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김재철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그건 난 알겠고’
김재철 자유기고가 농학박사 전 농촌진흥청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5/07/08 [09:21]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요즘 가당찮은 소식들에 떠밀려 막걸리 한 잔하고 TV 개그맨들의 웃음잔치에 미소 띨 때가 많다. 

 

치우친 뉴스나 허접한 시사토론 등은 아예 눈길도 주지 않고 지구탐사 등 자연 다큐멘터리와 개그맨들의 프로를 즐긴다. 그중에 ‘개그콘서트’가 있다. 

 

막무가내 되돌리려는 세상사 잊고 그나마 1시간여를 마음 가벼이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개그맨들은 머리가 좋다. 

 

순발력이 강하다. 

 

머리를 짜내 소재를 발굴하여 연기를 완성하고 나아가 시청자의 공감까지 얻는다. 

 

개그맨은 미인을 얻는다는 우스갯소리에 수긍이 간다. 

 

개그콘서트 ‘민상토론’ 코너가 ‘행정지도’ 처분을 받았다. 

 

제재이유는 시청자의 윤리적 감정이나 정서를 해치는 불쾌감·혐오감 등을 유발했다는 조항이다. 

 

메르스와 관련, 보건복지부 장관의 부실대응 등을 풍자한 내용이 시청자를 불쾌하게 했다니, 아마도 정곡을 찔렀나 보다. 하지만 그 정도 정치풍자가 행정지도를 받을만한 사안인지는 ‘그건 난 모르겠고’. 

 

더불어 최근의 불쾌한 현안들은 국민들로부터 어떤 행정지도를 받아야 할지 그 또한 ‘그건 난 모르겠고’. 

 

국어사전에 보면 개그는 연극, 영화, TV프로그램 따위에서 관객을 웃게 하기 위해 하는 대사나 몸짓이고, 풍자는 남의 결점을 다른 것에 빗대어 비웃으면서 폭로하고 공격하는 것이다. 또한 풍자는 정치적 현실과 세상 풍조, 기타 인간생활의 불합리·허위 등에 가해지는 기지 넘치는 비판적 또는 조소적인 발언이라 한다. 

 

‘민상토론’은 풍자개그다. 

 

풍자개그는 시청자에게 웃음을 던져주고 웃음 뒤에 현실을 직시하는 통찰력을 갖게 한다. 때로는 카타르시스를 가져다준다. 

 

풍자는 대화, 문학, 만화 등으로도 표현된다. 

 

월남 이상재 선생의 일화는 유명하다. 

 

일제시대 이완용, 송병준에게 “대감 네는 동경으로 이사 가시지요”, “그건 무슨 소리요?”, “대감 네는 나라 망하게 하는 데는 천재들이니 동경에 가면 일본도 망하게 할 게 아니요?” 권력의 정점, 두 사람을 힐난한 월남 선생은 얼마나 미운 털이 박혔을까?

 

풍자문학이 활발했던 시대는 개화기. 

 

‘허생전’은 국가의 경제 경영능력을 조롱하고 비웃는 풍자의 한 사례이다. 그리고 일제침탈이 극심하던 1930년대. 그때는 풍자적 수법을 써서 현실비판 활동을 했다. 한편 서민은 풍자놀이로 울분을 씻어냈다. 

 

<하회별신굿탈놀이>는 서낭당에 제사지낼 때 상민에 의해 공연되어온 가면극으로 파계승에 대한 조소와 양반 등에 대한 풍자 굿이며, <봉산탈춤>, <양주별산대놀이> 또한 파계승, 양반계층 등을 풍자하고 있다. 

 

시사만화는 정치·사회·문화 등 현실에 촌철살인 풍자를 가한다. 김성환 화백의 기승전결 4컷 만화 ‘고바우 영감’은 자유당 시절 제일 먼저 찾아보던 코너였다. 

 

가짜 ‘귀하신 몸 이강석’에 놀아난 경찰서장, 시장, 군수 등 기사를 보고 김 화백이 그려냈던 ‘경무대에서 똥치는 분’. 

 

1958년 1월 23일자 만화다. 

 

그는 ‘경무대 모독 혐의’로 이틀간 문초를 받고 즉결재판에 회부됐다. 

 

이 사실이 보도되자 영문을 모르는 사람들도 이 만화를 찾아보게 돼 경무대라고 하면 신격화된 존엄성을 만들던 관리들의 아첨을 스스로 입증해 경무대의 위신은 땅에 떨어졌다. 

 

‘경무대를 모독할 생각은 전혀 없었고 몰지각한 일부 아첨 배를 비꼬아 표현했을 뿐’ 이었던 그는 사백오십환의 과태로 처분을 받았다. 

 

김 화백은 당시 분위기가 자유당 간부도 아닌 일반인 세 사람 중 한 명은 만화를 보고 자신을 비난하는 사람인 듯싶었다고 한다. 그런 사람들은 일제 천황시대의 연장으로 현재를 착각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렇다면 과태로 처분을 받은 고바우 영감 ‘경무대에서 똥치는 분’과 행정지도 처분을 받은 개그콘서트 ‘민상토론’은 ‘도찐개찐’, 불쾌감 유발 조항에 해당되었나? 하지만 자유당 시절로 현재를 착각하는 듯 의뭉스러운 행정지도 처분을 두고 ‘그건 난 모르겠고’ 라고 말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화성신문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인기기사목록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