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돈을 벌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면, 아마도 많은 사람이 질문 같지도 않은 질문이라며 실소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기업의 존재 이유가 ‘이윤 추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업의 본질이 이윤 추구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기업가 중에서 이런 주장을 펴니 의아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우리가 잘 아는 삼성의 창업자 이병철 회장도 자신은 ‘사업보국(事業報國)’을 생각하며 일을 했다고 했다. 자신이 기업을 하는 이유는 나라를 부강하게 하는 것이고 나아가서는 인류에 공헌하고 봉사하는 것이라는 말이다. 이러한 그의 생각이 삼성의 경영철학 1조, 즉 사업보국이 되었다.
기업의 목적은 이윤 추구인가 아니면, 사회공헌인가? 이 두 화두를 두고 논쟁을 벌일 때, 기업의 목적을 다른 각도에서 정의한 사람이 나타났다.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가 그다. 그는 오스트리아 출신으로서 젊어서 법학, 철학, 정치학, 역사학, 경제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부했으며, 영국으로 가서는 저널리스트로서 일을 했고, 미국으로 가서는 철학과 정치학을 가르치는 교수로 재직했다. 그러면서 실용적인 사고를 가지고 경영컨설팅을 했다. 특히 당시 세계 최대의 자동차 메이커 GM을 컨설팅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1954년 펴낸 ‘경영의 실제’(The Practice of Management) 책에서 기업의 목적은 다름 아닌 ‘고객의 창출’(to create a customer)이라고 주장했다.
기업은 멋있는 철학을 던지거나 아름다운 시를 펴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기업이 제공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사 갈 고객을 만들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 기업은 시장에서 거래를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드러커는 그렇기 때문에 기업의 목적이 이윤의 극대화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기업이 돈을 많이 쌓아둔들 고객이 없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지속해서 고객이 있어야 기업이 존재 이유가 있는 것이다. ‘고객을 있게 하는 것’ 아니면 ‘고객을 창출하는 것’ 그것이 기업의 궁극적 목적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고객을 계속 창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고객은 사람이고 유기체이기 때문에 계속 변한다. 따라서 기업도 계속 변해야 하고 더 좋은 상품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는 혁신을 해야 한다. 그리고 고객을 파악하고, 예측하고 관계를 맺는 소통을 해야 한다. 곧 마케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좋은 상품을 더 좋은 조건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생산성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그는 가르쳤다. 그래서 드러커 경영학에서는 ‘고객 창조’ ‘혁신’ ‘마케팅’ 그리고 ‘생산성’이 빠지질 않는다.
그럼, 이익은 필요 없다는 이야기인가? 천만의 말씀이다. 피터 드러커는 이익은 기업 활동의 목표가 아닐 뿐이지 매우 중요한 구실을 한다고 했다. 이익은 일단 결과로서 의미를 갖는다. 어느 기업이 이익을 많이 냈다는 이야기는 고객 창출을 잘했다는 뜻이 된다. 고객의 니즈를 잘 파악했고, 그 니즈에 맞추어 좋은 상품을 제공했고 그래서 고객으로부터 신뢰를 받았다는 이야기다. 그러므로 지금 이익을 많이 낸 기업이 앞으로도 좋은 상품을 고객들에게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 한마디로 이익을 많이 낸 기업은 좋은 기업인 것이다.
둘째, 이익은 또한 미래에 좋은 상품을 내어놓을 수 있는 자원이 된다. 돈이 있어야 연구개발도 하고, 돈이 있어야 인재도 확보하고 또 돈이 있어야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신차를 개발하는 데는 3-4천억원이 필요하고, 반도체 라인 하나 까는 데는 조 단위가 든다. 돈이 있어야 이런 걸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이익은 기업의 목표 달성을 위한 필수적인 수단이다.
셋째, 이익은 또 위험에 대비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기업을 운영하다 보면, 자연재해도 있을 수 있고, 경기순환에서 오는 위험도 있을 수 있고, 또 새로운 것을 도전하면서 생기는 실패도 있을 수 있다. 이런 것을 감당할 수 있는 자금이 회사에 쌓여 있어야 생존할 수가 있다. 기업이 스스로 돈을 벌지 못하면 남의 돈을 빌려서 이런 일들을 해야 한다. 그것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저해하는 것이다.
이익이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다 보니 이익이 마치 목적인 것처럼 간주될 수 있다. 드러커는 그래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익을 우선시하다 보면, 결국 고객을 멀리하게 되고 본질을 놓치게 된다. 기업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철학을 강조하는 것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철학이 중요한 것도 사실이다. 우리가 하는 일에 의미를 부여하는 게 철학이기 때문이다. 그 철학이라는 것도 시대의 산물이고, 경영자의 편견이다. 그것 때문에 사실을 제대로 못 볼 수 있고, 그것 때문에 오만해질 수 있다. 철학도 이익과 마찬가지로 고객을 창출하고, 시장을 만들어내는 수단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choyho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