, 공동체 약화, 배타적 도시공간, 도시 범죄 등 다양한 문제를 야기, 대도시가 직면한 도시문제 해결을 통한 시민 행복과 도시의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해서는 정책의 자율성과 재정 권한 확보가 필수적이다.
특례시는 대한민국 인구 10% 이상이 거주하는 대도시로, 특례 시민의 행복은 국민의 행복과 유기적으로 연계돼 있다. 특례시가 직면한 도시문제 해결과 시민 행복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서는 대도시 특성을 고려한 재정 권한 확충이 필요하다.
‘지방자치법’ 제2조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종류를 특별시, 광역시, 특별자치시도, 특별자치도와 시, 군, 구의 두 가지로 구분하고 있어, 특례시는 법인격을 지닌 지방자치단체의 종류가 아니며 이로 인해 법적으로 불안정한 지위를 지닌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을 통해 공식화된 특례시는 지방자치단체의 종류가 아닌 행정적 명칭에 불과해 지방자치단체 공부상 기재 등 각종 행정서류에 특례시 명칭을 사용할 수 없다.(정지운 외, 2024)
대도시에 대한 특례는 ‘지방자치법’ 198조 제1항에 근거하고 있으며, 인구 50만 이상의 도시를 ‘대도시’로 하고 그 특성을 고려해 법률로 정하는 바에 따라 특례를 둘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례시의 경우 이에 더해 법률에 따라 추가로 특례를 부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지방자치법’ 제198조)
특례시에 부여되는 특례와 관련해 지방자치법 시행령 별표4에서는 ‘100만 이상 대도시가 직접 처리할 수 있는 도의 사무’를 명시하고 있으며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 : 지방분권균형발전법’에서는 특례시의 사무특례(제59조), 조직특례(제60조), 재정특례(제61조)를 규정하고 있다.
특례는 법률에 따라 부여되어야 하므로 특례부여 시 관련된 각 개별법이 모두 개정돼야 하는 어려움과 번잡함이 있으며, 특례시에 대한 권한 이양은 포괄적 권한 이양이 아닌 사무 위주의 국소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향후 이러한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박상우, 2024)
특례시 지원 특별법 제정은 법적으로 불안정한 특례시의 법적 기반 마련의 단초를 제공한다는점에서 그리고 기존 개별법에 규정돼 분절화된 특례사무를 일원화하는 동시에 지역 특성에 맞는 권한 부여의 기준과 방법을 명확히 해 특례시 지원 체계성을 견인하는 제도적 기반이라는 의의를 지닌다.
특례시 지원 특별법 제정을 위한 노력은 2022년 특례시 출범 이후 특례시를 중심으로 본격화됐다. 2024년 현재 3개(김성회, 손명수, 김승원 의원 등 대표 발의)의 ‘특례시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이 발의돼 있다. 정부 차원에서는 지난 2024년 3월 민생토론회 이후 수원, 용인, 고양, 창원 4개 특례시와 지방시대위원회가 참여하는 특례시 특별법 제정 TF가 구성돼 특별법 제정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으며, 2024년 10월 11일 ‘특례시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입법예고됐다.
‘특례시 지원 특별법안’은 특례시 내용과 방법을 규정하고 있으며, 특례시 지원을 통한 지역 경쟁력 확보와 성숙한 지방자치의 구현 그리고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특례시 지원 특별법안’에 대응한 화성시의 과제를 살펴본다. 특례시는 지역 특성에 맞는 핵심적 사무와 권한 확보 방안이 기본계획에 포함될 수 있도록 권한 확보가 필요한 핵심 사무를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사무의 구체적 내용과 기본계획 기간에 발굴된 사무 수행을 위한 준비 내용과 연차별 시행 방안을 중·장기적 관점에서 사전에 정립할 필요가 있다.
특례사무 발굴을 통한 특례시 권한 확보 노력이 선제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 특히 지속적 인구 증가로 인해 도시기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지역 내 위치한 첨단산업 지원과 육성 수요 역시 증가될 전망이므로, 도시 생활에 직접적으로 연계된 인허가 권한과 산업육성을 위한 지역계획 수립 자율성 확보 방안이 화성특례시 기본계획과 지역계획에 반드시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권한 발굴과 더불어 현재 이양된 권한 그리고 검토 중인 이양 권한이 실질적 의미를 지닐수 있도록 이양 권한의 내용 검토와 개선 노력 또한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시도지사의 권한이 특례시장에 이양됐으나 시도지사의 승인 또는 협의를 거치도록 규정된 경우 사무의 특성과 기능에 따라 이양된 권한이 실제로 의미를 지니지 못할 수도 있다. 수원, 고양, 용인, 창원특례시에서는 특례시 권한 확보를 위한 신규 사무 발굴과 발굴 사무의 법제화 노력을 경주해 왔으며, 그 결과 ‘지방분권법’ 및 제2차 지방일괄이양에 따라 2023년 4월 9건의 기능이 특례시 사무로 법제화됐다. 이후 2023년 10월 4개 특례시는 지방시대위원회에 57개 심의 특례사무를 제출했으며, 현재 심의가 진행 중이다.
의원입법 특별법안과 정부입법 특별법안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특례시 지원을 위한 기본계획과 시행계획(지역계획) 수립 조항이 제시되어 있다는 점이다. 향후 지역에서 필요한 핵심 권한 발굴 및 반영 절차는 ‘특례시 지원 특별법’ 제정을 계기로 안정적인 제도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례시 지원 기본계획의 수립 주체는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기본계획에는 특례시가 지역 발전을 추진하고 지역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분야별 중장기 추진 전략에 관한 사항, 특례시 지원을 위한 특례에 관한 사항 등이 포함되며, 지역계획(시행계획)은 기본계획을 시행하기 위한 것으로 특례시장이 연도별로 수립한다.(행정안전부 2024)
전술한 바와 같이 특례시는 지방자치단체의 종류가 아니기 때문에 법적 지위가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특례시 지원 특별법’ 제정은 특례시의 법적 기반 마련의 단초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으나, 법적 안정성 확보를 위한 노력은 지속돼야 하며, 특히 중장기적 관점에서 ‘지방자치법’과 ‘특례시 지원 특별법’의 보완과 개정을 통한 법적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
특례시 재정 특례는 창원시가 소방기능을 수행함에 따라 창원시에 한해 소방분 지역자원시설세를 시세로 하는 것 이외에 특별히 재정 특례로 볼 수 있는 사항은 없으며, 이 또한 창원시에 국한돼 있다.
‘지방분권균형발전법’ 제61조 제1항에서는 대도시의 경우 해당 시에서 징수하는 도세 중 100분의 10 이하의 범위에서 사무 이양 규모 및 내용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에 따라 교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특례시에 국한된 특례도 아니며 해당 대통령령 역시 부재한 상황으로 현재 실효성이 없는 조항이다.
의원이 발의한 ‘특례시 지원 특별법안’에는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 계정 설치, 취득세 중과 배제 등 재정 특례 내용이 일부 있으나, 정부 발의 법안에는 ‘행정상·재정상의 특별한 지원을 할 수 있다’라는 선언적 규정만이 존재해 여전히 특례시 재정권한에 관한 내용은 미흡하다. 따라서 향후 재정권한 확보를 위한 화성시 포함 4개 특례시의 공동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제로섬 성격을 지닌 재정은 제도적 마찰이 가장 크게 작용하는 분야로, 특례시에 부여된 재정 권한은 다른 자치단체의 재정력 감소를 수반할 수 있다. 따라서 특례시 재정권한 확보를 위한 특례시와 도, 그리고 기초자치단체 간 협조적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며, 각 주체의 상생 노력을 끌어낼 수 있는 협의체 구성 조항 및 재정권한 이양 시 발생할 수 있는 타 자치단체 재원 보전 방안에 관한 내용 등이 특별법에 마련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특례시 재정권한 확충 방법으로 상기한 ‘균형발전특별회계 특례시 계정 추가’ 이외에 ‘지방 교부세 산정 방식 변경’, ‘조정교부금 조성 재원 비율 상향’, ‘지역 특성이 강한 조세의 지방세 전환’ 등 다양한 논의가 진행됐지만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 역시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아울러 특례시 재정권한 확충 방법이 각 특례시에 미치는 영향이 동일하지 않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는 특례시 재정권한 확충방법 모색 과정에서 각 특례시가 합의된 목소리를 내지 못할 위험성 역시 내포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화성시의 경우 지방교부세 불교부단체이므로 지방교부세 산정 방식 변경은 화성시 재정 확충에 도움이 되지 못할 수 있다.
2024년 10월 현재 ‘특례시 지원 특별법’ 제정을 위한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특례시 지원에 대한 기대감 역시 증가하고 있으나 그 기대만큼 특례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역시 적지 않은 상황이다.
특정한 제도 도입에 따른 시행착오는 불가피한 전환 비용이라 할 수 있으나 그 전환 비용이 크다면 제도는 안착할 수 없으며, 오히려 갈등의 골만 깊게 할 수 있다. 제도 전환 비용은 제도 도입에 따라 발생하는 시행착오와 갈등에 대한 관련 주제의 대응 방식에 따라 달라지므로, 특례시 제도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서는 특례시를 둘러싼 중앙정부와 광역자치단체, 여타 지방자치단체의 협조적 거버넌스 구축을 통해 특례시 제도의 전환 비용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