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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 교수의 Leadership Inside 214]
창업자가 후계자 육성에서 하지 말아야 할 것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2/06/20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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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장     ©화성신문

Y 사장은 금속 가공업체를 경영하고 있다. 엄청나게 꼼꼼한 성격이고 또 그만큼 성실하게 일했기 때문에 거래업체로부터 신용을 얻었고, 회사가 15년 이상 버텨 왔다. 그런데 60세가 넘은 Y 사장은 후계자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다행히 큰딸이 회사 근무를 원해서 관리 업무를 그동안 맡아 왔다. 큰딸이 제법 경영수완이 있어 보이기는 한데 ‘여자가 경영을 맡을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되었다. 그러던 차에 마침 남자 친구를 데리고 왔다. 얼른 보기에 성실한 것 같아 회사에서 일하게 하고 얼마 되지 않아 결혼까지 시켰다. 

 

그런데 이때부터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아버지와 딸 부부 사이에 다툼이 생기기 시작했다. 딸은 내부 관리를 하고, 사위는 바깥 영업을 했는데 아버지는 이 두 사람이 하는 일을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사사건건 트집을 잡았으며, 고객과 약속했던 계약을 파기하기도 했다. 딸과도 마찰이 커졌다. 과거에는 문제 삼지 않았던 비용 지출을 따지고 들었다. 결국 Y 씨는 딸 부부와 결별하고 말았다.

 

J 사장도 이와 비슷한 일을 겪었다. 아들이 둘 있는데 큰아들은 일찌감치 아버지 회사를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래서 유학을 다녀온 둘째에게 회사를 맡기고 본인은 은퇴했다. 나이가 70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들이 하는 것이 하나부터 열까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도 참고 보면서 말로만 조언했었다. 그런데 2년이 지난 후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어서 J 사장은 회장으로 회사에 복귀했다. 그리고는 아들이 해 놓은 것을 뒤집기 시작했다.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하는 유연근무제도 폐지했고, 실적이 별로 없는 연구소도 문을 닫았다.

 

창업자와 후계자와의 관계는 사실 미묘하다. 창업자가 후계자에게 불만을 품는 사항은 대체로 이런 것들이다.

 

첫째, 창업들이 후계자들에게 “새롭게 해라.” “변화를 해라”라고 말은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는 후계자들을 보면 마음이 불편해진다. 마치 자식들이 “아버지는 엉터리로 회사를 경영했다.”라고 비난하는 것처럼 느끼는 경우도 있다. 후계자가 아무 시도도 안 하고 있으면 그것도 불만이고, 또 변화를 시도하면 그것도 마음에 안 드는 것이다.

 

둘째, 창업자들은 자수성가한 사람들로서 모든 것을 직접 했고, 대체로 엄청 부지런하게 일해 온 사람들이다. 그런 눈으로 볼 때 후계자들의 근무 태도는 ‘날라리’ 수준이라 할 것이다.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후계자의 이런 태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셋째, 창업자는 자신이 회사를 만들어서 키워온 사람이기 때문에 회사의 업무에 대해 구석구석, 모든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중간에 들어 온 후계자는 업무에 대해 아는 것이 너무 없는 것이다. 알지도 못하면서 중요한 결정을 한다고 생각하면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수성은 창업보다 어렵고, 2세 경영은 1세 경영과는 다른 문제를 안고 있다. 미국에서 행한 연구에 의하면, 가족기업이 2세로 넘어가면서 살아남는 비율은 30% 정도이고, 3세 승계까지 성공을 거둘 확률은 10%밖에 안 된다고 한다.

 

가족기업에 관한 연구들에 의하면, 가업 승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 준비하는 것이다. 승계해 주는 창업자도 준비를 해야 하고, 이어받는 후계자도 준비를 해야 한다. 후계자는 회사의 업무를 충분히 파악해야 하고 경영을 물려받아야겠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창업자 아버지의 감정도 고려해야 한다. 변화할 때는 과거에 잘못되었기 때문에 바꾼다고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과거에는 과거 방식대로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는 점을 존중해야 한다. 시대가 바뀌고, 환경이 달라졌기 때문에 변화하는 것이라 생각해야 한다.

 

창업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경영 노하우를 후계자에게 물려주어야 한다. 그런데 과거에 자신이 했던 관행이나 구체적인 노하우를 물려주려고 생각하면 안 된다. 행동이 아니라 정신을 물려주어야 한다. 어떤 정신과 가치관으로 고객과 종업원을 대해야 하는지, 세상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생각을 후계자와 공유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

 

후계자를 결코 자신의 판박이로 만들면 안 된다는 것이다. 2세는 1세와 달라야 하고, 후계자는 창업자와 달라야 한다. 후계자가 창업자와 같은 생각, 같은 지식, 같은 인맥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후퇴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래도 창업자는 구시대 사람이고, 아날로그 시대 사람이다. 후계자는 더 디지털화되고, 더 국제화되어야 한다. 그리고 보다 유연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면서 창의적이어야 할 것이다. 승계 기업의 성공은 바로 이런 데서 결정된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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