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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 교수의 Leadership Inside 230]
아무런 이유 없이 심란할 때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2/11/07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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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장     ©화성신문

최 사장은 화를 잘 내는 편이다. 특히 상대가 약속을 안 지킬 때 화가 난다. 그는 화가 나면, 가능한 한 그 자리에서 푼다. 상대에게 솔직히 이야기하는 것이다. 

 

최 사장의 이런 모습을 처음 보는 사람은 상당히 당황한다. 그런데 몇 번 그런 경우를 당하다 보면, 당하는 처지에서도 크게 신경 쓰지 않게 된다.

 

최 사장이 정작 곤혹스러워하는 것은 화가 나는 상황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아무 이유 없이 마음이 심란한’ 경우다. 누구에게 화가 난 것도 아니고, 무슨 일이 잘못된 것도 아니고, 누구를 탓할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이상하게 마음이 가라앉을 때가 있다. 특별히 감정이 어떻다고 이야기하기도 힘들다. 그냥 의욕이 떨어지고, 마음이 무거워지고, 사람 만나기도 싫고, 아무 일도 하기 싫은 그런 상태이다. 이런 때는 정말 무엇을 해야 할지 난감하다.

 

아무 이유 없이 마음이 심란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마음이라는 것에 대해 이해를 해 보아야 한다. 

 

마음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내가 의식하는 마음이고, 다른 하나는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마음이다. 내가 의식하는 마음은 내가 생각하는 것과 같이 가는 마음이다. 선물을 받으면 마음이 좋고, 야단을 맞으면 마음이 안 좋다. 일이 잘 풀리면 날아갈 듯하고, 일이 막히면 마음이 쪼그라든다. 나의 의식과 함께 가는 이 마음은 의식으로 다스리면 된다. 불안할 때는 정보를 더 캐보고, 섭섭할 때는 상대로부터 사과를 받고 하면 되는 것이다.

 

문제는 두 번째 마음이다. 나의 의지나 생각과 상관없이 만들어지는 마음이다.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고 해도 자꾸 나쁜 마음이 생기고, 아무리 싫어하려고 해도 좋은 마음이 생기고 한다. 정말 놀라운 것은 아무 이유 없이 마음이 침체되고, 아무 이유 없이 마음이 상쾌해지기도 한다.

 

아무런 이유 없이 마음이 안 좋을 때, 과거에는 이런 마음에 대해 뭔가를 하고 변화시키라고 권했다. 가령 친구를 만나 마음을 털어놓으라고 하기도 하고, 여행을 권하기도 했다. 독서나 음악도 한 방법이다. 부작용이 크기는 하지만 술이나 담배를 권하기도 했다. 그런데 정신과 의사들이 요즘 권하는 방법은 ‘아무것도 하지 않기’다. 마음은 참으로 미묘해서 변화시키려고 한다고 변하는 것도 아니고, 그대로 가지고 있으려고 해도 머물러주지 않는다. 어느 순간 갑자기 나타나고, 어느 순간 갑자기 사라진다. 내 마음이지만 절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마음이다.

 

마음이 생기는 대로 내버려 두되 단지 알아차리고 있으면 된다. ‘알아차림’을 다른 말로는 ‘마음챙김’이라고 하기도 하고, 영어로는 Mindfulness라고 한다. 마음이 심란할 때, 그 마음을 분석하거나, 평가하거나, 바꾸려고 할 필요가 없다. 단지 ‘내가 지금 마음이 심란하구나’하고 알아차리면 된다. 

 

마음속으로 말을 해주는 것이 좋다. 화가 났을 때도, 우울할 때도 마찬가지다. ‘내가 화가 났구나’ ‘내가 우울해하고 있구나’ 하고 말을 하면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냥 자신을 바라보기가 민망하면, 내 속에 코끼리가 한 마리 있다고 생각해보라. 그리고 그 코끼리가 심란해하고 있다고 말해주는 것이다. 내가 알아차리고 있는 사이에 마음은 왔다가 어느 사이에 사라지고 만다.

 

어떤 사람들은 마음을 기차 정거장에 비유한다. 기차가 정거장에 도착하여 잠시 머물다 떠나듯이 우리도 어떤 마음에 잠시 머물렀다 가는 것이다. 어차피 머무를 시간은 머문다. 빨리 떠나자고 재촉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심란한 마음을 해결하기 위해 너무 자신을 칭찬하면서 띄어줄 필요도 없다. 그래 보았자 그것이 가짜라는 것을 본인은 잘 안다. 다른 사람을 만나 위로를 받으려고 할 필요도 없다. 위로를 받다가 더 큰 상처를 입을 위험이 있다. 더군다나 무엇 때문에 이런 마음이 생겼는지 분석할 필요는 더더군다나 없다. 어차피 원인은 복잡해서 알 수 없는 것이다. 

 

‘이래선 안 되는데’, ‘큰일인데’ 하는 평가도 할 필요가 없다. 내 마음이 심란한 것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고 나를 위해서 일어나는 감정이다. 그런 마음이 일어난 것을 나쁘게 생각할 것도 없고 좋게 생각할 것도 없다. 그저 있는 그대로 아무 평가 없이 알아차리면 된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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