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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농민(華城農民)칼럼 29 ]위기의 밥상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1/11/22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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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근영 (사)한국쌀전업농 화성시연합회장 / 농업경제학박사     ©화성신문

한국인의 식생활 패턴은 지난 100년 동안 많은 변화를 거치며 한편으로는 쌀소비량과 전통식품 소비량이 감소하는 식생활의 서구화와 패스트푸드화가 빠르게 진행되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한식의 대중화와 세계화가 확산되고 있다. K-푸드의 열풍으로 상반기 농식품 수출은 41.5억달러로 역대 최고를 기록하였다. 이러한 변화에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는 인구 및 경제력의 변화, 농업기술의 혁신, 식품산업 발달, 외식산업 발달, 외래문화 유입, 의학·영양학 등 건강 관련 분야의 발전에 따른 정보량의 증가, 국민의 의식 구조 및 가족 형태의 변화 등을 꼽을 수 있으며, 최근에는 코로나19와 잦은 태풍 등의 기후 변화가 식품 소비 행태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현대인은 먹거리 불안의 시대를 살고 있다.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식재료와 외국에서 수입된 값싼 식품, 거대 초국적 외식기업 진출로 인한 다국적 먹거리가 외식시장을 지배하고 있으며 경제적 풍요로 먹거리가 넘쳐나지만 심각한 영양 불균형이 동시에 존재한다. 영양 과잉과 결핍이 공존하는 영양 양극화 현상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노인과 어린이 같은 영양 취약 계층 및 저소득 계층에서 주로 나타나는 영양 결핍률은 20%에 이르고, 영양 과잉으로 인한 비만 또한 30%에 달하는데, 주로 저소득층에서 발병률이 더 높다고 한다. 

 

노벨상을 수상한 경제학자이자 철학자인 아마르티야 센의 기근 분석에 의하면 사람들은 음식이 없어서 굶주리는 것이 아니라 ‘음식에 손댈 자격’이 주어지지 않아서 굶주리는 것이라고 한다. FAO(국제식량농업기구)에 의하면 전 세계 곡물 총생산량은 2019년 현재 25억 7,900만톤으로 추정되는데 이를 전 세계 인구 78억 7,496만명으로 나누면 한 사람당 328kg의 곡물이 돌아가게 된다. 이는 모든 사람에게 하루 2000칼로리의 열량을 공급하기에 충분한 양이다. 그러나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음식의 3분의 1인 13억톤의 음식이 시장 부족과 가공업자와 유통업자, 음식점과 소비자들의 저장이나 처리 부실 등으로 매년 낭비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기술적으로는 먹거리 생산 문제가 해결되었으나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생산, 분배, 소비에서 심각한 불균형이 발생하여 먹거리의 공정성이 결여되어 있다. 

 

먹거리 부족 때문에 생기는 영양 부족은 단백질-에너지 결핍증이며, 홍역이나 설사 같은 전염병과 관련이 있는 경우도 많다. 비만은 당뇨를 유발할 수 있으며 당뇨는 전 세계적인 유행병으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비만과 당뇨는 CHD(관동맥성심장병)의 위험을 높이며 CHD로 인한 조기 사망은 여성보다 남성이 2배 더 높다. 

 

우리는 날마다 논란을 먹고 있다. GMO(유전자변형식품)가 바로 그것이다. GMO는 유전자 재조합 기술로 생산된 농산물과 이를 원료로 하는 식품이다. 1995년 다국적 식량기업 몬산토가 자사의 제초제 ‘라운드업(Round Up)’에 내성을 지닌 유전자 변형 콩 ‘라운드업 레디’를 출시하면서 대중화됐다. 

 

2017년 현재 전세계 GMO 재배면적이 약 1억8980만㏊이고 작물별로 보면 콩·옥수수·면화·카놀라가 전체 재배면적의 99%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몬산토와 같은 세계적 농식품업체는 유전자 조작 씨앗과 동물성 식품이 전 세계의 식량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국 환경의학협회에서 발표한 동물 사료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현재 우리 식탁에 오르는 것과 똑같은 유전자 조작 사료를 먹인 동물에게서 생식 장애, 면역체계 약화, 위장 장애, 노화 촉진, 장기 손상, 콜레스테롤과 인슐린 조절 기능 장애가 나타났다고 한다. 유전자 조작 사료를 먹이지 않을 경우 사망률, 사산율, 약물 의존도는 낮아지고 수태 가능성, 생존율 등은 크게 올랐다고 한다. 

 

인류 역사상 가장 심각한 문제는 기후 위기이다. 석탄 사용을 줄이고, 자동차를 덜 타서 탄소 배출을 줄이고, 에어컨 사용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시급하게 바꿔야 할 것은 우리의 식생활과 식품 생산방법을 바꾸는 것이다. 음식은 탄소 배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22개국 70명의 전문가가 모인 환경단체 플랜드로다운(Plan Drawdown)은 향후 30년간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줄일 수 있는 방법 3위로 ‘채식 위주 식단’을 꼽았다. ‘열대우림 복원(5위)’이나 ‘해상풍력발전(6위)’같은 거창한 계획보다 식생활 개선이 기후 변화 대응에 더 유용하다는 의미이다. 우리나라는 육류 소비가 늘면서 가축 사육은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이다. 우리나라는 사료의 대부분을 수입 곡물에 의존하고 있다. 2010년 수입된 곡물 약 1500만톤 중 약 1000만톤이 사료용으로 사용되었다. 한편, 한국의 가축 사육 환경은 무척이나 열악하다. 가축 밀식 정도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농가 수는 줄고 사육 두수는 늘어나는 대형화가 진행되어 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밀식형 산업축산은 가축의 건강을 약화시켜 질병에 취약하게 만들어 구제역, 조류독감이 주기적으로 발생하여 대규모 살처분이 이루어지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 문제도 심각하다. 2019년 환경부가 발표한 ‘전국폐기물 발생 및 처리 현황’ 통계에 따르면 하루에 음식물 쓰레기 발생량은 1만 5903톤으로 우리나라는 1일 생활폐기물 발생량 총 5만 3490톤 중 음식물이 전체 발생량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 음식물 쓰레기의 약 70%가 가정과 소형 음식점에서 발생하며, 이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연간 20조원 이상이며 처리 비용으로만 해마다 8600억 원이 사용되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음식은 민족을 상징하는 문화 표상일 뿐 아니라 경제적·문화적 전략상품이 되고 있다. 사람들은 음식을 그 자체로 즐기며 포만감보다는 미각적 쾌락에 더 가치를 두는 경향을 보인다. 음식을 통해 생존을 보장받는 것보다 맛, 영양, 미각을 생각하고 문화를 소비하는 것을 더 중시하는 시대가 되었다. 채식과 발효 음식에 근거한 한식은 자연을 우리의 일부로 생각한 한국인의 자연주의 정신과 철학 속에서 잉태된 음식문화이다. 한식은 자연으로부터 멀어지고 정신적으로 피폐해지고 과도한 육식으로 병들어가는 세계인들을 치유할 것으로 기대된다.

 

ekk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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