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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 교수의 Leadership Inside 207]
만족한 직원이 일도 잘할까?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2/05/02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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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장     ©화성신문

요즘 직장인들은 자기 직장에 그리 만족하는 것 같지 않다. 노동연구원에서 2020년 9월 블라인드 홈페이지 가입자 3만3천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직장인의 직무에 대한 만족도는 100점 만점으로 환산했을 때 41.7점에 불과하다(월간 노동리뷰, 2020.11). 직장인들의 만족도가 떨어지면 아무래도 일을 열심히 안 하게 되고 또 이직할 가능성도 커질 것이다.

 

그런데 과연 만족한 사람이 일도 잘할까? 상식적으로는 일에 만족한 사람이 성과도 높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학자들이 연구해보니 상식과는 달리 직무만족도와 성과 간의 관계가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여러 연구를 종합해볼 때, 직무만족도가 성과를 설명해주는 정도는 불과 2~3%에 불과했다. 그럼, 일에 대한 만족도를 높일 필요가 없단 말인가? 그건 또 그렇지 않다. 

 

직무만족도와 업무성과 간의 관계를 이해하려면, 우선 직무만족도를 해부해 보아야 한다. ‘일에 만족한다’고 했을 때, 왜 만족하는지 내용을 들여다보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혹 일에 만족하는 이유가 일을 별로 안 해도 되기 때문이라면 그때의 만족도는 성과와 당연히 관계가 없을 것이다. 실제로 그런 경우가 있다. 필자가 아는 사람 중 한 사람은 힘들게 일하다가 직장을 옮겼다.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새 직장에 엄청나게 만족한다고 했다. 왜냐하면 거기서는 여유시간이 많았기 때문이다. 일을 많이 안 해도 되는 직장이었다.

 

일을 많이 해야 하는데도 만족한다면 정말 좋은 현상이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업무성과가 높은 것은 아니다. 거기에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능력이 부족할 수도 있고, 여건이 받쳐주지 않을 수도 있다. 아님, 성과에 대한 보상이 적을 수도 있다. 그런데 학자들이 발견한 건 이런 것이 아니었다. 가장 중요한 요인은 직원들의 재량권이었다. 

 

스스로 자기 행동을 선택하고 바꿀 수 있는 자유도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이다. 직무에 만족하면 직원들이 뭔가를 시도해 보려고 한다. 이때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재량권이 없으면 그런 마음가짐은 의미가 없어진다. 실제 성과로 나타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좋은 태도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태도가 실제 행동으로 나타나려면 그 행동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어야 하는 것은 보편적인 원리다. 아이들이 특정 가수를 좋아한다고 하더라도 그 가수의 공연을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금전적으로 여유도 있어야 하고 또 보모가 허락해주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직장에서는 엉뚱한 일을 벌이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한편에서는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여준다고 화장실에 비데를 설치하고, 휴게실에 안마기를 놓고, 문화상품권 같은 것을 선물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성과관리를 한다면서 절차를 까다롭게 만들고, 규제를 강화한다. 구성원들의 재량권을 넓혀주기보다는 재량권을 옥죄는 조처를 하는 것이다. 그러면 직원들에게 잘해주는 것이 모두 허사가 되고 마는 것이다. 복지가 좋아지면, 직원들의 만족도가 일시적으로 좋아진다. 그러나 일에서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게 별로 없고, 새롭게 시도해볼 수 있는 여지가 적으면 결국 성과를 내지 못하고 좌절하게 될 것이다. 적당한 선에서 일을 처리하고 말 것이다. 그러면 만족도는 떨어지게 되고 직원들은 여러 채널로 불만을 표출하게 될 것이다. 

 

만족도가 성과로 이어지게 하려면, 만족도를 높이는 일과 재량권을 넓혀주는 일을 병행해서 해야 한다. 아니, 만족도를 높이는 일과 재량권을 넓혀주는 일이 구분 없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직원이 스스로 일을 기획하고 스스로 운영에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복지제도를 도입하는 것조차도 직원들이 선택하고 결정하게 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재량권을 넓혀준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당신들이 알아서 하세요’하고 내맡겨서는 안 된다. 직원들의 성숙도에 맞추어서 점진적으로 재량권의 범위를 넓혀나가야 한다. 

 

초기에는 작은 일을 스스로 알아서 하게 하고, 나중에는 큰일을 스스로 도모하게 해야 한다. 처음에는 리더가 코칭을 많이 해주어야 하고 나중에는 전적으로 위임해도 좋을 것이다.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 만족도가 성과로 이어지지 않으면 그 노력은 지속될 수가 없다. 만족도가 성과로 이어지려면 재량권을 넓혀야 하고, 또 재량권이 넓혀지면 만족도가 높아지는 선순환이 일어난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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