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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 교수의 Leadership Inside 227]
왜 백화점에 정원을 만들고, 구내식당에 최고의 셰프를 두나?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2/10/17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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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장     ©화성신문

2021년 2월24일, 서울 여의도에 현대백화점 신규 지점이 문을 열었다. 코로나로 한창 사회적 거리두기가 엄중하게 지켜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수백만이 몰려들어 6층 건물 전층을 메웠다. 놀라운 일이 벌어진 것이다. 도대체 거기엔 무엇이 있었을까? 이번에는 어떤 명품을 내놓았을까? 아님, 폭탄 세일이라도 벌인 것일까? 그런데 거기에는 명품도 없었고, 폭탄 세일도 없었다. 다만, 다른 백화점에서는 볼 수 없는 창공을 볼 수 있었고, 빈 공간이 많고, 정원을 즐길 수 있었다.

 

그 지점은 사실 백화점이라는 이름도 없었다. ‘더현대 서울’이 상호였다. 물건을 진열한 매장이 전체 면적의 51%를 차지하고 있었다. 현대백화점 다른 지점은 평균 65%인데 말이다. 그 비싼 땅 5층 전체를 정원으로 조성했다. 조경 공간만 3,400평, 170개 매장이 들어갈 수 있는 크기다. 돈으로 치면, 연 2,000억 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규모다. 이걸 포기하다니. 백화점의 얼굴인 1층에 보통은 명품이 있는데 더현대 서울에는 명품이 아니라 팝업 스토어(반짝 매장)가 차지하고 있었다. 이렇게 시작한 이곳에서 1년 동안 매출액 8,000억 원을 넘겼다 한다. 이는 백화점 역사상 기록이다. 

 

그런데 사실 변화는 여러 군데에서 이미 감지되고 있었다. 어느 사이 백화점은 물건만 파는 곳이 아니라 사람들이 즐기고, 노는 곳으로 바뀌고 있었다. 저마다 문화센터를 만들어서 강좌와 행사를 하고, 아이들 놀이터도 만들고, 수족관도 들어서고 했다. 그리고 백화점에 전국의 유명 식당들이 입점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옷 사러 가서 지치면 들리던 백화점 식당이었는데, 이제는 식당에 식사하러 갔다가 나오는 길에 들러서 옷을 사는 꼴이 되었다. 주객이 전도되었다 할까.

 

이 모든 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상품이 아니라 경험이 핵심이라는 뜻이다. 고객이 사서 오는 물건이 가치 있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현장에서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떤 감정을 느끼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바야흐로 고객 경험(CX: Customer Experience) 시대가 왔다. 그래서 백화점도 가보고 싶은 곳, 머무르고 싶은 곳, 함께 하고 싶은 곳으로 변신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온라인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에서도 백화점이 번성하고 있다.

 

경험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비단 고객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직원들도 경험을 찾는다. 소위 EX(Employee Experience) 말이다. 보수와 명성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내가 그 자리에서 무엇을 경험하는가?’ ‘내가 그 순간 무엇을 느끼는가?’ 이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S 씨는 입사 초기에 해외 출장을 가는 팀에 끼게 되었다. 입사 2개월밖에 되지 않은  ‘초자’가 중요한 고객을 만나는 여행을 하게 되면서 그는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 외국인들을 만나면서 배우는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같이 간 선배들이 따뜻하게 대해주고, 좋은 조언도 해주고 하는 것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중견 사원이 된 S 씨는 지금도 그 경험을 잊지 못한다. 어려울 때는 그때를 생각하며 힘을 얻는다. 

 

P 씨는 신제품 개발을 위한 조사를 시행하게 되었다. 보고서를 만들어서 부장에게 올렸는데, 임원들 앞에서 그 자료를 P 씨 더러 발표하라는 것이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허둥지둥 발표하였는데 그는 그 순간을 영원히 잊을 수 없다. 놀라운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판교에 있는 마이다스아이티 구내식당에서는 5성급 호텔에서나 맛볼 수 있는 멋진 뷔페가 제공된다. 가격으로 치면 5만 원 이상이 된다. 최고의 셰프 8명과 영양사가 만든 요리 말이다. 직원들은 아침 1,000원, 점심 4,000원만 내면 된다. 저녁은 무료다. 마이다스아이티 직원들이 회사에 감동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고객이나 직원이나 특별한 경험을 원한다. 자신의 정체성이나 취향이 맞는 경험이면 더욱 좋다. 우리 회사에서만 가질 수 있는, 나만이 느낄 수 있는 것이면 더더욱 좋다. 그래서 리더는 항상 생각해야 한다. 이번 회의에서, 이번 행사에서 우리 직원들이 어떤 경험을 할 수 있을까? 조금 다른 경험, 좀 더 특별한 경험을 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에서 신선함을 느끼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과에서 재미를 느끼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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