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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시인의 마음을 읽어주는 시인]
소읍 복효근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4/04/22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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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주현 시인, 시낭송가, 화성문인협회 사무국장    

소읍 복효근

 

할머니 두 분 신호 바뀌기를 기다리다

아직 붉은 신호등인데 한 할머니가 다른 할머니 

옷자락을 끌며 그냥 건너자고 서두른다

한 할머니 버티고 한 할머니 당당히 건넌다

건너다가 나를 보며 하얗게 웃는다

기다리던 할머니도 나를 보며 웃는다

나도 푸르게 웃어주었다

 

-복효근 시집 ‘중심의 위치’ 2023년 실천

 

 

눈에 선하다. 그 웃음이 손에 잡힌다. 신호를 무시하고 길을 건너는 할머니, 끝까지 파란 불을 기다리는 할머니. 그 상황을 바라보고 있는 화자의 입장은 다 다르다. 

 

그 짧은 순간에도 서로의 생각에는 다른 잣대가 있다. 살아가면서 마땅히 지켜야 할 규범 앞에서 고민하고 망설이는 경우가 왜 없겠는가. 순간의 선택이란 그런 것이다.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가 되는 순간들, 머리로는 잘못임을 직시하면서도 몸은 이미 규칙을 어긴 순간들.  

 

어떤 선택 앞에서 사람들은 이성과 감성이 충돌하고 도덕과 합리화의 부딪힘에서 늘 자유롭지 못하다. 그것들이 철저하게 구분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사회의 질서이지만 우리들의 삶은 건조해지거나 왠지 쓸쓸하다는 생각이다. 

 

복효근 시인의 ‘소읍’이라는 시에서는 그래도 참 다행인 것이 질서와 규칙을 따져야만 하는 삭막해지는 현실에 애써 소통할 수 있는 것이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다. 그것은 웃음이다.

 

웃음은 말로는 하기 애매할 때 가져다 쓰는 표현일 때가 있다. 글로 옮길 수 없는 말랑한 문장이다. 웃음은 모음에 가깝다. 

 

웃음은 마음의 근육이 얼굴 윤곽으로 옮겨 가서 인간관계의 유대감을 부드럽게 해 주는 강력한 힘이 있다. 적재적소에서 발휘되는 웃음은 요즘 같은 각박한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정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웃음, 그거 아끼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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