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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 교수의 Leadership Inside 291]
제비뽑기로 리더를 뽑으면 겸손해질까?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4/04/01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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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 교수     ©화성신문

1일 7시간 근무, 70세까지 정규직 유지, 3년 육아휴직 등 사원복지가 좋기로 소문난 일본의 미라이 공업. 그 회사의 창업자 아키오 야마다(1931~2014) 사장은 사원의 이름이 적힌 쪽지를 선풍기로 날려 가장 멀리 나간 사람을 과장으로 승진시키는 기행을 보였다. 그는 “누가 리더를 한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다. 다 리더가 될 수 있다.” 그렇게 이야기했다. 

 

보통은 아키오 사장과는 반대 생각을 가지고 있다. 리더는 아무나 할 수 없다. 그래서 중요한 리더에 앉을 사람은 신중하게 선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고는 리더 선발을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인다. 인사고과를 하고, 실적평가를 하고, 인터뷰도 한다. 그리고 정치적으로는 선거를 치른다. 이 모든 과정이 결코 공짜가 아니다.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 일이다. 그런데 결과는 항상 만족스럽지 않다. 리더로 선발된 사람이 기대와는 전혀 다른 행동을 보이기도 하고, 조직이 갈등을 빚거나 와해되기도 한다. 그럴 때는 아키오 사장의 선풍기가 생각난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선풍기로 돌리거나 제비뽑기로 결정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민주주의의 발원지라고 할 수 있는 고대 아테네에서는 실제로 지도자를 복권 추첨방식으로 뽑았다. 그 당시에도 선거와 추첨방식을 저울질했는데, 선거는 기득권자들의 폐쇄적 정치쇼라고 생각했고, 조직을 분열시키고 부패를 조장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에 비해 추첨을 하면 훨씬 공정하게 지도자를 선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부정부패를 막을 수 있고, 지도자를 교체함으로써 기득권층을 제어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플라톤은 “가축도 아닌 인간이 제비뽑기로 지도자를 선출하는 것이 터무니없는 일이다”라고 제비뽑기 방식을 비판했다. 그는 지혜와 덕을 갖춘 철학자가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고 설파했다. 맞는 말이지만, 문제는 우리가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선거방식이나 평가 방식이 지혜와 덕을 갖춘 지도자를 만들어 내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리더십 학자들이 이 고전적인 문제에 도전하는 실증 실험을 했다. 스위스 취리히 대학 교수팀(Berger교수, Osterloh교수 등)이 취리히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해 본 것이다(리더십 연구의 권위지 The Leadership Quarterly에 2020년에 발표). 연구자들은 취리히 공대와 취리히 연방 공대 재학생 864명을 6명씩 팀으로 구성하고 이 팀을 세 개 부류로 나누었다(각 48개 팀). 첫 번째는 ‘완전 경쟁 선발’ 그룹으로서 여기서는 팀리더를 상식시험에서 최고 성적을 기록한 학생으로 선발하도록 했다. 두 번째 그룹은 ‘완전 무작위 선발’ 그룹으로서 여기서는 제비뽑기로 팀리더를 선출하게 했다. 그리고 세 번째 그룹은 ‘부분 무작위 선발’ 그룹으로서 성적으로 상위 3명을 가리고 그 3명 중에서 제비로 리더를 뽑게 했다. 그리고서 이 팀들은 답이 쉽게 나오지 않은 의사결정을 했다. 이 과정에서 어떤 리더가 자만심이 높고 이기적인가를 보고자 했다.

 

결과가 어떻게 되었을까? 물론 개인 성향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자만심이 높은 사람이 있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리더가 어떻게 선발되었느냐에 따라서 리더의 행동이 많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실력으로 리더가 된 곳에서나 제비뽑기로 리더가 된 곳에서는 자만심이 높은 리더가 이기적인 행동을 보였다. 그러나 실력으로 3명을 추린 후 제비뽑기로 최종 선발한 경우 자만심이 높은 사람이 오히려 자기 성향을 죽이고 겸손하게 행동하고 팀원들을 지원하는 행동을 많이 보였다. 이 연구는 100% 경쟁이나 100% 제비뽑기보다는 두 방법을 적절히 혼합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을 시사한 것으로써 매우 의미 있는 연구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 리더를 뽑는데 완전히 무작위로 뽑는 것도 플라톤이 지적한 대로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그렇다고 실력으로 뽑다 보면 여러 가지 부작용이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이 리더의 자만심과 특권의식이다. 자기가 잘나서 그리된 줄 알고, 구성원을 무시하거나 집단의 이익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막기 위해서는 무작위적인 요소 또는 자신이 어쩔 수 없는 힘을 느끼고 의무감을 느끼게 해야 한다. 실제로 친목 모임에서는 회장을 선출할 때, 재미로 제비뽑기한다거나, 사다리 타기를 하는 경우가 있다. 그게 그냥 ‘장난’이 아니라 매우 지혜로운 방법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미라이 공업의 아키오 사장은 당근과 채찍이 아니라 오로지 당근만으로 사람을 경영하려 했다. 경쟁이 아니라 협력의 문화를 만들면서 리더 중심의 조직이 아니라 조직원 중심의 조직을 만들려 한 것이다. 그의 선풍기 방식이 리더를 겸손하게 하고 조직을 창의적으로 만드는 데 기여한 게 아닐까?

 

choyho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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