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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95] 민첩한 조직을 만드는 법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9/12/23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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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     ©화성신문

미군이 되어 한국에 파견된 교포 J 씨는 한국에서 특이한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 2017년 겨울, 눈이 심하게 왔던 날이었다. 그는 미8군 본부에서 당직을 서고 있었다. 그런데 폭설에 대처하는 지침이 자신의 미군과, 함께 근무하는 한국군 사이에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한국군의 지침은 ‘병사들은 전원 출근, 부사관은 근속년수 10년 이하 출근, 장교는 소령까지 출근, 장군은 출근하지 않고 대기, 상황이 발생하면 보좌관과 비서실장을 거쳐 장군에게 연락을 취하고 각 부서에 전화 대기 그리고 인원이 확인되면 알아서 출근시간 조정’이었다. 미국의 지침은 ‘장군은 전원 출근, 반드시 자가 차량으로 직접 운전하여 출근, 장교는 대령급  이상 출근, 부사관은 주임원사 자가 차량 출근, 병사는 출근하지 않고 대기’였다.

 

이런 지침 때문에 사무실에서는 한국군 쪽에는 병장이 혼자 있었고, 미군 쪽에는 대령 혼자 전화 대기를 했었다. 한국군 병장이 궁금했던 나머지 미군 대령에게 물었다. ‘왜 미군은 장교가 근무하냐?’고 말이다. 그 미군 대령은 이렇게 말했다.

 

 “지금 당장 긴급한 일이 터지면 한국군은 병장이 행정당담관한테 말하고 행정담당관이 보좌관한테 말하고 보좌관이 비서실장한테 말하고 비서실장이 장군한테 말한 후에 장군이 무엇인가를 결정하면 다시 비서실장이 보좌관에게, 보좌관이 행정당담관을 거쳐 병장에게 전달해서 조치가 되겠지. 미군 쪽은 내가 알아서 결정하고, 장군한테 보고하면 끝이거든. 결론이 좋게 나든 나쁘게 나든 책임은 내가 진다. 계급이 높을수록 권한과 책임이 많아 의사결정의 범위가 넓지 않아?”

 

조직운영을 어떻게 해야 하는 지 보여주는 귀중한 사례가 아닌가 싶다. 지금은 속도가 중요한 시대가 되고 있다. 제품개발도 빨리 해야 하고, 고객대응도 빨리해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비즈니스도 우리가 먼저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속도를 단축시킨다는 것이 그저 빨리 뛰어서 될 일이 아니다. 밥 먹는 시간을 줄이고 야근을 해서 될 일도 아니다. 일을 스마트하게 해야 하고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1990년대부터 서서히 사용되기 시작하던 애자일(agile)이라는 영어단어가 이제는 보편적으로 사용되기에 이르렀다. 애자일은 ‘기민한’ ‘민첩한’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행동을 빠르게 하고, 조직을 기민하게 움직이게 하라는 뜻이다.

 

조직을 민첩하게 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은 첫째로 단계를 줄이는 것이다. 수직적으로 보고나 결제 단계를 줄이고, 수평적으로 업무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 단계를 이동하는 데는 대기시간이 발생한다. 우리가 1을 일한다고 하면 사실 대기시간은 9가 걸리는 것이다. 아니 9가 아니라 어떤 때는 90이 걸리기도 한다. 결재하는데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 서류가 사장실에서 2-3일씩 잠자고 있지 않는가? 미군과 같이 대령이 결정하고 장군에게 보고하면 끝날 일을 한국군은 가는데 4단계, 오는데 4단계 거쳐서 한다. 그 시간이 얼마인가? 

 

조직을 민첩하게 운영하려면 둘째로 팀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프로젝트가 생기거나, 신속히 처리할 일이 생기면 여러 부서에서 필요한 사람을 차출하여 TF(태스크포스)를 꾸리는 것이다. 팀을 구성할 때는 그 팀 내에서 일이 다 해결 될 수 있도록 다양한 기능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또 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재량권을 주어야 한다. 비행기 제조사 록히드 마틴에서는 이런 별동대를 스컹크 워크(skunk works)라고 했는데 다른 회사에서도 이를 본 따 한 때 이런 말이 유행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은 럭비 용어를 써서 스크럼(scrum)이라고도 한다. 

 

조직을 민첩하게 하는 데 있어 이런 구조적인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조직분위기이다. 조직원들이 하고자 하는 열정이 있고 서로 믿고 배려하느냐 하는 것이다. 사람들의 열의가 죽어 있고, 신뢰기반이 약하다면 조직이 무거워지고 일이 돌아가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애자일 조직은 기법이 아니라 문화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애플의 스마트폰에 맞서 삼성이 갤럭시를 내 놓은 것이 2009년 4월이다. 이제 10년을 넘었다. 덕분에 삼성은 여전히 휴대폰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다. 민첩하게 대응하고 꾸준히 신제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신종균 같은 영웅들의 열정적인 리더십이 민첩한 조직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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