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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 교수의 Leadership Inside 198]
일을 더 재미있게 하는 방법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2/02/28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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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장     ©화성신문

미국 미시간 대학의 제인 더튼(Jane Dutton)교수와 예일대학의 에미 브르제스니에프스키(Amy Wrzesniewski) 등이 2000년대 초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근로자를 연구하면서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하게 되었다. 어느 미화원 이야기인데 이 분은 다른 미화원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일하고 있었다. 환자나 보호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심지어는 벽에 걸려 있는 그림을 바꿔 걸기도 했다.

 

연구자들이 의아해서 물었다. “이런 것이 당신이 해야 하는 일입니까?” 그는 이 물음에 이렇게 대답했다. “이것은 제 일의 일부가 아니라 저 자신의 일부입니다.” 대학병원의 그 미화원은 자신의 직무기술서에 적혀 있지 않은 일을 하고 있었다. 그 이후로 연구자들은 비슷한 사례를 찾아 나섰다. 의외로 이런 일이 많았다. 일반 사람들과 다른 방식으로 일을 정의하고 다른 방식으로 일을 하는 것 말이다.

 

이렇게 하여 새로운 용어가 태어났다. 잡 크래프팅(Job Crafting)이라는 생소한 용어 말이다. 크래프팅은 공예 활동을 말한다. 그러니까 잡 크래프팅은 ‘자신의 직무를 공들여서 좋게 만든다’는 뜻이 되겠다. 오래전부터 직무설계란 말이 있어 왔다. 직무설계는 조직에서 개인이 해야 할 직무를 정의해 주는 것이다. 대체로 직무기술서에 일의 내용과 필요한 자격 같은 것이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잡 크래프팅은 조직이 정해주는 일이 아니다. 

 

근로자가 스스로, 임의로 일을 설계하는 것을 말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은 2021년 4월, 잡 크래프팅이란 말은 ‘자발적 직무설계’라는 쉬운 표현으로 선정한다고 발표했다.

 

자발적 직무설계는 자신의 업무 가운데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을 자발적으로 의미 있게 변화시키거나 발전시킴으로써 업무에 대한 만족감을 높이는 일을 일컫는 말이다. 자발적 직무설계는 뭐 엉뚱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맡은 일을 충실히 하는 것이다. 다만, 다른 방식으로 그리고 더 의미 있게 하는 것을 말한다.

 

어느 교육기관에 취업한 H 씨는 홍보 업무를 맡았다.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자료를 제작하게 되었는데 전임자들이 했던 대로 내용을 만들어서 외부 업체에 디자인을 의뢰했다. 그런데 디자인이 썩 마음에 들지 않고 그 정도는 자신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하나씩 둘씩 스스로 디자인해서 작품을 만들었다. 반응이 좋았다. 다른 직원들이 자기네 것도 디자인을 해 달라는 요청을 해 왔다. 심지어는 동아리에서도 자신들의 로고나 안내장을 디자인해 달라 했다. H 씨는 몇 년을 그렇게 일했다. 그리고는 ‘내가 이걸로 먹고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립해서 결국 디자인회사를 차렸다.

 

제인 더튼 교수팀은 자발적 직무설계의 구체적 방법이 세 가지로 나누어진다는 것을 밝혔다. 하나는 과업을 바꾸는 것이다. 이는 일하는 절차나 방식을 바꾸는 것을 말한다. 다음은 관계를 바꾸는 것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만나는 방식을 바꿔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생각을 바꾸는 것이다. 

 

위에 소개한 대학병원 미화원은 먼저 생각을 바꾸었다. “미화원이란 뭐지?” 생각해 보니 단지 물리적 공간을 청결하게 하는 것만이 아니었다. 병원이니 환자들의 치유를 돕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자신을 ‘치유자(healer)’로 정의했다. 그랬더니 다른 것이 보였다. 그전에는 바닥에 떨어진 휴지와 먼지가 보였는데 이제는 환자나 보호자들의 표정이 보였다. 쓰레기통에 들어 있는 것은 그냥 버려야 하는 나쁜 물건이었는데 이제는 환자들의 기쁨과 슬픔으로 보였다. 

 

환자와 보호자와 대화를 나누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표정이 밝아 보인다”라고 이야기했더니 환자도 좋아했고, 자신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걸어 왔다. 그러다가 이방, 저방에 있는 그림도 바꿔 걸게 되었다. 환자들은 새로운 그림을 보게 되어 기뻐했다. 병원에서도 돈 드는 일이 아니었다. 그저 자기가 좋아서 했다. 그건 미화원 직무기술서에도 없는 일이고, 다른 미화원은 엄두도 내지 않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하는 것이 그에게는 좋았다. 그냥 좋은 것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를 느낄 수 있는 큰일이었다.

 

직무기술서대로 일하는 시대는 지났다. 직무기술서는 과거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이고 한 사람 한 사람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에 맞는 일은 자신이 설계하는 시대가 되었다. 자신의 강점을 살리고, 자신이 더 보람을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 러더는 그래서 직원들에게 이렇게 말해야 한다. “좀 더 재미있게 일하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보세요. 생각을 바꾸어 보든지, 관계를 바꾸어 보든지 아니면 작업 순서를 바꿔보세요.”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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