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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초대석] 박대선 삼형전자㈜ 대표
“사람이 답” 외치는 ‘다윗 같은 소통꾼’
미국서 MBA 마친 후, 창업주인 아버지 권유로 강제 입사
혹독한 경영수업 거친 2세 경영자, “글로벌 기업 성장이 꿈”
음향장비 분야 국내 1위, 1년 평균 200개 프로젝트 가동
최근 9,700세대 가락시영에 제품 공급, “기도하면 길 열려”
 
김중근 기자 기사입력 :  2020/08/21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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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대선 대표가 삼형전자 음향장비의 기능을 설명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 화성신문

 

 

오늘 오전 10시부터 ○○○동과 ○○○동 지하 2층 주차장 물청소가 있습니다. 이곳에 주차하신 차량은 930분까지 다른 곳으로 이동주차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상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알려드렸습니다.”

 

아파트에 산다면 스피커를 통해 들어보았을 법한 소리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이렇게 안내방송을 하는 장비가 대중방송용 음향장비다. 화성시 향남읍 발안산업단지에 자리를 잡고 있는 삼형전자는 이 장비를 만드는 회사다.

 

삼형전자는 1978년 설립됐다. 올해로 43년째를 맞은 장수기업이다. 창업주는 박영원 회장, 박대선 대표의 부친이다. 19일 발안산업단지에서 만난 2세 경영자 박 대표는 까무잡잡한 피부에 선량한 얼굴을 가진 사람이었다.

 

삼형전자 역사는 창업주에 의해 서울시 중구 오장동에서 여직원 한 명과 전화기 한 대로 시작됐다. 삼영전자라는 회사에서 영업사원으로 근무하던 박 회장이 회사가 부도나면서 전기 부품을 납품하는 회사를 조그맣게 차린 것이다.

 

아버지께서 영업을 하셨으니까 건설업체와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었을 것 아녜요. 회사를 차린 후 전기 부품을 납품하시다가 방송장비라는 게 있다는 걸 아시게 되셨답니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아파트 지을 때 방송장비가 무조건 들어가야 되니 한 번 해보라고 권유를 받으셨답니다. 전자 쪽에서 일하는 분들을 몇 분 스카우트 하셨어요. 제 삼촌들도 합류했죠. 아버지 동생들이죠.”

 

 

▲ 생산 현장에서 제품의 장점에 대해 설명하는 박 대표.     © 화성신문

 

 

월급 20만 원 아르바이트, 15만 원짜리 유리 깼죠

 

회사가 성장하면서 법인으로 전환된 1989년도에 부천으로, 1996년도에 시화로, 2006년도에 지금의 화성으로 이전했다. 100평에서 1,000, 그리고 지금의 2,200평 규모로 회사는 성장했다. 박 대표는 회사를 확장 이전할 때 꼭 어려운 시기가 닥쳐왔다고 한다.

 

시화로 이전한 1996년 이듬해에 IMF 사태가 터졌어요. 동아건설, 현대건설도 1차 부도 났었잖아요. 2차 때 막았지만. 쌍용, 건영, 최근에 경남, 한승종합건설. 삼한기업들이 저희 거래처거든요. 건설경기 부침과 함께 저희도 힘든 시절을 수없이 겪어온 거죠.”

 

박 대표는 31세였던 2002년도에 회사에 합류했다. 회사가 시화에 있을 때였다.

 

제가 미국에서 MBA 과정을 밟고 있었어요. 뉴욕주립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받았어요. 아버지께서 몸이 많이 아프셨는데 미국으로 직접 오셨어요. 내가 오래 못살 것 같으니까 니가 와서 좀 해라 그러시더군요. 졸업하고 나서 미국에서 자리를 잡을 생각이었는데 어쩔 수 없이 돌아왔죠. 그렇게 삼형전자와 인연이 됐죠. 벌써 18년이 지났네요. 아버지는 생존해 계세요. 더 건강해지셨어요.”

 

대학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하던 박 대표는 이미 대학교 3학년 4학년 때 아버지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이 있었다. 여러 가지 경험을 했다.

 

한 번은 납품하러 갔을 때 음향장비 앞에 달린 유리를 깼어요. 얼마나 욕을 먹었던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네요. 장비 앞쪽에 유리가 있거든요. 꽉 잡고 있어야 하는데 제대로 못 잡고 있었던 겁니다. 93년도에 월급이 20만 원 정도였을 겁니다. 유리 하나에 15만 원짜리였거든요.”

 

박 대표는 삼형전자로 입사한 후 생산, 자재, 해외 영업 등 다양한 분야를 거치며 경영수업을 받았다. 생산 파트 1, 자재 파트 2, 해외 영업 1년의 경험을 쌓았다. 제품을 대리점에 배송도 하고, 건설 현장에 납품도 했다. 해외 영업 거점지역은 중동의 허브인 두바이였다. 1년 가까이 두바이에 있으면서 이집트, 시리아, 이란, 사우디, 쿠웨이트 등 중동지역을 커버했다.

 

박 대표가 열심히 경영수업을 받고 있던 2006년도에 회사는 현재의 위치인 화성으로 이전했다. 사세가 확장되면서 넓은 부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년 만에 또 한 차례 큰 위기가 맞았다.

 

화성으로 이사 온 이듬해인 2007년도에 건설 경기가 내리막이었어요. 월드건설이 부도났어요. 6개월치 20억 부도를 맞았어요. 은행 앞에 가서 데모도 하고 그랬어요. 그 때가 아주 힘든 시기였어요. 저희 회사는 방송장비를 만들지만, 정보통신공사업도 하거든요. 스피커 달고, CCTV 달고. 평균적으로 장비 매출이 70%, 공사매출이 30% 정도예요. 크게 부도를 맞았으니 회사가 얼마나 어렵겠어요. 직원들 급여의 30%6개월간 삭감하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어요. 오래된 직원들은 애사심이 있어서 고통을 함께하는데, 입사 몇 년 안 된 직원들은 나가더라고요. 물론 회사가 어려움을 극복하고 나서는 밀린 급여 다 줬지요.”

 

삼형전자는 해외에서는 ‘ekars’라는 브랜드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이 브랜드는 20년 전쯤 한 직원이 낸 아이디어였다. enterprise korea acoustic research samhyoung의 약자다. ‘한국에서 음향을 연구하는 기업, 삼형전자라는 뜻이다.

 

저희 직원들 근속 연수가 길어요. 65, 66세 되신 분들도 있습니다. 정년퇴직은 만 61세지만, 계속 근무하실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40년 동안 근무하신 분도 계세요. 그 분 나이가 60세입니다. 47명 직원 중에 20년 이상 근무하신 분들이 절반 이상입니다. 직원들 근속 연수가 기니까 그만큼 현장 노하우가 많아요. 특성화돼 있다고 할까요. 오랜 경험이 있으니까 고객이 원하는 요구사항에 바로바로 대처할 수가 있죠. 현장 경험이 많으니까 트러블이 있을 때 해결을 잘해 줍니다. 우리가 현대건설, 현대산업개발, 대림산업, 삼성건설, KCC건설 같은 큰 건설업체에 납품하잖아요. 롯데정보통신쪽에는 OEM으로 납품하고 있고요. 신뢰가 바탕이 되고 기술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AS도 잘해야죠. 그러니까 좋은 관계가 계속 유지될 수 있는 겁니다.”

 

 

▲ 박 대표는 매일 아침 성경을 읽은 후에 일과에 들어간다. 박 대표가 인터뷰 하던 날 아침에 읽었다는 성경 구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화성신문

 

 

“2세 경영, 장점 많지만 부담도 커

 

이렇게 말하는 박 대표의 표정에서 자부심이 느껴졌다. 박 대표는 방송음향장비의 가장 중요한 기능으로 화재 발생 시 빨리 대피시키는 것을 꼽았다. 분리수거 일정 등 각종 정보를 알리는 안내 방송은 두 번째였다.

 

아파트에 불이 나면 소방 수신기랑 연결시켜서 빨리 대피시키는 게 방송음향장비의 첫 번째 목적입니다. 방송장비로 스피커를 통해서 집집마다 알려야 하잖아요. 각 세대에 부착돼 있는 스피커가 1와트짜리예요. 동별로도 방송할 수 있고, 아파트 전체로도 방송할 수 있어요. 안내방송도 중요한 기능 중 하나입니다. 요새는 지하주차장에 잔잔한 음악 깔아주잖아요. 그리고 마트에서는 음향장비를 통해 음악 많이 틀어주죠. 호텔, 병원, 학교, 공공건물, 지식산업센터 이런데 우리 음향장비가 많이 들어갑니다. 1년에 200곳 정도 들어갑니다. 아파트 한 개 단지가 한 프로젝트예요. 그러니까 200개 프로젝트인 셈이죠.”

 

삼형전자는 지난해 대박을 쳤다. 평소 꾸준한 연구 개발 노력이 보답을 받았기 때문이다.

 

작년에 소방법이 바뀌었어요. 스피커에는 선들이 있잖아요. 단락이 되면 스피커선이 다른 선에 붙어버리는 겁니다. 단락이 되면 그 한 집만 방송이 안 나가는 게 아니라 다른 집에도 안 나갑니다. 단락이 된 그 집은 방송이 안 나오더라도 다른 집은 방송이 나와야 되잖아요. 우리 회사가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특허를 2014년도 이미 받았거든요. 그런데 재작년에 어떤 사람이 이걸 방송에 터트린 거예요. 우리나라 실정이 이렇다 하고 말예요. 소방방재청에서 난리가 난 거예요. 어느 한 집에 단락이 되더라도 다른 집에는 방송이 나가게 해야 한다고 엄청 시끄러웠죠. 우리는 작년에 엄청 바빴죠. 10년치 업무를 한꺼번에 처리했어요. 지난해 많이 팔았어요. 올해는 조용하네요. 우리가 다 팔았기 때문일 거예요. 하하.”

 

2세 경영자에게는 네트워크 형성, 거래처 확보, 안정적인 직원 확보 등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못지않게 많다고 했다.

 

어느 정도 셋업이 되어 있잖아요. 맨땅에 헤딩할 일은 없죠. 그런데 부담스러운 건 회사를 수성하면서도 더 성장시켜야 한다는 겁니다. 뒤로 후퇴하면 손가락질 받을까봐 걱정도 됩니다. 그리고 오래 근무하신 직원들과의 갈등이 좀 있죠. 나중에 곰곰이 생각해보면 제가 틀리는 것도 있고, 그분들이 틀리는 것도 있고, 그런 것 같아요. 그런 걸 조화롭게 해나가야죠.”

 

박 대표는 5년 전인 2015년도에 창업주를 제외하고는 회사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13년의 세월 동안 사원, 대리, 과장, 실장, 부사장을 거친 뒤였다.

 

갈등이 생기면 대화로 풀어요. 오래 근무하신 분들이 많잖아요. 제가 어렸을 때 저한테 용돈 주던 삼촌들이예요. 요즘은 농담으로 삼촌이 이제 조카한테 용돈을 받네라고 하세요. 저는 저희 아버지처럼 생각하고, 그분들은 저를 조카처럼 생각하죠. 좀 끈끈하죠. 이제 2년쯤 후면 창업주이신 아버님은 물러나시고, 회사의 모든 것에 책임을 지는 자리에 오를 것 같아요. 그날이 올 때까지 더 확실하게 준비해야죠.”

 

 

▲ 박 대표의 장모도 독실한 크리스천이다. 서예가인 장모가 박 대표에게 선물했다는 액자. 일념통천(一念通天)은 온 마음을 기울이면 하늘을 감동시킨다는 의미다.     © 화성신문

 

 

리더의 덕목은 권한 위임, “사람에 답 있죠

 

()이 많은 창업주를 닮아서인지 박 대표도 정이 많은 사람이라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고 했다. 박 대표는 크리스천이다. 사랑, 협력, 지혜라는 단어를 좋아한다고 했다.

 

협력하고 소통하는 걸 좋아해요. 제가 가진 능력에는 한계가 있고, 사람마다 자기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들이 있잖아요. 소통의 핵심은 인정하는 겁니다. 다른 생각을 인정하는 거죠. 리더는 임파워먼트를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할 수 있게끔 권한을 위임하는 거죠. 회사의 중추적인 힘은 결국 사람입니다. 사람이 원동력이죠. 직원들이 저랑 계속 같이 가고 싶다고 할 때 보람을 느끼죠.”

 

박 대표는 오전 630분이면 회사에 도착한다. 잠시 기도하고, 성경 몇 구절 읽고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아침에 회의를 마칠 때면 참석자들은 항상 주기도문을 읽는다. 하늘에 계신 삼형전자의 아버지여,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삼형전자에서도 이루어지이다, 하는 식이다.

 

매달 첫째 주 수요일은 목사님을 초청해 예배를 드린다. 새해가 시작되는 12일은 전 직원이 다 모여서 하나님께 예배를 드린다.

 

저의 어머님, 장모님, 제 아내가 열심히 새벽기도 해준 덕분에 회사가 튼튼하게 잘 버티는 것 같습니다. 열심히 기도해 주는 가족들에게도,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에게도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아파트단지인 서울 가락시영아파트 9,700세대에 삼형전자 음향장비가 들어갔다. 지금도 전국에서 200개 정도의 프로젝트가 가동되고 있다. 박 대표에게 삼형전자의 비전을 물었다.

 

코스닥에 상장도 시켜야 하고,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키고 싶어요. 아직은 자본력이나 기술력에서 많이 부족합니다. 아이디어를 짜내서 직원들과 합심해서 열심히 해야죠.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으니 기적이 일어나겠지요. 하하.”

 

현재 화성시차세대경영자포럼 회장, 화성시수출기업협의회 부회장, 발안산업단지협의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박 대표의 좌우명은 사람에게 답이 있다. 그러면서도 하나님이 예비해 놓으신 길을 찾는 게 사람이라고 말한다. ‘다윗 같은 소통꾼’. 그에게 어울리는 별명 아닐까.

 

김중근 기자 news@ih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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