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 경제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기획)땅 잃고 떠나는 주민들
동탄2지구 고향을 잃어버리는 주민들 ...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08/09/18 [00:00]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조상대대로 살아오던 고향을 등지게 생겼어. 명절이 다 뭐야 지금 이 마당에.”

평생 농사를 짓고 살아온 안덕한(71) 할아버지.

안 할아버지는 명절을 보내기 위해 내려올 자식들을 맞으면서 웃을 용기가 나지 않아 오지 말라고 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이 신도시개발지역으로 지정됨에 따라 정든 고향을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지난 12일 찾은 화성시 동탄면 산척리 마을에서는 추석 분위기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마을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농사일도 손에 잡히지 않는 듯 마을 노인정에 모여 한숨만 내쉬고 있었다.

한결같이 '어디가서 살아야 하나' '뭘 해먹고 살아야 해'라는 무거운 걱정 뿐이었다.

80세를 훌쩍 넘긴 박모 할아버지는 평생을 함께한 이웃들이 뿔뿔이 흩어져야 한다는 처지에 표정이 어두웠다.

열일곱 꽃다운 나이에 대구에서 이 마을로 시집왔다는 노희자 할머니(85)는 "이 마을에 산 지가 70년인데, 이 나이에 어디로 가란 말이냐"며 "차라리 어서 죽었으면 좋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임병조(44)씨는 "장손이기 때문에 수 대째 모시고 있는 묘지 이장을 이번 추석에는 결정해야 하는데, 아직 장소도 없어 조상들을 뵐 면목이 없다"고 걱정했다.
또한 "부모님을 모시고 있기 때문에 차례준비를 해야하는데 힘이 나지 않는다"며 "젊은 나도 이렇게 힘든데 어르신들은 고향 떠날 생각에 얼마나 많이 힘들겠냐"며 마음 아파했다.
 
유복자(75) 할머니는 "화성시와 토지공사에서 대책을 마련해 준다고 말만 했지, 구체적인 답을 아직 못들었다"며 "살 곳이 없어서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요즘 동탄2지구는 지난달 토지보상공고 발표 후 건축면적과 집 재질 등 보상비 책정 근거가 되는 지장물을 조사하느라 어수선하다.

'나라가 하는 일이라 마음에 들지 않아도 따라가야 한다는 것'이라는 순박한 주민들의 생각과 달리 이 동네는 십수년 전부터 개발소문이 이어져, 대부분의 농토가 외지인의 손에 넘어갔다. 결국 원주민들이 받을 수 있는 보상비는 그다지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윤모 할머니는 "그동안은 말만 무성했지만 본격적으로 보상공고가 발표되면서, 앞으로의 일을 가족들과 의논하느라 한가위고 뭐고 생각할 겨를이 없다"며 "고향에서의 마지막 명절 추석에도 잠이 안와 뜬눈으로 지새웠다"고 말했다.

이주대책과 토지보상 등을 속 시원하게 대답해 주는 사람이 없음에 따라, 주민의 불안감만 높아지고 있는 동탄2지구 지역의 추석은 그래서인지 더욱 쓸쓸하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화성신문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인기기사목록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