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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에게 베푼 가장 큰 선물
김재철 자유기고가 농학박사 전 농촌진흥청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5/10/07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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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구’는 우리 부부와 거의 10년을 함께 했다.

 

생일은 2003년 9월1일이지만 정확하지 않다. 2005년 우연히 데리고 왔기 때문이다. 광교산 산행 길에 식당 앞 전봇대에 매어있는 강아지와 어울리니 식당 아주머니 말이 주인 없는 개이니 가져가도 좋다고 한다. 건강진단 및 예방주사를 맞은 후 원장은 수컷 말티즈인데 대략 두 살이라 진찰카드를 만들었다. 이름은 무엇으로 할까요? 하기에 마침 오늘이 9월9일 쌍구 날이기에 즉석에서 ‘짱구’라 지었다. 2차 예방주사 맞을 때는 털 손질까지 마치니 산뜻한 차림새가 됐다. 

 

매사 긍정적이며 붙임성 있고 즐겁게 지낸다. 대소변은 화장실에 놓인 신문지에 처리한다. 좋아하는 간식을 들고 있으면 뒷발로만 서서 다가오기도 한다. 말을 건네면 고개를 갸우뚱 갸우뚱 거리며 아직 우리말에 익숙하지 못하다는 표정을 보인다. 옆에서 뭐라 하면 살짝 눈동자만 굴리기도 한다. 앞발과 뒤발을 가지런히 모으고 옆으로 누워 잘 때는 영락없는 사람 자세다. 코를 골기도 한다. 살짝 건드리면 발딱 옆구리를 돌려 잔다. 때로는 방귀도 뀐다. 

 

동네 어린이들과도 잘 어울려 가출도 여러 번 했다. 돌아다니는 ‘짱구’를 데려간 여학생이 목걸이 전화번호를 보고 연락이 오고, 경비원이 돌아다니는 ‘짱구’를 데려오기도 하고, 이웃 어린이를 따라가 수소문 끝에 찾아온 경우도 있다. 덕분에 아이스크림, 술, 과일 등이 사례로 보내졌다.

 

목줄을 꺼내들면 산책을 나설 것이다 짐작하고 꼬리를 마구 흔들면서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컹컹 빨리 가자고 어쩔 줄을 모른다. 목줄을 풀어주기라도 하면 내달리면서 즐거움을 만끽한다. 영역 표시 자세를 보면 어느 때는 왼 뒷발을 들고 어느 때는 오른 뒷발을 든다. 양발 잡이다. 풀숲에 마구 뒹굴러 진드기를 옮은 적도 있다. 귀가시간이 되어 목줄을 흔들면 슬그머니 다가와 목을 들이댄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신기하듯 말한다. ‘아니, 목줄을 매라고 지레 다가오네.’ 다른 개들을 만났을 때에는 뒷발로 버티면서 컹컹 큰소리친다. 한번은 목줄이 풀린 상태에서 송아지만한 진돗개에 덤벼들다가 목덜미를 물려 외과수술을 한 적도 있다. 

 

세월이 흐르자 ‘짱구’는 노쇠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분홍빛 피부에 여기저기 검버섯, 사마귀가 생기고 까만 콧잔등은 검붉은 색으로 얼룩졌다. 뒷다리 탈골이 일어나 소파에도 뛰어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식욕은 왕성하고 쾌활한 성격은 여전했다. 1년 늦게 입양한 고양이 ‘바스’와는 밥그릇도 함께 쓰고, 특히 3년 전 입양한 하얀 오드아이 고양이 ‘까미’와는 서로 몸 냄새를 맡아가며 아주 친밀하게 지냈다. 그러나 최근 소변을 흘리는 등 건강이 예전만 같지 않았다. 작년에는 백내장 증상도 왔다. 지난 해 연말 이사 온 후 몸동작이 느려지는 모습이 낯선 곳에서 겨울을 지내려니 하고 무심하게 지나쳤다. 얼마 전부터는 좋아하는 통닭을 주어도 반기지 않고 택배 아저씨가 와도 짖어대지 않는다. 

 

며칠 전 시야가 가리는 것 같아 머리털을 다듬는 동안에도 평소 막무가내이던 녀석이 얌전히 앉아 있어 다소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그날, 저녁밥도 남겼다. 다음 날, 설 3일전 아침이었다. 앞발과 뒤발을 가지런히 모으고 옆으로 누워있는 모습에 가슴이 덜컥했다. 눈은 감고 있어도 몸뚱이는 따뜻했다. 

 

‘짱구’는 까만 눈동자를 반짝이며 늘 무언가를 이야기하려 애썼다. 발자국 소리를 알아채고 미리 문 앞에서 기다리며, 혼자 두고 여행을 떠나면 음식을 반도 먹지 않았다. 항상 반갑게 꼬리를 흔들며 무릎에 안기려 하고 낯선 사람이 나타나면 경계 신호를 보냈다. ‘짱구’는 개가 얼마나 생각이 깊고 친근하며 유용한 동물이라는 것을, 우리 부부에게 베푼 가장 큰 선물은 사랑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떠났다. 오늘 아침 텅 빈 ‘짱구’ 집을 ‘까미’가 머리를 디밀고 있다. ‘짱구’ 형은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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