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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네샤’의 도움으로
김재철 자유기고가 농학박사 전 농촌진흥청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5/07/30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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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마할, 아그라 성을 뒤로 하고 다얄 바그 사원을 지나 시크리로 향한다. 

 

인도 무굴제국의 3대 황제 악바르(1542~1605). 왕비와 800여명의 궁녀에게서 사내아이를 얻지 못한 악바르는 회교수행자의 예언을 믿고 기적적으로 아들 셋을 얻자 성채로 요새화된 새 도시, 시크리를 건설한다. 그리고 전쟁 승리를 기념하여 ‘승리의 도시’라 이름 짓고 수도로 삼았다. 

 

지금은 비록 황폐해졌지만 붉은 사암으로 축조된 거대한 성은 무굴제국 건축물의 웅장함을 나타내고, ‘승리의 문’ 등 많은 건축물이 보존돼 있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이다. 특히 시크리의 모스크는 메카 사원의 견본이 되어 페르시아와 힌두 건축물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해질 무렵 도시 전체를 붉게 물들이는 아름다움은 그 정점에 이른다. 

 

다음 여정, 자이푸르로 출발한다. 

 

길 양옆은 끝없이 펼쳐진 노란 유채꽃 물결이다. 

 

화장실이 달리 없는 이곳에서 유채 밭은 여행객에게 아주 유용하다. 

 

휴식시간, 외딴 농가 마당 한 구석에서 아버지와 어린아이가 한가롭게 쉬고 있다. 

 

이방인이 마당에 들어선 것을 봤는지 멀리서 한 여인이 갓난아기를 안고 빠른 걸음으로 건너온다. 

사내의 여동생이라 한다. 

 

아기를 안아 보려 하니 여인은 웃음 띠며 말없이 아기를 건네준다. 

 

잠시 후 돌아가려는 기색을 보이자 여인은 아기를 가져가라고 손짓 한다. 아니 공짜로? 아기를 안고 뒤도 안 돌아보고 버스로 돌아온다. 버스가 출발하려 한다. 여인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린다. 

 

자이푸르행 도로는 엉망이다. 

 

비포장도로인데다 움푹 팬 곳이 많아 고물버스가 고생이다. 

 

기사는 요리조리 비껴가며 곡예운전을 한다. 결국 버스가 철렁 튀는 바람에 뒷좌석에 있던 나는 등받이에 부딪쳐 왼쪽 옆구리에 통증을 느낀다. 별 것 아니려니 생각했지만 건드리거나 허리를 구부리면 아파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다. 

 

고생 끝에 자이푸르에 도착한다. 

 

자이푸르는 사막지대에 있는 도시로 핑크시티라 불린다. 

 

1876년 이곳을 찾은 영국왕자를 환영하기 위해 시가지를 핑크빛으로 칠했다. 

 

2~3백년 된 건물들로 구성된 그것이 자연스레 관광자원화 됐다. 

 

증·개축은 물론 철거도 안된다. 

이곳에 시티 팰리스라 불리는 마하라자 궁전이 있다. 

 

궁전 안의 마하라자 박물관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항아리로, 기네스북에 오른 345㎏의 은 항아리, 마하라자의 병기, 의복 등을 전시해 놓고 있다. 

 

궁전 중앙에 위치한 7층의 대리석 건물 찬드라 마할은 달빛궁전이라 불리며 달빛에 따라 궁전의 아름다움이 극치를 이룬다. 또한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하와마할 궁전은 ‘건축적 베일’에 가려진 벌집 모양의 5층 건축물이다. 

 

성주인 마하라자가 궁녀들의 바깥 구경을 위해 벌집형태의 창살로 이루어진 953개의 격자형 창문을 만들었다. 그 바람에 바람이 잘 통하여 바람궁전으로도 불린다. 

 

자이푸르 북쪽 언덕위의 암베르 성은 악바르의 참모 만싱이 축성한 요새이다. 

가파른 길을 코끼리를 타고 성위로 오른다. 

 

조련사에게 기념으로 코끼리 털을 뽑아 달라니 딴청을 하고 뽑아 줄 기색이 아니다. 

1불을 준다. 

 

요새 입구 오른쪽 깔리 여신을 모시는 가족사원은 화려하고 아름답다. 

 

궁전으로 통하는 계단을 따라 오르면 접견실인 디완이암이 나온다. 

 

디완이암을 통과하면 이슬람 양식의 정원 주위로 화려한 궁전건물들이 마주보고 있다. 

 

이어 자이푸르 재래시장으로 향한다. 

 

건조한 기후 탓인지 공기가 탁하다. 

 

마스크를 쓴다. 

 

이방인이 다가가자 터번 두른 털북숭이가 피리소리로 코브라 쇼를 시작한다. 

 

사진 찍고 돈 내란다. 하와마할 앞 노변 토산품 잡화점에서 털보주인과 이야기 하던 중, 웬 꼬마 녀석이 시내 안내를 하겠단다. 무슨 소리야? 곧 출발할 텐데. 자, 이제 델리로 이동한다. 

 

귀국 후 한 달쯤 지나 병원에 간 김에 X-레이를 찍어보니, 의사가 웃는다. 왼쪽 갈비뼈가 부러져 자연스레 접착되는 중이란다. 

 

다행이다. 

 

인도 최고의 신으로 장애를 제거한다는 행운의 신인 ‘가네샤’의 도움이 컸나 보다. 

물론 갓난아기를 되돌려준 보답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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