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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 교수의 Leadership Inside 228]
재택근무, 효과적으로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2/10/24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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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장     ©화성신문

재택근무를 한다고 하면, ‘직원이 집에서 제대로 일을 하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걱정을 한다. CCTV를 설치해서 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전화를 계속 걸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회사에서 만약 재택근무를 도입한다고 하면, 근로자가 지금 일을 하고 있는지 아닌지, 어디서 일을 하고 있는지 하는 걱정을 아예 접어야 한다. 직원은 알아서 일을 잘하고 있을 것으로 그냥 믿어야 하는 것이다.

 

재택근무의 생명은 그래서 신뢰이다. 믿음이 없으면 재택근무를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럼, 믿으면 근무가 잘 될 수 있을까? 사실 그냥 믿는다고 해서 일이 제대로 될 수도 없을 것이다. 요는 직원들의 성과를 관리하는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직원들이 사무실에 나와서 일할 때는 직원들의 행동을 감시하고 통제한다. 출근부 체크를 하게 하고 제자리에 있는지 은연중에 꾸준히 살핀다. 직원이 잠시 자리를 비우면, 어디 갔느냐고 옆자리 직원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외부에 갈 일이 있을 때는 관리자에게 허락받도록 한다. 그러니까 직원이 자리를 지키는 것이 곧 일을 하는 것이라는 등식이 성립한다. 재택근무에서는 이 등식을 깨야 한다.

 

직원의 행동이 아니라, 일의 결과나 목표가 관리 대상이 되어야 한다. 오늘 어떤 일을 할 것인가? 어디까지 끝내고, 얼마나 실적을 올릴 것인지 그것을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직원을 믿는다는 것은 그 목표를 달성하고, 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믿는 것을 말한다. 직원이 그 시간에 그 장소에서 그 일을 할 것이라고 믿는 것이 아니다. 말하자면, 직장에 다니는 엄마가 아이 공부를 챙기는 것과 같다. 엄마가 아이 행동을 일일이 살필 수 없으니, 아이와 그날 공부할 것을 약속하는 수밖에 없다. 수학 문제를 2페이지 푼다든지, 영어 단어를 10개 외운다든지 하는 목표 말이다. 아이와 그 목표를 분명히 하고 그리고 그것을 할 수 있도록 간접적으로 도와야 한다.

 

마케팅팀을 이끄는 Y 씨는 외국인 회사에 다닌다. 그 회사에서는 이미 5년 전부터 재택근무를 시행했다. 처음에는 상당한 시행착오가 있었다. 직원들이 근무 시간 8시간을 집에서도 지키도록 했다. 그런데 그것을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했으며, 의미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이제는 아침에 30분 정도 팀원들과 영상회의를 한다. 오늘 할 일을 각자 이야기하는 것이다. 전체 회의가 끝나면, 필요한 직원들과 개별적으로 좀 더 통화를 하면서 의논할 것은 의논한다. 그리고 낮 시간에는 특별히 연락할 것이 없으면 연락하지 않는다. 서로가 갖는 집중 업무시간인 셈이다. 꼭 필요할 때만 문자 소통을 한다. 그리고 저녁에는 결과 보고를 사내 통신망으로 한다. 거기에는 업무 일지가 있다. 그것을 보고 Y 씨는 필요한 경우 전화나 화상으로 소통한다.

 

이런 방식에 익숙한 직원들은 편하게 집에서 일한다. 집에서 일하다 보니 필요할 때 아이를 유치원에서 데려올 때도 있고, 택배를 받을 때도 있다. 그러니까 근무 시간 중에도 개인 용무를 보는 것이다. 그러나 집중해서 일할 수 있는 시간에 집중해서 일한다. 

 

물론 재택근무를 하는 직원들도 재택근무가 마냥 편한 것은 아니다. 집안일과 회사 업무가 섞여서 이것도 저것도 잘 안되는 경우가 있고 또 혼자 있다 보니 게으름 필 때도 있다. 그래서 재택근무를 하는 H 씨는 재택근무에 대한 규칙을 정해놓고 일을 한다. 첫째는 집에서 일을 하는 경우도 옷을 제대로 갖추어 입는다. 잠옷이나 운동복을 입고 하면 아무래도 느슨해진다. 둘째는 집안에서도 쉬는 공간과 근무 공간을 분리해두고, 업무는 근무 공간에서만 한다. 셋째는 주기적으로 휴식 시간을 갖는다. 1시간 일하고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2시간 일 하고는 15분 쉰다. 그리고 중요한 것이 있다. 팀장과 팀원들에게 짧은 문자 메시지를 보내 안부를 묻고 가벼운 소통을 한다.

 

코로나19 때문에 10년 후에나 겪을 세상을 미리 겪게 된 것 같다. 미국의 경우 2018년에 상시 재택근무자 비율이 2.5% 정도 되었는데, 2020년에는 42% 정도로 급격히 늘었다는 조사가 있다. 우리나라도 2022년 3월 경기연구원에서 임금근로자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주 5회, 매일 재택근무를 하는 비율이 21.4%였으며, 주 3회 이상 재택근무를 하는 비율은 41%로 미국과 별 차이가 없었다.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디지털 도구도 크게 발전하고 있고, 재택근무에 대한 노하우도 날로 새로워지고 있다. 회사와 근로자 모두에게 이롭게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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