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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신문의 전문가 칼럼 화성춘추 (華城春秋)202]
여행의 단상 - 기업문화와 지역 날씨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3/08/14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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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원석 협성대학교교수 경영학박사     ©화성신문

필자는 거의 평생을 기업문화를 연구 주제로 삼아 논문을 쓰고 저서를 출판했다. 스페인 세고비아를 여행하며 오후 2시에 문 닫은 가게들을 보면서 문득 한 기업의 조직 문화는 지리적 요인이 또한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날씨가 사시사철 좋은 캘리포니아에서 벤처 비즈니스가 발전한 것은 좋은 날씨 때문에 자유분방하고 활동적인 지역문화와 관련이 깊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미국은 서부와 동부 뉴욕의 날씨가 전혀 다르고 그에 따른 사람들의 생활패턴이나 사고방식이 많이 다르다. 뉴욕은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이 분명하고 규정과 규칙이 엄격하게 적용된다. 그러나 캘리포니아는 출·퇴근 시간이 자유롭고 각자 자기가 편한 시간에 나와서 일하면 된다. 샌디에이고의 어느 회사는 오전 7시에 출근해 오후 3시에 모두 퇴근한다. 세고비아에서는 오후 2시에 문을 닫고 퇴근한다. 바르셀로나에서도 어느 시장에 들렀더니 일찍 퇴근하고 공휴일이나 일요일에는 문을 열지 않는다고 한다. 이러한 생활패턴과 사고방식이 어울려서 그 기업의 조직문화를 형성한다.

 

또 하나는 신뢰가 기업문화 형성에 중요한 요인이 된다. 선진국에서는 교사나 학생이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가면 입장료를 할인해주거나 무료로 입장시킨다. 마드리드에서 프라도 미술관을 들어갈 때 교사(교수)는 무료입장이라고 하여 한글로 된 교수 신분증을 보여주고 나의 명함을 보여주면서 무료 구경을 시도했지만 학교장의 직인이 찍힌 영어로 된 신분증을 요구하였다. 결국 요금을 지불하고 입장했다. 

 

그런데 문득 20년 전 시카고 미술관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어서 대학에서 가르치는 선생이라고 말했더니 그냥 입장시켜준 게 생각났다. 그래서 신분증을 보여줄까 물었더니 “You say so” (너가 그렇게 말했다) 라고 하면서 괜찮다고 했다. 몇 년 전 샌디에이고 박물관에서도 신분증을 안 보여주고 입장한 적이 있다. 

 

프랜시드 후쿠야마는 미국을 신뢰도가 높은 국가로 지목했고 우리나라를 신뢰도가 낮은 나라라고 했다. 아마도 나의 경험으로 판단하면 스페인도 신뢰도가 낮은 나라임에 틀림이 없다. 신뢰도가 높은 나라에서는 말이 무게를 갖고 있다. 특히 총이나 칼이 지배하는 나라에서는 말이 엄청 중요하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조기유학을 온 어린 학생들이 “까불면 죽어”라는 말을 직역해서 말했다가 곤욕을 치른 적이 많다. 적어도 미국에서는 “죽인다”는 말이 엄청난 위협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말로 죽이고 살리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난다. 조선조에 유교문화가 정착되면서 칼(무)보다는 문을 숭상하는 나라가 되었고, 말로 싸우는 나라가 되었다. 수많은 전쟁이나 사화 때문에 많은 사람이 죽었다. 그러나 해방 이후 언젠가부터 우리나라는 말의 무게가 일본이나 미국처럼 무겁지 않게 됐다. 말이 무성하지만 아무도 그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국회의원 등 정치가들의 말을 거의 믿지 않는다. 세계에서 거짓말을 잘하는 나라가 되어 가짜뉴스가 넘쳐나고 소송에서 무고의 비율이 일본이나 미국보다 엄청나게 높다고 한다. 신분증이 있어도 나의 말 한마디로 내 말을 믿어주는 나라와 아무리 말해도 증명서가 없으면 내 말을 믿지 않는 나라가 있다. 독자들은 어떤 나라에 살고 싶은가?

 

마지막으로 스페인을 여행하면서 느낀 것은 과일이나 채소 가격이 싸고 좋다는 것이다. 아마 고기 가격도 한국에 비하면 엄청 저렴할 것이다. 생활물가가 저렴하다면 삶의 질이 높아질 것이다. 물론 바르셀로나 시내의 아파트 가격이나 렌트비가 만만치 않지만, 먹고 사는 것이 힘들지 않다면 풍요로운 삶을 살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바르셀로나는 매우 국제화된 도시로 다인종 문화를 갖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인구감소를 우려하면서 이민청을 설립해 이민자들을 유치하려고 한다. 

 

이미 오래전부터 이민자들을 받아들여 다문화 국가가 된 여러 경험들을 참고해야 할 것이다. 

 

아무튼 여행 중에 몇 가지 단상을 적어 보았다. 마드리드에서 시작된 스페인 여행이 톨레도, 세고비아를 거쳐 리스본을 다녀왔고 바르셀로나에서 며칠 머물면서 피카소와 가우디를 배우고 있다. 필자는 다시 뉴욕으로 돌아왔고 일상의 생활을 하고 있다. 피카소 작품을 보러 다음 주에는 맨해튼 현대미술관(MOMA)에 가보려고 한다. 아, 빨리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

 

tetkorea@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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