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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 교수의 Leadership Inside 217]
창의성을 살리려면 공간을 바꿔 보라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2/07/18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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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장     ©화성신문

1950년대 초, 미국 피츠버그 대학의 지하 연구실에서 소아마비 퇴치법을 찾고 있던 소크(Jonas Salk) 박사는 연구가 벽에 부딪혀 답답해하고 있었다. 

 

그는 기분전환을 위해 해외여행을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이탈리아 중부로 가서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특히 13세기에 지어진 중세 수도원을 찾아다니게 되었다. 수도원 교회에 들어가면 기분이 좋아졌다. 높은 천장이 묘한 느낌을 자아냈다. 특히 중앙 제단이 있는 곳에 서서 천장을 쳐다보면 모든 것을 가진 듯했다.

 

소크 박사는 한가롭게 기둥 사이를 거닐고 있었는데 갑자기 '사균(死菌) 백신'에 대한 영감이 떠올랐다. 백신은 약화된 균(병원체)을 미리 우리 몸에 주입하여 몸에서 항체가 만들어지게 하는 것인데, 살아있는 병원체를 이용하는 방법(생균 백신)과 병원체를 죽여서 이용하는 방법(사균 백신)이 있다. 

 

살아있는 병원체를 이용하면 항체 생성에는 크게 효과적이지만, 위험성이 있다는 문제가 있고, 죽은 병원체를 이용하면 안전성은 보장되지만, 항체 생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소크 박사는 당시 생균 백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수도원 산책을 하면서 사균 백신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된 것이다. 소크 박사는 이탈리아 여행을 마치고 사균 백신을 개발하여 소아마비 정복의 길을 열었다. 그리고 그 덕분에 그는 부자가 되었다.

 

그는 자신이 번 돈으로 연구소를 설립하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해서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 소크 생물학 연구소(Salk Institute for Biological Studies)가 만들어졌다. 소크 박사는 연구소를 만들면서 건축에 특별한 신경을 썼다. 우수한 연구진을 유치하려면 멋진 공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가 이탈리아에서 영감을 받은 것처럼 연구소 공간이 그렇게 영감을 주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소크 박사는 세계 최고 건축가 중 한 명인 루이스 칸(Louis Khan)에게 건축 설계를 맡겼다. 그래서 소크 연구소는 건축적으로도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되었다. 칸은 모든 연구원이 바다를 바라볼 수 있게 삼각형 모양의 연구실 창을 바깥으로 돌출시켰고, 천장이 높을수록 창의적인 발상을 할 수 있다고 믿은 소크의 요구대로 천장을 3m로 높게 만들었다. 또한 건축의 중심 공간인 마당을 나무 한 그루 없이 모두 비워 사색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연구원들이 쉽게 모일 수 있는 공간이 있는가 하면, 혼자 숨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그래서 이 건물을 완성하는 데 6년이나 걸렸다. 그 덕분인지 소크 연구소는 세계적인 연구소가 되었고 노벨상 수상자를 11명이나 배출했다.

 

건물의 층높이 3m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다. 칸은 소크가 여행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곳을 여러 번 방문하고 층높이가 높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층높이가 높아야 창의적으로 된다.”라는 믿음이 그때부터 생긴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미신이 아니었다. 그 후 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천장의 높이와 창의성 간에는 연관이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가령, 미국 미네소타 대학의 조안 마이어스 레비 교수는 천장 높이가 각각 3m와 2.4m로 다를 뿐 구조는 똑같은 두 방에 100명을 나눠 넣고, 동일한 문제와 퍼즐을 풀게 했다. 그 결과 높은 천장 아래서 문제를 푼 사람들은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을 강하게 보였다. 

 

공간이 넓고 높으면 창의적인 사고를 하는 데는 확실히 유리하다. 이런 연구에 자극을 받아 건축물의 층높이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 20세기 내내 평균 2.4m였던 천장 높이는 1990년대 후반 2.7m로 높아졌고, 최근 신축 중인 빌딩들은 평균 3m 수준이다. 네이버의 분당 건물은 무려 3.8m나 된다. 그렇다고 일터의 공간이 모두 높아야 좋은 것은 아니다. 파고드는 수직적 사고를 위해서는 골방이 좋다. 소크 박사도 여행을 하면서 영감을 얻었지만, 결국 지하 연구실에서 마무리를 짓지 않았는가. 높은 공간도 필요하지만, 낮은 공간도 필요하다.

 

혼자 머리를 싸매고 일할 때는 좁은 공간이 좋다. 그렇지만, 아이디어를 모으거나 새로운 발상을 하려고 하면 넓은 공간으로 나가보는 게 좋다. 단지 넓은 데 뿐만 아니라 새로운 곳으로 가는 것도 대안이다. 많은 기업에서 한 해에 한두 차례씩 직원 연수니, 워크숍이니 해서 리조트 같은 멋진 장소에서 시간을 보낸다. 기분도 상쾌해질 뿐만 아니라, 아이디어도 샘솟고 소통도 잘 된다.

 

리더 개인도 공간을 가끔 바꿔 볼 필요가 있다. 답답하면 일단 사무실을 벗어나 보아야 한다. 가능하면 천장이 높은 곳 그리고 탁 트인 곳으로 말이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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