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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 교수의 Leadership Inside 229]
위기가 기회다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2/10/31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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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장     ©화성신문

2018년 11월 피자헛에는 비상이 걸렸다. 래퍼 마이크로닷(신재호)이 모델로 출연하는 광고 영상을 찍었는데 그의 부모의 사기 사건이 불거져 마이크로닷이 공개 사과문을 내놓는 일이 발생했다. 광고는 3일 후에 내보내게 되어 있는데 이 지경이 되었으니 그대로 내 보낼 수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광고를 다시 찍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피자헛은 고민 끝에 마이크로닷이 나오는 장면은 손으로 스케치한 스토리보드로 대체한 편집 영상을 내보내기도 했다. 

 

그리고 “본 광고는 3일 전 모델 이슈로 불가피하게 모델 출연 분량을 삭제 후 재편집한 영상으로 영상의 흐름이 다소 당황스러울 수 있으니 양해 부탁드립니다”는 Warning 자막을 넣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경북 칠곡에서 이상한 활명수 한 박스가 발견되었다. 박스가 개봉이 되어 있었고, 들어있는 활명수 한 병 뚜껑에 구멍이 뚫려있는 게 아닌가. 조사를 해 보았더니 뚫린 병에는 독극물이 들어 있었다. 누군가 주사기로 독극물을 집어넣은 것으로 추정되었다. 주민 신고로 해당 제품들은 모두 회수되었고, 다행히 인명 피해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 사건을 접한 동화약품은 어떻게 했을까? 회사의 과실이 아니고 누군가 저지른 사적인 범죄행위가 확실했음에도 불구하고 동화약품은 보도자료를 뿌려 신속하게 이 사실을 알리고 소비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용기가 훼손된 까스활명수는 먹지 마세요”라고 알렸다. 이 사건은 더 이상 번지지 않고 여기서 마무리되었다. 다만, 동화약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는 더욱 견고해졌다.

 

일본 파나소닉의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1894-1989) 씨는 평소 “위기는 기회다” “불황이 기회다”라는 말을 많이 했다. 잘 나갈 때는 문제가 없어서 잘 나가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숨어 있어 안보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위기가 오거나 불황이 오면, 문제를 바로 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 이렇게 생각했다. 

 

사실 그렇다. 젊을 때는 건강에 문제가 있어도 발견이 되지 않는다. 한참 지나서 정말 문제가 되었을 때 그 문제는 진짜 심각한 문제가 되는 것이다. 호황일 때는 누구에게나 좋다. 기술력이 좀 떨어져도, 품질이 좀 나빠도, 종업원이 좀 불친절해도 웬만큼 물건이 팔린다. 불황이 되어야 진짜 실력이 가려지기 마련이다.

 

1964년 도쿄올림픽이 끝나자 특수는 사라지고, 어려움이 찾아왔다. 고노스케 씨는 회장으로 이선에 물러나 있었다. 그런데 회사 사정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올림픽 특수에 편승하여 시설은 과잉이었고, 판매는 방만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는 가만히 뒷방 노인으로 있을 수가 없었다. 우선 유통방법을 획기적으로 전환할 필요를 느꼈다. 소매점과 대리점 경영자들을 휴양지인 아타미(熱海)로 불러 장장 13시간 동안 불만을 듣고 난상 토론을 벌였다. 문제의 핵심은 간단했다. 대리점은 밀어내기식으로 영업을 했고, 소매점에서는 어음으로 결제를 했다. 호황일 때는 아무 문제가 없었으나 불황이 되자 재고는 쌓여가고, 자금은 경색되고 있었던 것이다.

 

고노스케 씨는 이참에 유통혁신을 단행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본인이 직접 영업본부장을 맡아 이 일의 해결에 나섰다. 일단 대리점의 밀어내기를 중지하고 소매점에 남아 있는 재고를 전량 회수했다. 회수한 재고품을 파는 월부 판매회사를 새로 설립했다. 이 회사에서는 할부 판매를 전담했다. 그리고 어음이 아니고 현금으로 결제하는 소매점에게는 장려금을 주었다. 고노스케 씨는 이런 조치가 효과를 거두려면 2년 정도는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하였으나, 그 이듬해 바로 흑자를 기록하게 되었다. ‘아타미 회담’은 단지 일회성 비상 대책이 아니라 가전제품의 신유통혁명으로 일컬어지게 되었다.

 

누구에게는 위기가 그냥 위기일 뿐이지만, 누구에게는 그것이 큰 기회가 된다. 긍정적인 태도를 갖느냐 아니냐의 문제이다. 매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작은 불씨라도 키워서 큰 불로 만든다. 그런데 부정적인 사람은 큰 어려움을 발견하고 좌왕우왕하면서 그것을 더 큰 어려움으로 만든다. 리더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불황에서 새로운 흐름을 읽어내는 사람이어야 한다. 위기도 불황도 기회의 또 다른 이름일 뿐이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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