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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마음속으로 말하는 사랑의 자리(2)
안용중 김원근 교장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0/11/10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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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도 없이 절친한 친구와 사랑하는 아내에게 배신당한 주인공 헨릭은 배신감과 절망감으로 자신만의 세계로 칩거하여 고독한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그 침묵의 세월 속에서 아내는 죽고 헨릭은 살아서 친구를 기다린다.

그는 분노와 절망과 침묵 속에서도 보이는 현실 이면에 숨어 있는 진실은 무엇인지, 도대체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는지, 그것은 인간의 본성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인지 알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기다림은 하나의 주술이 되어 그를 지탱해 주는 힘이 되었던 것은 아닐까? 그리하여 사랑의 대상에게 죄책감을 느끼고 자신의 불행을 기꺼이 수용하려는 고행의 길을 자청했던 것이고.

사랑과 정열, 배신과 증오가 한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력은 가히 절대적이고 자명해서 우리 가슴은 속수무책으로 쉽게 베이고, 그로 인해 우리가 겪어야 하는 비극은 직접적이고 필연적이기에, 개인의 삶이 사랑과 그에 따라 파생되는 복잡 미묘한 감정에 연결돼 있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할 것이다.

이 작품의 또 다른 백미는, 인간 감정의 심연을 들여다본 자만이 표출해낼 수 있는 잠언이 유려하게 펼쳐지면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가령, "사람은 고독 속에서 모든 것을 배우게 되네. 그리고 두려운 게 없어지지." "우정은 지고의 정담이기보다는 인간의 엄격한 법칙이다" "고통이나 죽음보다 더 나쁜 것이 있네. 자부심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더 나쁘다고 할 수 있네" 등을 보라.

누군가를 죽일 수 있을 정도로 사랑하고 목숨을 바칠 만큼 가까운 사람보다 오래 산다는 것은 은밀한 범죄라는 주인공의 가슴을 쥐어뜯는 독백에, 매사에 속물근성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는 우리는 뭐라고 응답할 수 있을까?

혹시, 속물인 우리가 행하는 그 사랑의 대상은 바로 은밀한 욕망이며, 욕구 충족의 들러리에 지나지 않는 것은 아닌지?
 
그럼에도 "우리 존재의 깊은 밑바닥에서, 우리가 하는 모든 행위의 의미는 우리를 누군가에게 묶는 결합에 있지 않을까" 라고 은밀히 고백하기 위해서는 더 많이 고독해하고, 더 많이 아파하고, 더 진솔하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자기 삶에 숙연한 사람들 연못에만 푸른 별은 뜨고, 나 아니 타인과 함께 하고 싶어 별은 총총 빛을 발하며 속삭이는 것이겠지. '인간은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것을 모모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한때 유행했던 가요의 가사가 떠오른다. 사랑이 더 이상은 궁색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사랑을 향한 우리의 열정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차고 넘쳐도 좋으리.
 


▲책 제목: 열정
▲지은이: 산도르 마라이
▲출판사: 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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