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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농민칼럼 33]
농협과 농민조합원 ②지역 농협의 역할과 과제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2/03/14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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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근영(사)한국쌀전업농 화성시연합회 전 회장/ 농업경제학 박사     ©화성신문

지역 농협은 경제적 약자인 농민들이 자본주의적 자유시장경제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 남기 위해 스스로 모여 자율적으로 조합을 결성하여, 시장 교섭력과 시장 대응력을 갖추고 자신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제때 제값 받고 팔기 위해 유통사업을 중심으로 판매, 구매, 신용 사업 등을 수행하는 농업경제협동체이다. 따라서 조합원의 기본적인 의무는 농협이 추진하는 경제사업에 대한 공동적 이용 참여이며, 조합원의 농협사업 참여는 협동조합의 유지 발전과 운영의 출발이 된다. 

 

한편, 우리나라 지역 농협이 서구 유럽의 품목별 판매 협동조합과 달리 신용·경제·사회사업의 경영체계를 갖춘 종합 농협 체계로 정립된 것은 우리나라 여건의 특수성이 반영된 것이다. IMF 당시 일반 시중은행들이 넘어지고 공적자금을 지원받을 때 지역농협은 공적자금 지원 없이 위기를 넘긴 유일한 민족은행이었다. 

 

지역 농협은 정부로부터 지원도 받지만 정부 사업을 대행하는 데 따른 부담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추곡수매 사업이다. 정부가 공공비축미 물량을 대폭 줄이면서 추곡수매의 50%를 농협이 감당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매년 추곡수매 부담액이 수천억 원대에 이른다. 농협 상호금융에 따르면 올해 1월말 기준 전국 1,118개 농축협의 금융자산이 국내 금융기관 중에서 최초로 700조원을 넘었다고 한다. 예수금 387조원과 대출금 313조원으로 여수신 합계액이 700조원을 달성한 것이다. 농협 상호금융은 지난 1969년 150개 조합에서 금융업무를 시작한 이후 지난 53년 동안 지역금융기관으로서 농업인과 서민을 위한 금융을 담당해 왔다. 최근에는 디지털 플랫폼 ‘NH콕뱅크’, 마이데이터 서비스 개시 등 디지털 혁신을 전개하고 있다.  

 

반면, 지역 농협의 문제점 또한 적지 않다. 전국에 있는 1천여 개의 지역 농협은 농업 수익구조의 악화와 도시화에 따른 젊은 인구의 탈농, 신규 취업자의 급격한 감소로 조합원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농민 조합원의 고령화는 조합원의 생산자로서의 정체성을 약화시키고, 농협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한 의사 결정보다 단기적인 수익 배분에 집중하게 만들어 조합원의 주인의식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며 도시농협은 신용조합화되고 조합원의 탈농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농협의 수익이 대부분 신용사업에서 형성되는 구조가 장기화되면서 경제사업은 적자사업이란 인식이 조합원에게 확산되었다. 경제사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자원투자의 회피, 우수직원 배치 회피, 낮은 수수료 구조의 오존 등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어낸다. 이런 악순환 구조에서는 자연스럽게 경제사업에 대한 비사업적 조직 문화가 강화되고, 경제사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노력은 평가절하 되는 경향이 있다. 농협이 조합원이 아니라 준조합원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도 문제점이다. 조합원 210만명에 비해 준조합원 수는 1,815만명으로 준조합원이 조합원수의 8.6배인데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 도시 농협은 준조합원이 조합원의 31.5배이고, 도시 농협 이외 농협도 준조합원이 4.5배에 달한다. 일본 농협의 경우 준조합원이 624만명으로 조합원 425만명의 약 1.5배에 지나지 않음에도 농협이 정체성 논란에 휩싸인 것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지역 농협의 혁신과 발전을 위해서는 단기적으로는 경제사업 영역에서의 연합사업과 생활권 단위 합병 및 농촌지역 서비스 사업의 확대와 중기적으로는 경제사업 조합원의 사업 참여 활성화가 이루어지고 장기적으로는 상호금융도 광역연합 사업화되고 지역 농협은 지역종합센터로 발전하는 것이 종합적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농협 조합장은 직선제로 선출되어 강력한 대표성을 가지고 경영권과 대표권이 분리되지 않음으로 인해 권력이 집중된 반면, 대의원과 이·감사의 견제권은 부족하다. 대의원과 이·감사의 조합 참여가 미흡한 이유는 충분한 역량을 갖춘 사람이 선출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와 선출된 대의원과 이·감사에 대한 적극적인 협동조합 리더로 육성하려는 조직 문화와 제도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역 농협은 소수의 전업 농가와 다수의 영세 고령 농가로 이질화되어 가고 있는 조합원 구조에서 정체성을 확립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업 이용에 참여하지 않고 교육지원사업 및 배당의 수혜만 기대하는 무임승차 모습은 정체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교육지원사업은 고령화된 농촌에 부족한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신개념의 지도사업이 추진되어야 한다. 지역사회의 환경과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사회적 역할의 강화, 그에 적합한 지배구조의 운영 등이 재검토되어야 하며, 디지털 혁신을 활용한 지역사회 사회서비스 제공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도시 농협은 성장하고 있지만 조합원이 감소하고 있는 추세에 있어 향후 도시 농협과 지역 농협 간의 상생 방안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

 

지역 농협은 농축산물의 경쟁력 강화와 판로 확대방안을 구체적으로 구상하고, 지역별 특성과 입지 유형에 맞는 종합적인 지역발전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지역 농협의 경영혁신을 위해서는 조합 합병, 품목농협육성, 연합 사업 확대 등 단계별 구조 조정과 신규 사업 확대, 그리고 이를 추진할 임직원의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조합 합병론은 읍·면단위 농협의 영세성을 해소하여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경제사업 투자 여력을 확대하기 위해 대두되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경제사업 투자 여력을 확대하고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을지 모르나 기존 읍·면단위 농협이 가지고 있는 조합원의 이질성을 더욱 강화시키게 되고 이에 따라 협동조합 의사 결정의 비합리성과 비효율성 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는 문제점이 있다. 품목 농협 육성은 조합원의 균질성을 강화하고, 균질화된 농가를 대상으로 사업을 전개하여 조합원의 참여 및 주인의식을 높이기 위함이다. 품목 농협의 벤치마킹 대상은 덴마크나 네덜란드의 대규모 품목 농협이나 미국의 썬키스트 등이다. 연합사업 확대는 지역농협체제의 장점을 살리면서 경제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다수 지역농협이 연합하여 특정 품목에 대한 사업을 추진하고, 나아가 이를 별도의 법인으로 만들어서 자연스럽게 비슷한 농가군을 사업조직으로 묶는 것이다. 농협중앙회 신경 분리와 연계하여 시장지향적인 품목의 구·판매사업에 대해서는 시군 단위 조합공동사업법인을 구성하고 품목별 전업농의 공선출하회 가입 및 약정 조합원 등록을 독려하여 경제사업의 규모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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