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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신문의 전문가 칼럼 화성춘추 (華城春秋) 146]
정치의 계절, 나르시시즘을 경계한다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2/05/02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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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준희화성시정신건강복지센터장     ©화성신문

나르키소스는 아름다운 미소년으로 눈부시게 아름답다. 흔한 말로 요즘 아이돌이다. 하지만 강한 자존심을 가진 나르키소스는 누구의 사랑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많은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나르키소스에게 복수의 여신은 저주를 걸게 된다. 저주에 걸린 나르키소스는 숲 속 맑은 샘에 비친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에 반한 나머지 넋을 잃고 꼼짝하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사랑에 빠진 상사병으로 사라지고 만다. 우리가 아는 바로 그 이야기다. 지나친 자기애를 뜻하는 나르시시즘(Narcissism)은 나르키소스 신화에서 유래되었다. 

 

인간은 어느 정도의 자기애를 갖고 있어야 살아갈 수 있다. 자기애가 있어야 ‘자아’가 형성되고 기능을 할 수 있다. 정신분석학자인 프로이드도 인간의 성장과정에서 자기 스스로를 사랑하는 자기애가 나타나는 것은 정상적인 발달과정이라고 했다. 아마도 나르키소스가 16세였던 걸로 보면 사춘기 시절 자신에 대한 사랑은 어쩔 수 없는 것인가 보다. 거울 앞에서 빠져 있는 자녀의 모습을 한심하게 보기보다는 지극히 정상적인 것으로 이제는 봐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자기애가 사춘기를 넘어서서 중장년까지 이어지는 것은 조금은 곤란할 것 같다. 모든 것이 그렇지만 자기애도 지나치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자기애적 성향이 강한 사람은 자기 가치감을 조절할 줄도 모르고 대인관계에서도 지나치게 예민하고 타인을 수단시 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즉 사회생활을 해나가는데 지장이 생긴다. 대부분의 청소년기 자기애는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겪는 비판과 좌절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게 되면서 성숙해져 간다. 이를 통해 건강하게 스스로를 존중하는 자아존중감도 형성되게 된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경우 대인관계에서 타인을 존중할 줄 모르고 자신의 능력에 대한 중요성을 지나치게 느끼며 높은 지위, 재물, 권력, 능력 등에 몰두하고 타인의 존경과 관심의 대상이 되고자 끊임없이 애쓴다. 내면보다는 겉치장에 관심이 있고 의미 있는 대인관계보다는 권력 있는 사람, 성공한 사람과의 관계만을 중요시한다. 일종의 자기애성 성격장애가 되는 것이다.

 

특히 중년의 경우 사회적 성공과 경제적 안정을 누리게 되면서 자신의 인생에 대한 과도한 자부심과 성공에 대한 노하우에 대한 확신 등으로 자기애가 분출하여 타인과 주변 사람을 곤란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 2010년 뉴욕타임즈에서는 ‘맨스 플레인’이라는 단어를 신조어로 소개하였는데 그 내용이 흥미롭다.

 

맨스 플레인은 남성들(Mens)에게 주로 나타나는데 설명을 듣는 사람이 설명을 하는 사람보다 지식이 더 풍부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하고 자신에게 과잉 확신된 채 설명(Explain)하는 사람을 뜻한다. 즉 Mens와 Explain을 합한 신조어인 것이다. 필자 역시 이 신조어를 보면서 얼굴이 화끈거리는 경험을 했다. 직장에서 주로 설명하는 입장에 있기 때문이고 어떤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생각이 모두 올바르다는 자기 확신에 빠져 버리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중년의 과잉된 자기 확신은 어쩌면 꼴불견의 전형인지도 모르겠다.

 

정치의 계절이다. 여러 정치인들이 자신에게 표를 달라고 말하는 시기이다. 멋지게 찍은 사진들이 대형건물의 외벽을 장식하고 있다. 자신의 이름과 멋지게 치장한 사진으로 호감을 갖게 하고 있는 것이다. 모르는 전화번호로 걸려오는 전화 중 정치인의 선거운동으로 녹음된 목소리가 들려 나오곤 한다. 모두 확신에 찬 목소리들이다. 자신감이 넘치고 자기 확신이 있는 정치인은 멋지다. 믿음이 간다. 선거의 시기에는 그 확신의 목소리로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 확신이 선거 후에는 독선과 맨스 플레인이 될 수도 있기에 우리는 경계하기도 해야 한다. 중년들의 과도한 자기애가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기도 하는데 정치인들의 자기애는 더 곤란하다. 선거의 계절, 우리는 자기애가 너무 강한 정치인은 걸러낼 수 있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 우리 모두를 위해서 말이다.

 

badworke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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