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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신문

[장동선 칼럼 예술과 도시 이야기 20]
도시의 성장통을 치유하는 인문학적 레시피

화성신문 | 기사입력 2026/03/30 [09:08]

[장동선 칼럼 예술과 도시 이야기 20]
도시의 성장통을 치유하는 인문학적 레시피

화성신문 | 입력 : 2026/03/30 [09:08]

 

▲ 장동선 소다미술관 관장     ©화성신문

미술관은 도시가 처한 시대적 결핍과 열망을 예민하게 읽어내고, 이를 예술적 언어로 번역해 내는 ‘전략적 기획자’가 되어야 합니다. 

 

특히 우리 화성특례시는 2025년 1월 대망의 특례시로 정식 출범하며 대한민국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다층적인 변화를 겪는 도시가 되었습니다.

 

전국에서 손꼽는 규모의 외국인 주민이 거주하며 나타나는 ‘초다양성(Super-diversity)’은 이제 화성의 피할 수 없는 일상이자 정체성입니다. 그러나 도시의 외형적 팽창 속도에 비해 우리가 서로를 수용하는 심리적 속도는 여전히 뒤처져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소다미술관이 2026년 기획 전시 ‘모두의 성장소설 : The Coming of Us’를 제안하는 이유는 바로 이 지점에 있습니다. 

 

지역이 마주한 동시대적 이슈를 전시하는 매개체로 풀어내어 커뮤니티의 인식 변화를 이끌어 내는 사회적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기 위함입니다. 

 

우리는 특정 집단을 규정하는 단어 대신,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보편적 인문학 프레임인 ‘성장’의 관점으로 이 변화를 재정의하고자 합니다. 성장소설(Bildungsroman)은 주인공이 기존의 안온한 세계를 깨고 나와 낯선 세계를 방황하며, 그 진통 끝에 비로소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과정을 다룹니다.

 

이 서사는 낯선 도시에 뿌리를 내리려는 정착민, 급변하는 기술과 시스템에 적응해야 하는 기성세대, 그리고 특례시라는 새로운 체계를 맞이하며 진정한 정체성을 정립해 가는 화성시 커뮤니티 전체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번 전시는 소다미술관의 독특한 재생 공간을 하나의 커다란 ‘장(Chapter)’으로 활용해 관람객이 물리적 공간을 통과하며 심리적 인식을 변화시키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참여 작가들은 작품을 통해 우리 행위의 불완전함을 증명하며 관객의 선입견에 균열을 내고, 일상의 사물에서 이름을 지워내어 존재 그 자체를 응시하게 합니다.

 

특히 소목장세미의 가구는 신체적 연대를, 강술생 작가의 생태 작업은 연결된 생명력을, 젤리장의 툴킷은 낯선 타인과의 우연한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뇌과학적으로 볼 때, 이러한 예술적 경험은 비언어적 감각 자극을 통해 뇌의 유연성을 높이고 고착화된 편견의 회로를 재구성하는 힘을 가집니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이주 배경 청소년들이 단순한 관객을 넘어 전시의 ‘생산자’로 참여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들이 직접 제작한 다국어 오디오 가이드를 통해 관객은 언어의 장벽을 넘어 깊은 정서적 공감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러한 ‘공유된 취약성’은 서로의 성장 서사를 연결하는 문화적 공유지가 되어, 파편화된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실존적인 위로를 건넵니다. 나의 아픔과 이주 배경을 가진 이의 경험이 ‘성장’이라는 키워드로 맞닿을 때, 낯선 타자는 비로소 함께 시대를 통과하는 동료가 됩니다.

 

미술관이 도시의 이슈에 맥락적인 전시를 수행해야 하는 이유는, 미술관이야말로 지역 커뮤니티가 가장 안전하게 갈등을 논의하고 서로의 다름을 실험해 볼 수 있는 ‘사회적 실험실’이기 때문입니다.

 

화성시의 현재는 대한민국 공동체의 ‘먼저 온 미래’입니다. 이주 배경 청소년들이 예술을 매개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지역민과 섞여 ‘우리(US)’가 되어가는 이 과정은, 우리 사회가 어떤 모습으로 성숙할지를 결정짓는 결정적 장면이 될 것입니다. 오는 5월 1일부터 시작되는 소다미술관의 이 특별한 ‘성장의 여정’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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