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조영호 리더쉽인사이드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조영호 교수의 Leadership Inside 213]
역발상으로 직원의 사기를 높인 콜센터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2/06/13 [09:09]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장     ©화성신문

콜센터는 현대 산업의 필요악적인 존재다. 비대면 서비스가 늘면서 전화로 고객을 응대하는 콜센터는 날로 증가하고 있으나, 거기서 일하는 종사자들의 근무 여건은 여느 작업장과는 달리 열악하기 그지없는 곳이다.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콜센터 근무자 수가 8만 정도 되는 것으로 나와 있는데, 업계나 노동연구원에서는 50만 정도는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부분이 여성인 콜센터 직원들은 이중으로 시달리고 있다. 한편에서는 고객의 불친절한 태도에 시달리고 다른 한편에서는 내부적인 통제에 시달린다.

 

콜센터의 업무는 기본적으로 감정노동이다. 감정을 상품으로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친절함과 자상함을 팔아야 하고 또 화난 고객을 달랠 줄도 알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감정을 다스려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콜센터 통화내용을 녹음한 이후 상황이 조금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고객 응대는 어려운 일이다. 콜센터 직원은 내부적으로 일거수일투족이 전자적으로 기록되고 통제되어 사생활을 갖기 어렵다. 이런 여건 때문에 콜센터 직원들의 근속연수는 매우 짧다. 90% 정도가 근속연수 1년 미만이다.

 

그런데 사실 콜센터의 업무는 대부분 회사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하다. 고객을 최일선에서 접촉하다 보니 고객만족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잘하면 불만인 고객을 충성스러운 고객으로 바꿀 수 있고, 타사와 차별화를 할 수가 있다. 그래서 회사에서는 콜센터 근무자들의 사기와 역량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콜센터 직원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흔히 활용하는 방법이 다음 세 가지라고 할 수 있다. 첫째는 업무를 철저히 매뉴얼화해서 직원들은 거의 기계적으로 상황에 대처할 수 있게 훈련하는 것이다. 시작은 어떻게 하고, 마무리는 또 어떻게 하고, 화내고 욕설하는 고객은 어떻게 대하고, 무리한 요구를 하는 고객에게는 또 어떻게 대할 것인지 세부적인 원고를 만들어 놓는 것이다. 두 번째는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로 보상을 하는 방법이다. 시간당 처리한 건수나 실적으로 보상함으로써 가능한 한 노력을 많이 하고, 결과를 산출하게 유도한다.

 

세 번째로 쓰는 방법이 특별한 복지를 제공하는 것이다. 작게는 안마의자 제공에서부터 크게는 자녀 학자금 지원과 휴가제도까지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한다. 특히 근속연수 1년을 넘기는 직원에게 많은 혜택을 제공한다. 건강식품 회사 애터미는 콜센터 직원들의 복지를 크게 개선하여 1년 내 이직률을 업계 평균의 10분의 1로 낮추었다고 보고하였다.

 

그런데 이런 방법들이 반짝 효과는 있어도 길게 효력을 보이지 않는 게 문제다. 미국의 한 은행 콜센터에서 일반적인 방법을 뒤집어서 문제를 해결했다(닐 도쉬, 린지 맥그리거.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 생각지도. 2016).

 

우선, 인센티브 보상제도를 없애고, 기본급을 올렸다. 이는 대단한 위험이었다. 많은 사람이 우려를 표했지만, 시험적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두 번째는 실적점검도 없앴다. 그리고 애지중지하던 매뉴얼도 없앴다. 하지만, 새로 실시한 것도 있었다. 직원들에게 세부적인 매뉴얼 교육 대신 회사의 원칙과 기본 방침에 대해서는 더 철저히 교육했고, 세부적인 스크립트를 따르는 대신 상황에 따라 직원들이 알아서 문제를 해결하도록 했다. 다만, 매일 팀원들이 모여서 까다로운 고객을 어떻게 다루었으며, 어떻게 추가 서비스를 판매했는지 서로 이야기하고 작전을 구상하게 했다. 월요일 회의는 좀 더 진지했다. 고객의 까다로운 정도를 세 등급으로 나누고, 최상위 등급에 해당하는 고객의 문제를 회사 간부들도 참여하는 자리에서 고민하고 의논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콜센터 직원들의 업무가 크게 달라졌으며, 그들의 일하는 자세 또한 180도 변했다. 과거에 콜센터 직원들은 고객의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았다. 그저 회사를 위해 주어진 일을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는 고객이 무엇 때문에 고민하고, 왜 불평할 수밖에 없는지 알게 되었으며 그들의 문제를 자신들이 해결해주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나아가서 그들이 고객의 생활과 행복도에 크게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 것이다. 소위 일에 대한 의미 또는 가치를 이제야 맛보게 되었다. 변화의 성과는 어마어마했다. 234달러던 시간당 수익이 375달러로 1.6배로 증대했다.

 

콜센터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겠다고 시작했던 일반적인 방법이 오히려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고 있었다. 사기는 매뉴얼과 돈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었다. 복지도 진정한 몰입을 가져오지는 않는다. 사기는 직원들이 일의 의미를 알고 본인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졌을 때 생기는 것이다.

 

choyho@ajou.ac.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화성신문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인기기사목록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