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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 교수의 Leadership Inside 226]
카리스마가 넘치는 리더, 카리스마가 없는 리더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2/10/11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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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장     ©화성신문

미국에서 흑인 인권 차별에 반대하는 시민운동이 폭발한 것은 1955년이었다. 1955년 12월 1일, 미국 남부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시에서 일하는 흑인 여성 로자 파크(Rosa Park)가 일을 마치고 귀가하는 버스를 타고 가다가 백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라는 운전사의 요구를 따르지 않아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이 흑인 차별에 항의하는 시위의 기폭제가 되었다.

 

마틴 루터 킹(Martin Luther King Jr.)은 당시 몽고메리시의 한 침례교회에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26세의 젊은 목사였다. 그는 흑인 차별 반대를 이끄는 지도자의 한 사람이 되었으며, 투쟁을 하는 것은 좋지만 어디까지나 비폭력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버스 보이콧을 주도했고, 수많은 행진을 이끌었다. 백인우월주의자들이 폭력으로 맞서는데도 불구하고 흑인들이 비폭력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래도 그는 끝까지 비폭력을 주장했다. 1956년 12월, 미국 연방대법원이 버스 내 인종 분리를 규정한 법이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려주어 로자 파크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했으나, 인종차별 문제가 여기서 그칠 일이 아니었다. 이 운동은 몽고메리시를 넘어 전국적인 운동으로 확산하였다.

 

드디어 1963년 워싱턴으로 향하는 대규모 행진이 벌어졌다. 워싱턴 링컨 동상 앞에 인권운동에 동참하는 시민 20만 명이 운집했다. 킹 목사는 여기서 연설을 하게 된다. 그 유명한 ‘I have a dream(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이라는 연설 말이다. 노예를 해방한 링컨 동상 앞에서. 링컨이 노예해방을 선언한 후 거의 100년이 지났지만 사실상 달라진 것이 없다고 털어놓으면서 그는 자신의 꿈을 이야기한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조지아주의 붉은 언덕에서 노예의 후손들과 노예 주인의 후손들이 형제처럼 손을 맞잡고 나란히 앉게 되는 꿈입니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이글거리는 불의와 억압이 존재하는 미시시피 주가 자유와 정의의 오아시스가 되는 꿈입니다. (후략)”

 

이 연설은 20세기 최고의 연설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킹 목사의 떨리는 목소리와 단호한 표정은 하늘에서 온 사자 같았다.

 

마틴 루터 킹 같은 리더를 ‘카리스마 리더’라고 한다. 카리스마는 원래는 신의 은총을 의미하는데,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탁월한 능력과 혜안을 뜻하기도 한다. 그래서 카리스마 리더는 담대한 신념과 탁월한 능력을 통해 집단을 이끌어가는 사람이다. 중요한 것은 실제로 그런 능력을 지니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런 능력이 있다고 추종자들이 믿으면 그게 카리스마 리더가 되는 것이다.

 

종교 지도자나 사회운동가 중에는 카리스마를 가지고 이끌어가는 사람들이 상당히 있다. 왜냐하면 이 영역은 계수로 따질 수 없는 면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숫자와 가시적인 실적이 중요한 비즈니스 세계에도 카리스마 리더가 존재할까? 비즈니스 세계에도 카리스마 리더는 얼마든지 존재한다. 동물적 감각으로 사업을 개척한 사람들, 많은 사람이 실패할 것으로 예측한 일을 성공시킨 사람들에 대해 사람들은 카리스마를 느낀다. 사업을 일으킨 사람들, 죽어가는 사업을 살리고 전환시킨 사람들은 상당한 카리스마가 있는 사람들이다. 보통 사람도 초기에 특별한 성공을 거두게 되면 나중에 카리스마 리더가 되기도 한다.

 

한 리더가 카리스마적인 리더가 되면, 집단은 그에게 충성을 하게 되고, 그에게 의존하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아무도 그의 결정에 토를 달 수 없는 신적인 존재가 되는 것이다. 카리스마 리더십의 문제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조직이 시스템에 의해 운영되지 않고 지나치게 사람에 의존하게 되며, 이성적이고 사실에 입각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기보다는 취향이나 교조적인 이념에 의해 움직이게 된다. 

 

그런데 리더가 카리스마가 너무 없으면 그것도 문제다. 담대한 꿈을 지향하기도 힘들고, 조직원들을 결집하고 열정을 끌어내는 것도 어렵다. 리더의 카리스마가 너무 넘쳐도 곤란하고 너무 적어도 문제다. 평균적인 카리스마를 50이라고 할 때 60 정도의 카리스마가 최적이라는 연구도 있다. 모든 리더가 킹 목사가 될 필요는 없지만, 조금은 킹 목사를 닮을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킹 목사같이 가끔 감동적인 연설을 하든지 아니면, 직원 자녀의 이름을 기억해서 놀라게 해주든지 말이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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