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행복봉사단(단장 이화영)은 올해 2700포기의 배추로 김장김치를 담가 10kg 300박스를 다문화 가정, 독거노인, 만나무료급식소, 푸른자리지역아동센터, 시각장애인협회, 지체장애인협회, 화성아름마을 등 어려운 이웃들과 나눴다. 참여 연인원 70여명의 봉사자들이 첫째 날에는 밭에서 뽑은 배추를 소금에 절이고, 둘째 날에는 절인 배추를 헹구고, 마지막 날에는 속을 넣고 포장하는 3일에 걸친 대장정이었다.
매년 김장김치를 담가 어려운 이웃들과 나누는 봉사를 실천하고 있는 나눔행복봉사단의 이화영 단장을 마도공단에 위치한 그녀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수줍은 듯 선한 얼굴에 미소를 띤 그녀가 반갑게 맞이한다.
이 단장이 김장김치 봉사와 인연을 맺은 것은 자오쉼터교회 양미동 목사의 소록도 한센병 환자들을 위한 김장김치 5000포기 담그기에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됐다. 양미동 목사는 본인이 22차례나 전신마취 수술을 받은 1급 장애인이면서 장애인들을 돌보는 기독교 사회 복지시설 자오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양 목사는 ‘나보다 더 고통받는 사람이 있을까?’하는 마음으로 찾았던 소록도에서 한센병 환자들의 고통스런 모습을 보았고, “육지에서 만든 김치를 먹고 싶다”는 소망을 들었다. ‘봉사는 중독되고, 행복은 전염되는 세상을 만들자’를 모토로 삼고 있는 양 목사는 이때부터 올해까지 30년째 봉사자들과 함께 김장김치를 담가 소록도 한센병 환자들에게 전달해 주고 있다.
이 단장은 2016년 송산로타리에 가입해 2017년 총무를 맡게 됐다. 2017년 로타리 회원들과 호남향우회 회원들이 정기적으로 봉사할 수 있는 곳을 찾다가 인근에 있는 자오쉼터를 알게 됐다. 마도에 있는 호남향우회 회원, 송산로타리 회원들과 함께 자오쉼터에서 소록도에 보낼 김장김치 봉사에 참여했다. 첫째 날에는 마도에 있는 호남향우회 회원들이 5000포기 배추를 소금에 절이고, 다음날에는 송산로타리 회원들이 헹구는 작업을 담당했다. 추운 날씨에 허리 한번 제대로 펼 짬도 없는 강행군이었지만 마음은 뿌듯했다. 한번 해보니 자체적으로 몇백 포기 정도는 해도 되겠다 싶었다. 다음해부터 향우회 회원들을 중심으로 배추 200포기를 김장해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해 달라고 마도면사무소에 전달했다.
향우회 멤버들을 중심으로 수량을 600포기로 늘려 매년 김장김치 나눔을 진행하다 보니 조금씩 힘에 부치면서 빠져나가는 사람들이 생겼다. 이에 이 단장을 중심으로 ‘봉사를 꼭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끼리 봉사단을 만들어서 우리끼리 한번 해 보자’는 마음으로 2000년 나눔행복봉사단을 만들게 됐다. 현재 11명의 회원들이 활동을 함께하고 있다.
그녀는 “봉사는 사랑입니다. 서로 사랑을 나눈다고 생각해요. 나누면 행복하다는 의미로 봉사단 이름도 나눔행복봉사단이라고 한 겁니다”라고 말했다.
봉사단을 결성하고 김장김치를 600포기, 1400포기로 늘려가면서 직접 어려운 이웃을 찾아 전달하게 됐다. “이제 김치를 받는 분들이 몇 년째 봤기 때문에 보통 아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굉장히 감사하다고 인사하실 때 내년엔 더 열심히 해야지 하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라며 자꾸 김장김치의 양을 늘리는 이유를 설명했다.
올해는 직접 재배한 배추 400포기, 호박넝쿨봉사단에서 기른 배추 1600포기, 예산의 이 단장 친구가 후원해 준 배추 400포기, 지인들이 후원해 준 배추 300포기 등 2700포기의 배추로 김장김치를 했다. 여기에 들어가는 배추, 갓, 파, 무, 고춧가루, 젓갈 등 모든 재료는 직접 재배하거나 지인들로부터 구매한 국산품만 사용했다.
이 단장의 김장김치 준비는 기금 마련을 위해 봄부터 시작된다. 지난 4월에는 회원들이 힘을 모아 기금 마련을 위한 일일주점을 운영했다. 밭에는 고구마, 고추, 감자 등을 심어서 판매한다. 청양에 있는 시댁의 밤도 주어와 판매한다. 배추, 무, 갓, 대파는 밭을 빌려 심고 길러 김장할 때 사용한다. 평일에는 회사에서 일을 하고, 휴일에는 어김없이 밭에 나가 일을 한다. 이렇게 그녀의 연간 계획은 김장김치 봉사를 중심으로 짜여져 있다.
그녀의 취미를 묻자 “예전에는 산도 좋아했고, 낚시도 좋아했지만 자주 할 수가 없고, 좋아하고 자주 하는 것이 취미라고 한다면 ‘밭일’이 취미죠”라고 대답한다.
그녀가 이렇게 김장김치 봉사에 집중할 수 있는 데는 남편의 배려가 큰 힘이 됐다. 지인에게 빌린 500평의 밭에 채소들을 심기 위해, 남편과 둘이서 삽과 괭이로만 45m의 고랑 20개를 만들고 비닐을 씌우는 작업을 해냈다. 남편은 때가 되면 비료를 주고 깐깐한 이 단장의 잔소리를 들어가면서도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김장김치를 할 때면 일주일 전부터 집에서 황석어젓 끓이는 냄새를 참아야 하고, 많은 봉사자들이 집안팎을 들락거리는 것을 눈감아 주었기에 가능했다.
김장김치에 소극적 지원을 하던 남편이 지난해 남편 지인인 독거노인 몇 분에게 김장김치를 전달하고 그분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나서 올해는 “김장 언제 하는가?”라고 묻기도 하고, 밭에 약도 치는 등 적극적인 모습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역시 봉사는 중독되고, 행복은 전염되는가 보다.
그녀와 남편 안병우 씨가 함께 운영하는 우영종합전기는 2002년도에 남양공구유통상가에서 시작했다. 2007년 마도공단에 위치한 현재 건물이 준공되면서 이곳으로 이사했다. 주로 제조업체의 기계 설비에 대한 설치, 컨트롤 박스 제작, 배관, 배선 등을 주로 하고 있다.
요즘 불경기로 기업들의 투자가 얼어붙어 모두들 힘든 상황이지만 서로 신뢰하고 10년 이상 꾸준한 거래를 이어오고 있는 우량 고객들이 있어 큰 힘이 되어 주고 있다. 여기에는 엔지니어인 남편이 직접 컨트롤 박스를 제작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살포시 남편 자랑 한 스푼을 얹는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내년에는 3000 포기를 목표로 하려고 합니다. 저희가 시각장애인 협회, 지체장애인협회, 송산에 있는 화성아름마을 등에 30박스씩을 드렸는데 욕심 같아서는 50박스씩 이렇게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한 3000포기 정도는 해야 마음이 좀 풍요롭게 드릴 수 있을 거 같아요”라고 말하는 그녀의 얼굴에는 내년에 좀더 많은 김치를 나누어드릴 생각에 미소가 번진다.
신호연 기자 news@ih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