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 기고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기고]평등하지 못하게 만드는 구조적인 차별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2/04/04 [08:45]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 조현아 (사)사람연대 용인시지부장/화성동탄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   © 화성신문

지난 3월 9일 대통령 선거 때의 일이었다. 장애인 인권 운동을 하는 단체가 그렇듯, 투표소 모니터링을 하기 위해, 사전투표를 하지 않고 본투표에 임했다. 우리는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라는 이름으로 선거 전부터 중앙선관위와 장애인 참정권에 대한 보장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모니터링을 한다.

 

기흥구 구성동의 제2투표소는 언동중학교 영어 교실 2층, 입구에서부터 계단이었다. 투표장에 들어가니 나오는 길을 안내하기 위해 온통 책상으로 막아 놓았다. 

 

투표를 하고 입구에 있던 선거관리 안내원에게 물었다. “장애인, 노인, 또는 유모차를 끌고 오신 분은 투표를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저 언덕으로 올라가서 중앙 현관으로 가시면 되요.”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언뜻 들었다. 저쪽에 올라가기 위해서 노인분들 또는 장애인분들이 전동 휠체어를 타고 오지 않았을 때 돕는 분이 계시나요?” 그때 한 70대 정도의 남성분이 아주 연세가 많은 아버님을 차에서 내리고 수동 휠체어에 태워 중앙 현관으로 가는 길을 힘겹게 오르는 것을 목격했다, 그 안내원은 “저쪽으로 가세요”라고 하고 말았다. 너무도 놀라워 따라가 보았다. 입구에는 ‘문을 흔들지 마세요. 화장실을 잘 이용하세요’라는 문구가 써 있었다.

 

중앙 현관 안쪽에 있던 사람은 출구 조사원들이었다. 조사를 갔던 필자와 한 나이 많은 여성분이 올라왔는데, 그마저도 안쪽에 있던 사람들은 이쪽은 입구가 아니니, 도로 내려가서 투표를 하라고 말을 전했다. 나는 그분의 뒷모습을 보고, 안으로 문을 열어 달라고 한 후 물었다. “그런데, 이 문은 왜 잠궈 놓는 겁니까?”, “열어 달라고 하면 열어 줍니다.”, “아니 일단, 문을 열어 줘야지, 본인들의 편의를 위해서 투표하러 온 사람을 도로 내려가라고 하는 게 맞습니까?”라고 말하니 당황한 듯 안쪽 선거관리 안내원을 불러 “계단쪽 입구에 있던 사람이 없어서 그랬다”고 말을 전한다. 

 

하지만, 그것은 바로 틀린 것으로 확인되었다. 중앙 현관에 들어가서는 안으로 들어갈 수 없도록 큰 가림막이 연이어 있었다. 그에 대해서는 또 누군가는 “오면 열어 줘요”라고 말했다. 게다가 출구라고 말하는 곳, 나가는 길이라는 곳은 계단이 3개나 있었다. 

 

화장실을 잘 써야 한다고 부탁의 안내문을 써 둔 것이 입구에 버젓한데, 여성 장애인 화장실 입구는 자물쇠로 잠겨 있었다. 

 

나는 구성동을 관할하는 기흥구 선관위가 2층에 영어 교실을 선택했을 때부터, 이미 평등하지 않음을, 그리고 학교도, 누군가는  배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은 모른 채, 처음부터 고려·배려가 이미 없었다고 말하는 것이다.

 

장애인이나 노인, 여성 등 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이 심각하고 복잡한 것은 개인에 의한 것이 아니라 사회 구조에 의한 구조적 차별이기 때문이다. 

 

특히 장애인들이 말하는 이동권, 교육권, 노동권, 생존권 등은 이미 오랫동안 장애인이 평등하게 살지 못하도록 만든 비장애인 중심적으로 설계된 우리 사회의 구조적 차별이다. 이 구조를 해체하고 바꾸지 않고서는 구조적 차별은 개인의 문제로 남는다. 이번에 문제 제기한 투표소도 모니터링 결과도 장추련을 통해서 중앙선관위에 하나의 사례로 남겨 놓게 되겠지만 차별과 싸우는 그 순간 개인이나 단체의 분노 행동이 되고, 차별에 대항하는 계층의 투쟁은 이기적이거나 욕구중심적이거나 비이성적인 사람이 되고 말기도 한다. 

 

최근 25차까지 이어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권리 투쟁을 보며, 아직 이 사회가 장애인들의 문제를 권리의 문제로 생각하지 않고, 자신들(다수)의 불편만으로 분노하고 혐오 대상으로 여기는 것으로 보도하는 언론·여론들이 생겨 개탄스럽기만 하다.

 

특히나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나 5월10일이면 여당이 될 공직의 사람들의 발언을 보며, 자신들이 가져야 할 성찰 대신 혐오와 대립으로 끌고 간다면, 언젠가는 그 구조적 차별의 틀에 우리 모두를 아니 그것을 너머 모두가 갇히게 될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장애인 참정권을 이야기하면서, 장애 차별의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구조적 차별을 성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장애인의 차별을 철폐하라!! 전장연의 권리 투쟁의 정당성을 아는 나로서, 그 기회를 날리는 우를 범하는 정치권과 사회가 되지 말길 바란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화성신문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인기기사목록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