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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신문 전문가 칼럼 화성춘추 (華城春秋) 102]
조급한 사람들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1/05/31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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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준희화성시정신건강복지센터장     ©화성신문

사람들이 분주하다. 얼마 전 낮 시간에 서울로 가는 지하철을 탈 기회가 있었다. 평일 낮 시간이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앉을 자리도 넉넉하게 있었다. 출퇴근 시간대의 답답함도 없어 마치 여행을 가는 것 같은 기분마저 들 정도였다.

 

어느덧 지하철은 서울의 복잡한 노선망으로 진입했다. 그런데 사람들이 지하철 안에서 한쪽 방향으로 계속 걷기 시작했다. 한두 명이 아니라 예닐곱의 사람들이 이동하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이들은 자신의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다음 환승할 역에서 가장 빠른 칸에서 내리려는 생각에서였다. 동선을 최대한 줄이고 효율적으로 이동하려는 것이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고 하는 한국인다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인의 ‘빨리빨리’ 문화는 전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부지런함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 조급증이기도 하다. 그러나 조급함은 인생을 재촉하고 좌절하고 분노하고 불행하게 만들 수도 있다. 조급한 사람들과는 친해지기도 쉽지 않다. 조급한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조급하기 때문에 항상 불안하고 불만족하게 된다. 이러한 조급증은 결국 심각한 스트레스와 불안으로 이어진다.

 

현대인들의 조급증은 심각하다. 싱가포르 국립대학에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조급증은 인지, 사회적 무능과 관계가 있다고 한다. 성급한 사람들은 충동적이고 생각 없이 행동하며 현재를 즐길 여유가 없다. 그들은 또한 매우 빨리 판단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성급한 사람들은 그들이 받는 정보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사람들은 매우 바쁘고 마음이 조급할 때면 다른 사람의 관점을 고려할 틈이 없다. 그러다보니 타인의 생각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기회도 없는 것이다. 성급한 사람들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여러 가지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당연히 사이좋게 지내기가 어렵다. 성급한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생기면 지금 당장 그것을 가져야만 하는 사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타인들과의 관계에서 필수적인 존중, 이해, 감정적 친밀감을 갖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조바심, 성급함은 타고나는 것일까. 아니면 단순히 인내심이 부족한 것일까. 필자는 교육의 문제라고 본다. 조바심은 학습된 행동일 가능성이 높다. 우리를 둘러싼 문화, 분위기, 양육이 인내심을 결정한다. 현대인들은 인내심이 부족하다. 와이파이 연결이 안 되면 안절부절하고, SNS로 보낸 문자메시지를 상대방이 확인하지 않으면 불안하다. 만일 상대방이 문자메시지를 확인했는데도 불구하고 답장이 없으면 더욱 불안해진다.

 

그렇다면 이러한 조급증을 줄이고 인내심을 키우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우선 내가 언제 조급해지는지를 파악해보자. 사람마다 패턴이 있다. 그리고 조급함을 시작하게 하는 방아쇠가 있다. 예를 들면 중학생 아들을 아침에 깨우는 과정에서 엄청난 조급증이 생긴다거나, 운전을 하다가 길이 막히면 조급증이 생긴다거나, 시험을 본 결과를 기다리다가 조급증이 생긴다거나 사람마다 조급증을 일으키는 방아쇠가 있다.

 

나의 조급증을 일으키는 방아쇠는 무엇일까. 조급증이 일어나면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하다. 조급증이 일어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이성적으로 대처하는 것이다. 화를 내기보다 이성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현명하다. 화를 내는 것은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이다. 그리고 마음챙김과 같은 명상이나 호흡을 하는 것이다.

 

남사스럽고 생소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화가 나고 조급증이 생기면 이성적으로 화를 내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하고 혼자만의 공간에서 3초 동안 숨을 들이쉬고 4초 동안 멈춘 후에 5초동안 숨을 내쉬기를 반복해본다. 이때는 생각을 하기 보다는 호흡에 집중한다. 약 3분정도 숨쉬기를 반복해보자. 이러한 마음챙김은 주의력과 감정 관리에 도움을 준다.

 

한낮에 서울행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조급해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봤다. 조급해하는 사람들은 어느 곳에나 존재한다. 어떤 상황에서는 누구나 초조하게 행동할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차분하게 훈련시키기 위해 적절한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badworke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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