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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 품종명 시시비비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5/09/23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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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벼 재배는 기원전 3,000년경부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따라서 고을마다 오랫동안 재배되어온 재래종이 있다. 금양잡록(1492년)에 보면 우리나라 벼 품종으로 올벼, 자채벼, 저광벼, 어우지, 쇠노되소리, 사노리, 다다기 등 20여종이 소개되고 있다.

 

이 시절 눈썰미 있는 농사꾼은 좋은 이삭이 있으면 골라내어 이듬해 종자로 사용하기도 했다. 1896년 경기도 여주군의 조중식이라는 농민은 좋은 벼 이삭을 발견, 이를 동리에 보급하자 향리사람들은 그의 노고를 치하하는 의미에서 벼 이름을 ‘조동지’라고 명명해 경기지방에 널리 보급됐다. 

 

근대적인 벼 품종육성은 1906년부터이다. 품종육성은 도입육종과 교배육종에 의해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지만 처음부터 교배육종에 의해 신품종이 개발된 것은 아니었다. 교배육종에 의해 신품종을 개발하는 데는 약 10년의 기간이 걸린다. 따라서 초창기 신품종 육성은 주로 손쉽게 도입육종에 의해 이뤄졌다. 가까운 외국에서 품종을 도입, 국내 적응이 가능한가를 검정해 새로운 품종으로 지정한다. 도입품종은 원명을 그대로 사용하거나 국내 사정에 맞추어 명명하기도 한다. 추청벼(아끼바레)가 그 예다.

 

1908년 일본으로부터 조신력, 고천수, 곡량도를 도입, 보급하기 시작했고 육성품종으로는 도입품종 은방주로부터 순계분리한 중은수원2호가 1936년에 처음 개발됐다. 조신력, 곡량도, 은방주 등 도입품종은 1940년대까지 가장 많이 보급됐다. 1949년에 나온 새나라, 배달 등 품종은 광복의 기쁨과 민족을 상징하는 의미로 명명됐다.  60년대 초반 쌀 자급달성을 위한 노력으로 이집트에서 비밀리에 가져와 ‘희농1호’로 명명된 벼 품종은 대통령의 이름에서 따온 품종으로 우리나라 기후에 적합하지 않아 대실패를 본다. 

 

1971년도에는 통일을 염원한 ‘통일’벼, 유신시절인 1976년도에는 ‘유신’벼, 1978년도에는 ‘삼성’벼가 개발됐다. 벼 품종명은 주로 생육특성에 따라 또는 적응지역에 따른 상징적 이름을 붙인다. 1970년대부터 80년대 초반까지는 조생종은 오대벼 등 산 이름을, 만생종은 동진벼 등 강 이름을 붙여 농가에서 품종을 쉽게 분류, 재배하도록 하기도 했다. 

 

최근 지난 2007년 장려품종으로 지정돼 전국적으로 재배면적이 가장 많은, 온 세상에 재배될 품종이란 의미로 명명된 ‘새누리’벼의 명칭을 변경하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다고 한다. 하필이면 특정 정당 명칭과 같아 가장 많이 보급된 현상을 이상한 관점에서 바라본 것이다. 새누리벼의 적응지역은 충남이남 평야지 및 전남북, 경남북지역으로 이 지역의 벼 재배면적은 전국 벼 재배면적의 77%에 육박한다. 따라서 이 지역에 적응, 선호도가 높으면 전국적으로 제일 많이 재배되는 품종일 확률이 높은 것은 자연스럽다.

 

1938년 창립된 삼성상회, 1962년에 개발된 새나라 자동차, 1973년에 결성돼 1980년에 해체된 유신정우회, 1987년 결성돼 1990년 해체된 통일민주당 등도 어쩌면 벼 품종명과 중복된다. 그리고 벼 품종은 아니지만 1969년에 개발돼 한때 전국적으로 널리 보급된 수원 광교산을 의미하는 콩 품종 ‘광교’. 1991년에 개발돼 우리 것임을 상징하는 ‘우리밀’. 하지만 광교산이,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가 이들 품종명을 두고 왈가왈부한 일은 없었다. 

 

더구나 유신벼 실패로 유신정우회가 사라졌다거나 광복70년 과학기술성과 70선에 포함된, 1971년 개발돼 1992년 사라진 통일벼 때문에 아직도 우리나라가 통일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는 국민은 없을게다. 품종 등록은 특허출원과 같다. 이제는 세계적으로도 알려졌을 법한 기존의 품종명을 굳이 바꿔야한다니 어쩌면 해외토픽감이 될지도 모른다. 이름을 선점한 ‘새누리’벼가 피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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