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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 교수의 Leadership Inside 296]
행복한 순간을 저축해 두고 계속 즐길 수는 없을까?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4/05/07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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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 교수     ©화성신문

여행을 가서 좋은 경치를 보면 사진을 열심히 찍는다. 멋진 장면을 계속 간직하고 싶어서 말이다. 더러는 풍경만 찍기도 하고, 더러는 자신과 일행을 넣어서 찍기도 한다. “남는 건 사진뿐이다”라고 하면서 열정적으로 찍는 사람도 있다. 그러고서 돌아와서 그때 찍은 사진을 보면 행복했던 장면들이 새록새록 생각이 나면서 기분이 좋아진다. 필자도 해외에서 생활했던 모습을 틈틈이 찍어 앨범에 넣어두고 보곤 했다. 

 

그런데 사진 찍는 일도 쉽지 않지만, 정리하는 것도 일이고, 보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너무 많다 보니 그게 그거고 감흥도 별로다. 그래서 필자는 ‘멘탈사진’을 활용한다. 정말 중요한 장면을 마음속으로 촬영해 마음속 ‘멘탈앨범’에 저장해 두고 꺼내 보는 것이다.

 

필자는 대학 갈 때 1차 시험에 떨어지고 2차 시험을 쳤는데, 할 수 없이 시험을 치기는 했으나 별로 내키지 않았다. 그래서 시험 결과도 별로 알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냥 흘려보낼 수가 없어서 등록 마감일에 서울 광화문에 있는 사무실에 찾아갔다. 그것도 퇴근 시간 가까이 되어서 말이다. 필자가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서 이름을 이야기하자, 사무실에 있는 분들이 모두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는 것이었다. 필자는 그때 수석합격이었다. 수석 합격자가 합격통지서를 찾아가지 않고 있다가 마지막에 나타나니 직원들이 놀랄 수밖에. 이 장면을 사진기로 찍어둔 것은 아니지만, 팔자의 머릿속에는 생생히 간직되어 있다. 아니 그 장면을 ‘찰카닥’하고 찍어서 둔 것처럼 액자화되어 있다. 이런 상상의 사진이 몇 장 더 있다. 첫 아이가 태어나서 처음 대면할 때 모습, 박사학위 심사할 때의 장면 등 말이다.

 

이런 장면들은 생각한다고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떠오르는 경우가 많다. 오후에 필자가 근무하는 사무실에 들어가는데 옛날 장면이 떠오르기도 하고, 아이 젖병 광고만 보아도 43년 전 첫아이의 갓난애 모습이 떠오르고, 또 남들 면접 장면만 보아도 필자의 옛날 심사 모습이 떠오른다. 유사한 자극에 조건화되어 옛날 있었던 일이 떠오르는 것이다.

 

파블로프의 개 실험은 너무나 잘 알려진 실험이다. 소련의 생리학자 파블로프는 1900년대 초 개를 데리고 놀라운 실험을 했다. 개는 고기를 주면 침을 흘린다. 그런데 개가 종소리만 듣고도 침을 흘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고기를 줄 때마다 종소리를 들려주었더니 나중에는 고기 없이 종소리만 듣고도 개가 침을 흘리는 것이었다. 개는 종소리를 들으면서 고기를 먹었기 때문에 나중에는 종소리를 들으면 고기가 연상이 되어 종소리에 반응하게 된 것이다. 이것을 ‘조건화’라고 한다. 종소리라는 자극은 그냥 종소리가 아니라, 고기의 존재를 알리는 신호가 된 것이다. 이렇게 해서 조건화는 다른 자극에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개가 메트로놈 소리를 듣고 침을 흘렸고, 사람의 발걸음 소리만 듣고도 침을 흘렸다.

 

조건화는 개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동물에서 일어나고 인간에게서도 일어난다. 인간은 상상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사실 조건화가 개 같은 동물보다 훨씬 많이 일어난다. 그래서 뜻하지 않은 조건화 때문에 문제가 되기도 한다. K 사장은 안경 쓴 사람만 보면 왠지 기분이 안 좋고 긴장이 되었다. 그 사람 이야기는 믿고 싶지 않았다. 알고 보니 과거에 자신이 안경 쓴 사람에게 사기를 당한 적이 있는데 자신도 모르는 사이 안경과 사기 사건이 조건화되어 있었다. 이를 깨우친 순간 그 문제에서 해방이 될 수 있었다. 조건화는 긍정적인 것이든 부정적인 것이든 일어난다. 

 

우리는 하루를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일을 경험하게 되고 그때마다 여러 가지 감정을 느끼게 된다. 잠시 왔다가 흘러가는 감정을 저장해 두고 필요할 때 꺼내 쓰려면, 조건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된다. 조건화를 ‘앵커링(anchoring)’이라고도 한다. 앵커는 배의 닻인데 닻이 배를 묶어 두듯이 감정을 어떤 신호에 묶어두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앵커링은 풀어내고 긍정적인 앵커링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 

 

손흥민 선수는 골을 넣을 때마다 양손으로 카메라 모양을 만들어서 눈에 대고 카메라 찍는 시늉을 한다. 그 행위를 하는 순간 좋은 감정이 카메라 손 모양에 앵커링 되는 것이다. 이런 행동을 반복하게 되면, 나중에는 그 모양만 만들어도 좋은 감정이 일어나게 되고 그 모양을 보거나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히딩크 감독은 기분이 좋을 때는 어퍼컷을 했다. 그것도 그의 앵커링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자기 주변 곳곳에 좋은 감정을 앵커링 해둔다. 자동차에도, 의자에도 그리고 골프채에도 말이다. 자신이 반복해서 쓰는 말에도 그리고 커피 향기에도 말이다. 그러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좋은 에너지가 자신을 감싸게 된다.

 

choyho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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