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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민 시인 세 번째 시집 ‘중력을 달래는 사람’ 출간
존재를 초과하는 눈물에 대하여 어긋난 리듬으로 슬픔의 중력에 맞서는 시
 
신호연 기자 기사입력 :  2023/11/27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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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휘민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중력을 달래는 사람’ 표지.



본지에서 시로 읽는 화성칼럼을 연재하고 있는 휘민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중력을 달래는 사람이 걷는사람 시인선 99번째 작품으로 출간됐다. 휘민 시인은 200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중견 시인이다.

 

세계는 간절함을 배반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니까 이런 것이다. 산타 할아버지를 기다릴수록 내게 소원을 걸어 둘 크리스마스트리가 없다는 사실이 선연해지듯이. 구원을 소망할수록 해수면으로부터 너무 멀리’(수목한계선) 있어 아무도 오지 못할 거라는 사실만을 깨닫게 되듯이. ‘간절함의 끝을 붙잡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운명은 번번이 예상치 못한 샛길로 방향을’(헬리콥터) 틀고야 마는 것이다. 꿈이 외려 나를 찌르는 파편으로 돌아올 때, 그 안에서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휘민의 시는 이 지점에서 출발한 듯하다.

 

슬픔이라는 말 속에는 너무나 다른 슬픔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 휘민의 시를 읽다 보면, 나의 슬픔과 당신의 슬픔이 얼마나 다른지를 실감하게 된다. 나와 당신이 다른 슬픔의 존재자이기에, ‘당신과 나는 서로의 반대편에 머물 뿐 가까워지지 않는다’(적도).

 

그러나 시인은 오히려 이러한 어긋남에서 당신과 내가 우리로 불릴 수 있는 지점을 발견해낸다. ‘제 가슴을 치며 실컷 울고 나서야/서로를 바라볼 수 있었다’(())는 진술에서 알 수 있듯, 화자에게 눈물은 그 자신의 슬픔만을 증명하는 것이 아닌, 타인의 눈물을 바라볼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된다. 외면하지 않고 나의 슬픔을 마주한다면, 당신에게로 다가가 우리가 될 수 있다는 믿음 안에서 시인은 슬픔 너머 내일의 가능성을 엿본다.

 

추천사를 쓴 이현호 시인의 표현대로 이 시집은 슬픔은 어떻게 이야기가 되는”(플롯 연습)지를 집요하게 캐묻는다. 그 질문들은 섣부른 해답이나 어설픈 위로 같은 거짓의 마음”(상고대)을 버린 이의 표현법이라서 진실하고 또 미덥다.

 

휘민 시인은 충북 청원에서 태어나 200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 201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생일 꽃바구니’, ‘온전히 나일 수도 당신일 수도’. 동시집 기린을 만났어’. 동화집 할머니는 축구 선수’. 그림책 라 벨라 치따등을 냈다. ‘시힘동인이다.

신호연 기자(news@ih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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