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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농민(華城農民)칼럼 31 ]메가(Mega) FTA와 한국 농업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2/01/03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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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근영 (사)한국쌀전업농 화성시연합회 전 회장 / 농업경제학 박사     ©화성신문

우리나라 농산물 시장의 본격적인 개방은 우루과이 라운드(UR) 농업 협상에 의해 시작되었다. UR협상은 1986년 시작해 1994년 최종 타결된 무역 협상으로,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가 참여했지만 당시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했던 미국과 유럽 연합(EU)이 협상을 주도했다. UR 농업 협상은 한국과 같이 개발 도상국으로 인정받은 나라에 대해서는 기준 관세의 평균 24%를 감축하되 품목별 관세 감축률이 최소 10% 이상이 되도록 규정하였다. 이행 계획서에 의하면 한국은 총 1,312개 농산물을 관세화하는 조치를 통하여 농산물 시장을 부분적으로 개방하기로 하였고,  비교역적 기능을 중시하여 15개 NTC(Non-Trade Concerns)품목을 보호하는데 역점을 두었다. 당시 정부는 쌀을 특별 취급 대상으로 선정하고 10년간 쌀 시장 개방을 유예한 대신 징벌적 최소시장접근물량(MMA)수입을 허용하였다. 즉 기준 기간(1988~1990)동안의 연간 평균 소비량(5,131천톤)의 1%를 1995년에 수입하되 2004년까지 수입량을 4%로 증가시키기로 하고, 이 수입 물량에 대한 관세는 5%만 부과하기로 한 것이다. 이후 2005년에 쌀시장개방을 10년간 연기하였으나 2015년에 시장 개방을 연기하는 대가로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양이 408,700톤에 이르게 되자 쌀시장을 개방하고 관세율을 513%로 확정하였다. 

 

UR협상이후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하고 2001년부터 시작된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이 지난 20여 년간 아무런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사이, 각국 정부는 경쟁적으로 양자 간 또는 복수 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나섰다. 한국은 2004년 칠레와의 FTA를 시작으로 미국, EU, 중국, 아세안 등 주요 교역국과 동시다발적으로 FTA를 추진하여 2021년 3월 현재 57개국과 17건의 FTA를 체결해 발효 중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역내 포괄적 동반자 협정(RCEP)에 서명하였고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CPTPP)의 가입 절차에 착수하여 본격적인 메가(Mega) FTA 시대가 열렸다. RCEP이 회원국 모두에서 발효되면 전 세계 인구 3분의 1에 해당하는 최대 규모 FTA가 된다. 한국과 RCEP 국가 간 교역 규모는 지난해 기준 4,840억달러 수준으로, 전체 교역 규모(9,803억달러)의 49.4%에 해당한다. 정부는 RCEP 발효로 국내 농업 생산액이 향후 20년간 1,531억원(연평균 77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 농업계에 의하면 CPTPP 가입은 RCEP보다 더 큰 타격을 농업에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기존 회원국 중 일본·싱가포르·브루나이 정도를 제외하면 모두 농업 강국인 데다 CPTPP의 개방 수준이 매우 높다. CPTPP의 농산물 관세 철폐율은 96.3%로 RCEP보다 훨씬 높고, 수입국의 동식물 위생·검역(SPS) 조치에 엄격한 과학성과 객관성을 요구하는 등 CPTPP가 추구하는 강화된 통상 규범도 우리 농업엔 큰 부담이 아닐수 없다.

 

진보적 농민 단체들은 자유 무역 체제에 대해 UR, DDA, FTA로 이름만 바꿔가며 전 세계에 걸쳐 가난, 굶주림, 자원의 약탈, 환경 파괴를 가져왔다며 식량 수출국을 식량 수입국으로 전락시켰고, 수자원과 공공서비스를 사유화했고, 지역 토종 종자를 말살했으며, 전통적 농업 양식과 공동체를 파괴했다고 주장한다. 농식품 수출입 동향을 보면 FTA가 확대되면서 주요 농축산물의 수입 의존도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난다. 수입 의존도가 FTA 이전인 2000~2002년 12.3%에서 2017~2019년에 22.3%로 높아졌고, 맥류의 경우 수입 의존도가 90%를 넘어서는 등 심각한 상태다. 농업 기술의 발전과 투자 확대에 따라 생산성을 향상되었지만 전면적 시장 개방 확대로 생산력과 농업 소득은 정체 내지 감소하였다. 본격적 수입 개방 이후(1994~2019) 호당 농업 소득은 천만 원 수준으로 정체되었고 이 기간 동안 물가가 두배로 오른 것을 감안하면 실질 농업 소득은 절반으로 감소한 것이다. 농가 규모는 양극화되어 농산물 판매를 중시하지 않는 자급농과 농산물 판매에 전념하는 전업농으로 분화되었다. 1995년에는 판매액 500만 원 미만 농가와 3천만 원 이상 농가가 각각 47.3%와 4.5%에 불과했으나 2015년에는 각각 53.7%와 14.0%였다.  농업생산 소득률은 2010년대 전반과 후반을 비교하면 축산을 제외한 모든 영농 형태에서 감소하였는데, 과수와 화훼는 약 2% 감소하였고, 채소와 일반 밭작물은 약 1.5%, 특용작물은 약 7% 감소하였다. 

 

정부의 FTA 대응 정책은 관세할당제도(Tariff-rate quota, TRQ)를 중심으로 하는 수입 관리와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 법’에 따른 피해 보완을 근간으로 한다. 2008년부터 2020년까지 농업 분야 FTA 국내 보완 대책의 세부 사업에 배정된 투·융자 예산은 37조 3,847억 원이며, 이 중 실제 집행한 실적은 33조574억 원이다. 국내 보완 대책 분야별 실적을 살펴보면, 축산 경쟁력 제고 분야에 14조9,954억 원, 농업인 역량 강화 및 경영안정 분야 10조 7,037억 원, 신성장 동력 창출 분야 4조 7,202억 원, 과수·원예 경쟁력 제고 분야 1조7,793억원, 직접 피해 지원 분야 8,588억 원이 집행되었다. 

 

메가 FTA시대를 맞아 우리 농업·농촌·농민을 보호, 육성하고 선진화하기 위해서는 첫째, 우리 농업은 쌀을 제외한 품목의 농가 소득 안전망 장치가 미흡하기 때문에 농업 생산의 불확실성과 시장 위험으로부터 농가 소득 손실을 보상하기 위한 수입 보장 지원 및 농업 재해 프로그램 확충이 요구된다. 둘째, 농작물 관련 보험 시스템의 체계화, 선진화, 규모화를 위해 다양한 직불제 등 지원 대책 수립 및 운영에 농업 보험 가입자를 우선 대상자로 하고 유사시 농업보험으로 일차적인 대응을 한 후 부족분을 기타 직불금 및 긴급 피해 복구 지원 대책으로 보완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셋째, 미국 식품 영양 지원 제도와 같은 농산물 수요 정책을 농정의 핵심 영역으로 적극 발굴하고 구상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세계적인 경제 위기에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저소득 빈곤층 및 청소년을 위해 국산 농산물의 구매력을 지원해 줌으로써 국민 건강 및 영양 개선에 이바지하고 농업 생산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넷째, 농민들은 소비자의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의 개발과 고품질 상품의 균일한 출하를 위한 조직화와 계열화를 추진해야 하고, 생산비 절감과 가공 및 유통 체계의 개선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

 

ekk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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