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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신문의 전문가 칼럼 화성춘추 (華城春秋) 125]
노인 정책, 과감한 상상이 필요하다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1/11/22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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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락천 동부케어 대표     ©화성신문

 베이비붐 세대의 맏형이 태어난 1955년도의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60달러였다. 63년이 지난 지금의 1인당 국민소득은 3만불이다. 한강의 기적을 만든 경제 성장의 주역들이 2020년부터 노인층에 진입했으며, 2025년 우리나라는 초고령 사회가 된다.

 

40년 간의 고도 성장은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유교적 바탕의 효사상과 경노사상에 근거한 대가족제도 문화가 산업화 도시화로 인한 핵가족화 문화로 바뀌었다. 노인 중심 소비문화가 아이 중심 소비문화로, 3세대 중심 가족 형태가 2세대 중심 가족 형태로, 도시는 젊은층 중심 소비문화로, 농어촌은 노인 중심 소비문화로 세대 간 분리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가족 형태의 시대적 변화는 노년기, 특히 연금제도에 대한 관심을 더욱 높이고 있다. 연금은 노령, 사망, 장애 등 위험에 처한 인구 집단에게 세금이든 사회 보험료든 사회적으로 돈을 모아 지급하는 제도다. 왜 노인에게 돈을 모아서 지급해야 할까? 돈은 우리가 삶에 필요한 필요와 욕구를 구현할 수 있는 교환재인데 노인은 노동시장에서 배제돼 돈을 확보하기 어렵다. 연금제도가 필요한 이유다.

 

여기서 두 가지 질문을 해볼 수 있다. 첫째, 우리는 노인에게 충분한 돈을 지원하고 있는가? 둘째, 노인에게 돈을 지급하였다고 해서 우리 사회가 과연 의무를 다한 것인가?

 

가난하고 고된 삶을 살아내는 노인에게 연금을 더 지급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이 돈으로 음식을 사 먹을 수 있고, 월세 등 주거 비용도 충당할 수 있다. 아픈 몸을 이끌고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약도 살 수 있다. 물론 기초연금 30만 원으로 충분한 노후 소득이 될 수는 없기에 일부 선진국에서 시행하는 자산조사형 보충연금의 추가 도입, 국민연금 사각지대 축소 등을 통한 연금 확보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추가적 재원 확보가 가능하다면 국민연금 급여의 적절성도 높여야 한다. 특히 중하위 계층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시급하다.

 

적은 돈이나마 노인에게 연금을 지급했다고 우리 사회가 노인에게 책임을 다했다고는 볼 수 없다. 예를 들어 나이가 80이 넘고 90에 달하는 고령 노인은 돈이 있어도 거동이 불편해 쇼핑을 가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치매까지 발병한다면 누군가가 옆에서 보살펴 주어야만 한다. 연금제도가 보편화되면서 많은 노인들이 독립적인 은퇴생활을 누리게 되었지만, 연금제도에는 인생의 마지막 단계인 임종을 앞두고 독립적 생활이 불가능한 단계에 대한 고려는 담겨있지 않다. 노인의 삶에 연금제도가 개입해 궁극적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것이 쾌적하고 건강한 여생의 확보라면 단순히 돈을 지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건강한 노년기를 위해서는 곰팡이가 없는 쾌적한 주거 환경이 필요하다. 체온 조절과 거동 불편 등 노인의 신체 능력 감소를 보완할 수 있는 주거 환경이어야 한다. 유니버설 디자인으로 설계돼 노인의 동선을 고려하고 깨끗한 공기의 순환이 이루어지는 곳이어야 한다. 주거 환경에 더해 영양분을 고루 섭취할 수 있는 식사도 필요하다. 외로움을 달랠 수 있는 벗과 이웃도 있어야 한다. 지인들과 함께 즐겁게 보내는 여가생활도 필요하다. 아플 때 보살피는 이도 필요하다. 모든 것을 압도하는 죽음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편안하게 남은 시간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완화의료 정책도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상당한 가입비와 관리비를 내면 양질의 노년기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들이 시장에서 제한적으로 공급되고 있다. 돈이 많다면 다양한 고품질의 서비스를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노인이 그러한 대우를 받을 수는 없다. 이러한 서비스는 최상류층 소수의 노인에게 한정된다. 대한민국은 나이가 들수록 양극화가 심하고 빈곤율도 높다. 아직도 다수의 노인이 푼돈이나마 벌고자 길가의 폐지를 줍기도 하고, 곰팡이 핀 쪽방에 아픈 몸을 누인다. 심한 경우 어느 날 고독사로 발견되기도 한다.

 

결국 다수 노인의 노후 보장에 있어서 시장 실패와 정부 실패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정부는 노인의 삶에 필요한 최저선의 소득을 확보해 주지 못하고 있고, 설사 어느 정도의 금전을 확보한 노인이 있더라도 시장은 그 구매력에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해 주지 못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요양 서비스가 존재한다. 하지만 영세한 민간요양기관 중심의 서비스 체계여서 질 좋은 요양 서비스를 제공해 주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는 새롭고 과감한 공적 상상과 실험을 해볼 것을 제안한다. 커뮤니티 설계의 전문가들이 모여 멋진 노인커뮤니티를 만들고 예술인들이 수업을 개설하고, 보육시설 및 방과 후 교실 등을 개설해 어르신과 어린이가 어울리는 공간을 만들어 내면 어떨까. 공공의료진을 배치하고 죽음이 임박한 상황에서 적절한 완화의료가 제공되는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건 또 어떤가. 

 

노인 빈곤율과 노인 자살률 1위의 나라이자 급격하게 초고령 사회로 달려가는 우리 대한민국은 이제 더 이상 동방예의지국이라 하기 어렵다. 변화가 없다면 미래의 전망도 어두울 수밖에 없다. 우리는 모두 늙어가고 죽음 앞에 서게 된다. 노년기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우리 모두의 삶의 질을 높이는 과제이기도 하다. 긴 수명의 고령 사회 노후 대책, 더 과감한 상상과 실험이 요청된다. 

 

dongbuca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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