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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름의 뿌리와 지명유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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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땅이름의 뿌리와 지명유래<63>
경기향토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정찬모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6/03/30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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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내<2>

 

며느리는 정신 차려 생각해 보니 이는 반드시 무슨 변괴가 있을 징조이며 부처님의 자비로운 계시가 아닌가하고 한참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잠시 후 며느리는 집안으로 들어가 시아버지한테 스님과 있었던 전후 사실을 낱낱이 말하고, 앞으로 우리 집에 재앙이 닥칠 징조가 틀림없을 듯 하오니, 지금이라도 모든 욕심을 버리고 재산은 불쌍하고 어렵게 사는 사람들을 위하여 쓰자하며, 이후부터는 착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자고 간곡히 부탁을 드렸다. 그러나 아무리 간청을 해도 벽창호 같은 시아버지가 며느리의 말을 들을 리가 없었다.

 

그리고 그 날이 왔다. 그리고 맑은 하늘에 구름이 돌기 시작했다. 며느리는 또 다시 스님의 말대로 일단 이곳을 피하자고 마지막으로 호소했으나, 시아버지는 막무가내였다. “내가 어떻게 이 집과 재산을 모은 것인데 모두 버리고 떠난단 말이냐. 그까짓 중의 말을 듣고 그러느냐. 난 죽어도 안 떠나고 여기서 죽겠으니, 너나 떠나거라”했다.

 

며느리는 눈물을 흘리면서 할 수 없이 발길을 돌려 집을 떠났다. 집을 떠나서 급히 뛰어갈 때 비바람이 치기 시작했다. 천둥번개가 세상을 뒤흔들고, 금방 무슨 일이라도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을 안고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계속 뛰어갔다.

 

이때 구두쇠 영감은 한시라도 자기의 재물을 못 잊어 곡식과 재물을 쌓아 둔 창고로 달려가서 창고문을 열고 들여다보았다. 그 순간 천둥번개가 매우 몰아치더니 번쩍하는 번개와 함께 쾅하고 구두쇠 영감네 집 한복판에 벼락이 떨어졌다. 그 순간 집 창고 할 것 없이 불바다가 되고 말았으니 여기에 휩쓸린 영감인들 어찌 할 수 없었다.

 

정신없이 뛰어가던 며느리는 매우치는 천둥번개 속에서 집일이 걱정 되었으나 스님의 어떤 일이 있어도 뒤돌아보지 말라던 말이 머리 속에 스쳐 그대로 뛰어갔다. 그러나 ‘쾅 ‘하는 소리에 저절로 뒤를 돌아보게 되었다. 그러자 그 웅장하던 기와집이 삽시간에 활활 불길이 휩싸인 것을 보고 가슴이 철렁한 순간 또 다시 벼락 치는 소리가 나더니 며느리도 쓰러져 집안 식구들과 같은 운명이 되고 말았다.

 

스님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그 착했던 며느리도 죽게 되었는데, 며느리가 죽으면서 그 자리에 ’부처‘로 화신케 됐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도 수직리 앞 논뚝에는 불상이 서 있으며 액운을 물리치고 소원을 비는 아낙네들의 고사가 더러 이 불상 앞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 뿐 아니라 옛날부터 수직리 사람들은 칠월칠석날 뒷산 당집에서 소머리를 통째로 바치고 제주를 뽑아 고사를 지내며, 마을 사람들끼리 추렴해 잔치를 벌인다는 것이었다.

 

수직리 앞에는 조그마한 개울이 잇고 아래로더가면 황구지천이 있는데 이곳 일대를 가르켜 ‘부처’가 있고 ‘내(川)’가 있는 곳이라 하여 ‘부처내’라 불러오게 된 것이라 하고 있다.

 

출처: 화성시사편찬위원회 발행 ‘충효·예의 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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