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주현 시인, 시낭송가, 화성문인협회 사무국장 ©화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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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한 줄 잘 빚어놓고
마침표를 찍을 것인지
마침표를 지워버릴 것인지
오래 고민하는 시간이 있다
시가 문장부호 하나에
무거워할 때가 있다
시가 문장부호 하나에
가벼워질 때가 있다
그걸 아는 이가 시인이다
『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 (문학과지성사, 2009)
한 해의 마지막 날에 점 하나를 찍는 것과 찍지 않는 것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찍으면 마침표가 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진행형이 될 것이다.
마침표를 찍는 순간 그 앞에 비롯된 모든 것들이 하나의 거대한 역사가 되고 서사가 되어 잘잘못의 판단이나 평가를 받게 되기도 한다.
마침표 하나의 무게가 그만큼 중요하다. 마침표를 생략하면 다음이라는 여지와 지금보다 나아지려는 내일의 희망을 찍을 숱한 기회를 일단 보장받을 수 있다.
시간과 공간에는 사실 마침표가 있을 수 없다. 흐른다는 것보다 더 아름다운 것이 과연 존재할까?
사람과의 관계에도 문장부호가 필요하다. 누군가에게는 느낌표를 많이 준비하고 또 누군가와는 쉼표가 유난히 많이 사용되는 사람이 있다. 어제는 어떤 이와 과감하게 마침표를 찍었고, 오늘은 설레는 누군가와의 만남에 물음표가 남발할 것 같다. 사실 문장부호만으로도 사랑하는 사람과의 대화가 마냥 신나고 흥미로울 수도 있다.
문장부호만 잘 써도 사는 일은 명료해지고 삶의 행간은 적당한 간격이 생겨 지칠 일이 없을 것이다.
요즘 시들에는 문장부호가 아예 생략되는 시가 많다. 그래서 읽을 때 숨이 차다.
시도 세상이 버거운지 점 하나 때문에 며칠 밤을 꼬박 새운다. 눈금 위에 세상이 점 하나로 출렁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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