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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47] 인센티브는 약인가 독인가
조영호 아주대 경영대학 교수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8/12/24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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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 경영대학 교수     ©화성신문

우리의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또 한 번 큰 사고를 쳤다. 2017년 9월 박감독의 부임 후 베트남팀은 23세 이하(U-23) 선수권대회 준결승, 2018 아시안게임에서 4강에 이어 급기야 AFF(아세안 축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말았다. 아세안축구연맹 스즈키컵에서 10년 만에 우승 을 하자 베트남은 온 나라가 축제에 빠졌으며 박항서 감독은 일약 ‘국부급’에 달하는 칭송을 받고 있다. 이에 각종 포상금이 쏟아지고 있다.

 

스즈키컵 공식 우승 상금 30만 달러(약 3억 4,000만 원) 외에도 베트남의 크고 작은 기업들이 앞다퉈 포상금을 내놓고 있다. 자동차 업체 타코(Thaco) 그 룹, 베트남 수출입은행(Vietcombank), 가전업체 아산조(Asanzo), 이동통신업체 비나폰(Vinaphone) 등 많은 기업에서 상금을 주겠다고 줄을 서고 있다고 한다.

 

기분 ‘째지는’ 일이다. 큰 성취 뒤에는 이렇게 큰 선물이 오게 마련이다. 올림픽 메달리스트도 명예와 부(富)를 한꺼번에 거머쥔다. 국가에서 일시 포상금을 주고 연금도 주고 또 남자에게는 병역 혜택도 준다. 민간부문의 후원금은 차치하고라도 말이다.

 

이러다 보니 많은 사람이 선수가 되려 하고 또 열심히 한다. 어떤 행동을 유도하거나 동기 부여하기 위해 주는 현금이나 어떤 혜택을 ‘인센티브’라고 한다. 스포츠에는 이런 인센티브가 많다. 그런데 사실 스포츠보다 인센티브를 더 많이 쓰는 곳이 기업일 것이다. 목표를 달성하면 보너스를 주고, 어려운 일을 하면 포상금을 준다. 요즘은 국가나 공공기관에서도 인센티브를 쓴다. 폐기물 처리장을 유치하는 자치단체에 인센티브를 주고, 교통규칙 위반자를 신고하면 포상금을 준다. 가정에서도 인센티브를 활용한다. 아이들의 성적이 오르면 용돈을 추가로 주고, 남편이 담배를 끊으면 선물을 준다. 물론 잘못된 행동 을 고치기 위해 Negative Incentive, 즉 벌금이나 벌점도 사용한다. 

 

그런데 관연 인센티브가 바라는 대로 효과가 있을까? 엉뚱한 결과가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아이들에게 책을 많이 읽으라고 하고, 책 한권을 읽을 때마다 스티커를 찍어주었다. 그랬더니 아이들이 책을 많이 읽기는 했다. 그런데 쉬운 책, 동생들이나 읽어야 할 수준이 낮은 책을 골라 읽었다. 

 

행동경제학자 댄 애리얼리(Dan Ariely)팀이 이스라엘의 인텔 공장에서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이 공장의 반도체 공정에서는 하루 12시간씩 4일 연속으로 근무하고 3일을 쉬는 방식으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3일 휴식 후 다시 일을 시작하는 첫날 아무래도 능률이 오르지 않았다. 이 문제를 해결할 겸 인 센티브의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4그룹으로 나누어 각기 다른 처방을 했다.

 

첫 번째 그룹에게는 그날 목표 생산량을 달성하면 30달러의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했고, 두 번째 그룹 에게는 피자 한 판의 쿠폰을 준다고 약속했다. 세 번째 그룹에는 ‘잘 했습니다’ 하는 상사의 격려 메시지가 있을 것이라 했다. 그리고 네 번째 그룹은 통제집단으로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어떻게 되었을까? 

 

인센티브는 효과가 있었다. 뭔가를 받은 3팀 모두 생산량이 통제집단 보다 많았다. 피자 쿠폰 그룹이 6.7%로서 1등이고, 상사 격려 그룹이 6.6%로서 근소한 차로 2등, 그리고 현금 그룹이 4.9%로서 가장 낮았다. 현금이 꼴찌 일반적인 예상과는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이다. 더욱 이상한 일은 아무 인센티브도 주지 않은 다른 날에 나타났다. 4일 근무 중 인센티브는 첫날만 주어졌던 것이다. 현금 인센티브 그룹에서 가장 문제가 심각했다. 둘쨋날은 13.2%나 떨어졌고, 4일 통산 통제그룹에 6.5%나 뒤졌다. 피자 쿠폰 그룹과 상사 격려 그룹도 2일차부터 성과가 서서히 떨어졌지만 현금 그룹 만큼 심각하지는 않았다. 4일 통산으로 볼 때, 통제집단에 비해 피자 그룹은 2.1% 가 적었고, 상사 격려 그룹은 0.64% 많았다. 

 

상사 격려 그룹이 그나마 낫긴 했지만 하루 인센 티브 준 효과는 오히려 마이너스라고 해야 할 것이 다. 인센티브 특히 물질적 인센티브는 사람을 자극 하지만 ‘약삭빠르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진정한 동 기 부여를 못하는 것이다. 박항서 감독과 베트남 축 구팀이 인센티브를 노리고 뛰었다면 그런 결과를 낼 수 있었을까? 그런데 이제 그 포상금으로 돈맛에 들 게 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된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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