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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년퇴직이 드물어진 사회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0/01/0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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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그러니까 지난해 연말에 어느 공직자의 정년퇴임식장에 참석할 일이 있었다. 34년간 소방공무원으로 근무하신 분이었다. 정년퇴임식장을 방문할 일이 드물었기도 했었지만, 소방공무원 정년퇴임식은 처음이었던 터라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하기도 했었다. 일반 정년퇴임식과 큰 차이는 없었지만 경례 구호가 안전이라는 점이 산뜻하게 들렸다.

 

단상에 마련된 좌석에는 정년하시는 분과 그의 아내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플래카드 속 영원한 소방인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식이 진행되고 주인공은 대통령 표창, 국회의원상, 경기도의회 의장상, 화성시의회 의장상, 태안농협 감사패 등을 수상했다. 가장 마음에 와 닿은 것은 가족들이 주는 감사패였다. 아들이 직접 감사패에 적힌 문구를 읽었다. 오랜존경합니다라는 표현이 들어있었다. 요즘 사회에 듣기 힘든 존경이라는 단어가.

 

그나마 공무원들은 정년퇴임까지 근무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일반 민간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에게는 정년퇴직이라는 단어가 사라진지 오래다. 사회가 너무나도 빠르게 변하는 탓에 나이 50을 넘기면 장수하는 축에 속한다.

 

얼마 전 퇴직한 지인이 한 말이 기억난다. 재취업 준비를 위한 어느 교육과정에서 들었던 말이라고 했다. 앞으로 50세가 넘은 사람이 사회생활에서 정규직일자리를 구하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그러면서 생존을 위해서는 자격증을 따고 실력을 키우는 길밖에 없다는 조언도 들었다고 했다.

 

최근 만난 어느 중소기업 사장은 오랜 세월 고락을 함께 해온 심복 같은 직원들에게 독립해서 사장이 될 기회를 다섯 차례나 주었다고 했다. 다섯 개의 회사가 탄생한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세 개 회사가 더 독립할 것이라고도 했다. 직원들이 그런 좋은 생각을 가진 대표를 만나는 건 정말 행운이다.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의 시대다. 젊은이들이 공무원이 되려고 안간힘을 쓰는 현실도 이해가 간다. 그나마 정년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정년퇴직이 줄어드는 건 불가피한 현실이다. 사람들은 이 각박하고 불확실한 현실 속에서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자영업자들의 깊어지는 한숨 소리는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지나온 인생 돌아보면 아쉽고 후회할 일들만 보인다. 과거는 과거일 뿐,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중요하다. 정년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사명감, 소명감, 책임감, 존경 같은 단어들이 더 이상 어색하게 들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실력 있는 자, 무던한 자가 오래 살아남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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