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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신문의 전문가 칼럼 화성춘추 (華城春秋)168]
아이의 공상(空想)을 수용해야 하는 이유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2/10/31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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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수연 장안대학교 교수/ 교육학박사     ©화성신문

모임에서 한 유치원 선생님이 신이 나서 말했다. “역시 유아들은 창의적인 것 같아요. 달걀 속에서 병아리가 부화되는 그림을 보고 ‘선생님, 캄캄한 달걀 속에 병아리가 왜 들어갔어요?’ 라고 말하지 뭐예요.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기발한 질문을 하는 거예요.”  이 말을 들은 다른 사람들은 “정말, 아이들은 창의적이네요”라며 공감하는 입장과 “ 이들은 역시 무지하군요”라는 입장 둘로 나누어졌다.

 

유아의 창의성에 대해 생각해 보자. 만일 유아의 이러한 질문에 창의적이라고 생각하는 입장이라면 이러한 생각을 권장해야 할 것이고, 무지의 결과라는 입장이라면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창의성의 대가인 토렌스(Torrence)는 4~4.5세가 인생에서 창의성이 가장 높은 시기이며 창의성 교육의 최적기라고 했다. 인류 역사상 창의적 산물을 하나도 만들어 내지 못한 유아기가 창의성이 가장 높은 시기라고 제시하는 것에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창의성의 근본 의미를 생각하면 이해가 된다. 창의성은 사고기법을 이용하여 새로운 생각을 만드는 것이다. 새로운 생각은 개인적 차원에서 만들어질 수도 있고, 역사적 차원에서도 만들어질 수 있다. 루트번스타인(Root-Bernstein)은 개인적 차원의 새로운 생각을 작은 창의성(creativity)이라 하고, 역사적 차원의 새로운 생각을 큰 창의성(Creativity)이라 구분했다. 개인적 차원과 역사적 차원으로 구분하는 것은 사고기법을 이용할 때 투입되는 지식의 양이 다르기 때문이다.

 

유아기는 사회의 많은 지식을 학습하기 이전이므로, 풍부한 기존 지식을 재료로 사회적으로 새로운 작품을 창조하는 성인기의 창의성과는 구분될 수밖에 없다. 성인이 풍부한 지식을 중심으로 사고기법을 이용하여 창의성을 발현한다면, 유아는 습득한 지식이 적은 상태에서 사고기법 중심으로 지식을 활용하는 창의성이라 할 수 있다. 위 일화에서 지식 중심으로 판단하면 유아는 병아리가 부화되는 것에 대한 지식이 없는 단순한 상태의 매우 ‘바보’ 같은 말을 했다고 볼 수 있으나, 사고 중심으로 판단하면 유아는 매우 ‘사려 깊다’고 볼 수 있다.

 

피아제(Piaget)에 의하면 2~6,7세경까지는 전조작기(Preoperational Stage)이다. 논리적 지식의 조작보다 소꿉놀이처럼 가상적 상황을 실제처럼 생각하는 상징적 사고를 하는 시기를 말한다. 상징적 사고는 지식의 관계 탐구에서 나타나는 논리적 사고가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생래적 사고이다. 이렇게 본다면 유아기는 습득한 지식이 적은 상태이므로 지식의 활용보다 사고기법을 습관화시키는 창의적 사고 훈련의 최적기라 할 수 있다.

 

상징적 사고에 논리가 부족하다는 것은 지식들의 관계가 제멋대로 연결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유아기의 사고를 공상(空想)이라고 한다. 공상은 현실에 부합되지 않으므로 비실제적이고 환상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환상적인 공상은 유아가 사고기법을 활성화시키는 매우 중요한 방법이다. 달걀과 병아리의 예는 유아의 단순한 지식에 사고기법을 활용한 좋은 예이다. 따라서 유아가 습득한 지식이 부족하여 ‘무지’하다고 지식 자체를 가르칠 것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다양한 공상 활동을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글쎄, 병아리가 왜 캄캄한 달걀 속에 들어갔는지 엄마도 궁금해’라고 공감을 표하거나 ‘씨앗에서 싹이 돋아나던데 그 싹들이 왜 씨앗 속에 들어갔을까?’라고 하면서 공상의 날개를 함께 펼치는 것이 필요하다. 공상을 통한 사고기법 활용의 습관화는 이후 지식을 학습할 때 ‘하나를 배우면 열을 알게’ 하는 학습의 상승효과를 만들어 준다.

 

아이의 창의성을 키우고 싶은 부모는 아이의 공상을 막아서는 안 된다. 공상을 촉진하기 위해 공상하라고 강요하는 것도 안 된다. 공상은 아이에게 있어 자연발생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므로 공상은 수용해 주면 된다. 판타스틱한 동화는 아이의 공상을 돕는다. 그러나 책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오히려 공상 활동을 방해할 위험이 있다. 이른바 타인의 공상 결과를 지식처럼 학습하게 될 뿐이기 때문이다.

 

아이가 잠들기 전에 그림책을 읽어 주는 부모가 많다. 이제 그 시간에 간간히 공상 릴레이를  함께해 보자. 아이가 이야기를 만들고 부모가 뒤이어 만들고, 아이가 또 뒤이어 만들고......  이러한 공상 활동을 글이나 그림으로 정리하면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멋진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부지런해야 한다. 혹시 아이 앞에서 유식함을 자랑하기 위해 아이의 공상을 바보 취급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해 보자.

 

syhaa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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