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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음도 그 황홀한 갈대의 군무 ‘가슴시린 풍경을 만나다’
화성시 송산면 고정리 세계최대 ‘공룡알화석지’ 가는 길
 
정현주 기자 기사입력 :  2008/12/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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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아프리카 초원에 온듯…이국적인 풍경에 감탄사 절로

   
▲ 마치 파도소리가 소울음 소리같이 들렸다해서 붙여진 이름 우음도. 길을 따라 도열한 전봇대와 바람에 서걱이는 갈대가 이국적인 풍경을 선사한다.

   우음도(牛音島)엘 갔다.

   바람 불던 크리스마스, 왜 그랬을까. 마음이 날 속였는지도 모를 일. 흐르는 길을 따라 속도에 밀려 몸을 맡긴다. 우음도. 파도소리가 마치 소 울음소리처럼 들린다 해서 붙여진 이름.

  사강에서 고정리방면으로 우회전해 10여분 가량 가다보면 포장도로가 끝나는 지점에 두개의 KBS송신철탑이 보인다. 이 지점에서 공룡알화석지를 가리키는 표지판을 따라 길을 돌아들면 비포장 흙길이 모습을 드러낸다. 우음도 가는 길이다. 멀리 우음도가 보이는 지점. 길을 들어서면 누가먼저랄 것도 없이 탄성이 절로 나온다. 갈대 때문이다. 날이 저물어서일까. 누군가는 아프리카 세렝게티 초원과도 같다고 했다. 갈대밭엔 나무인지, 덤불인지 모를 풍경이 듬성듬성 박혀있어 듣고 보니 과연 아프리카답기도 하다. 또 활처럼 휜 길을 따라 도열한 전봇대는 어떠한가. 무심코 지나치면 별 것도 아닌 것이, 이곳 우음도에서 만큼은 왠지 특별하다.  그것은 곧 사라져갈 풍경이 주는 아쉬움 때문일 터. 바람 탓일까. 가슴이 시리다.   

  그가 속한 곳은 화성시 송산면 고정3리. ‘음섬’으로도 불리는, 그러나 이젠 더 이상 섬이 아닌, 그리움으로 남는 곳. 그 갈대밭위에 기억의 곳간을 짓고 미치도록, 아니 죽도록 사랑해도 이내 가뭇없이 사라져야할 운명을 지닌 우음도. 그곳으로 이 겨울 당신을 초대한다면  기꺼이 와주시겠는가.

  시화지구 간척사업으로 섬 아닌 섬이 돼버린 우음도에 또다시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송산그린시티 조성사업이다. 우음도 주변에 대규모 철새서식지를 조성한다지만 머지않아 그 황홀한 갈대의 풍경이 지금만 하겠는가.

  전봇대의 사열이 끝나면 이내 마을 입구다. 마을 입구엔 우음도 주민대책위원회가 들어선 컨테이너 박스와 지난 2003년 10월에 열린 제1회 시화호 우음도 갈대축제 당시 세워진 시화호 생명 대장군과 우음도 희망 여장군이라는 글귀가 새겨진 장승이 서있다.

  15년 전 시화호 방조제 조성에 따른 보상차원에서 받은 어업보상금을 다시 내놓아야 할 처지에 놓인 우음도 주민들이 송산그린시티 개발에 따른 현실적인 보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어패류 등을 채취해 생계를 유지해오던 우음도 주민들은 수자원공사가 1988년 4월에 시작된 시화호 방조제(12.7㎞)조성공사가 끝나면서 어패류 등이 집단 폐사하는 등 손해를 입자 수자원공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통해 1993년 말 모두 76억8천만원의 관행어업보상을 받았다. 하지만 1998년 수자원공사 측이 제기한 항소에서 대법원은 1심 결과를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에 따라 서울고법은 지난 9월 5일 보상금 산정 시 어장기능 상실기점, 어업형태 등 보상액 산정기준 마련을 위한 실물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수자원공사가 제기한 보상금 반환청구소송에서 수자원공사의 손을 들어줬다. 관행어업보상에 대해 8년간의 소득에 한다는 그동안의 판례를 바꿔 2년간의 소득에 대해서만 보상하라는 법원의 주문에 따라 우음도 주민들은 보상액 중 1인당 3천770만원의 원금과 지난 9월까지 재판이 진행된 10년간의 이자 6천여만원 등 1인당 평균 7천여만원의 보상금을 수자원공사측에 돌려줘야 할 처지에 놓였다.

  관행어업보상 관련 판결이 10년을 끌어오면서 주민들 가운데 자기 명의 땅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나마 남아있는 집이나 지장물에 대한 보상금을 받아 봐야 반환금 갚기에도 빠듯한 형편. 주민들은 수자원공사 측에 현실적인 송산그린시티 보상기준을 마련해 달라며 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

  마을로 들어서 왼쪽 언덕길로 오르면 1997년에 폐교된 우음분교가 있다. 낡은 건물 앞엔 여전히 태극기가 휘날리고 설마하면서 틀어본 수도꼭지에선 물이 콸콸 잘도 나온다. 금방이라도 풍금소리가 울려 퍼질 것만 같은 교실. 교문이었을 좁은 콘크리트 기둥과 달랑 한 개인 그네가 걸린 풍경. 그리고 50년 역사를 뒤로한 학교를 지키고 있는 오래된 나무울타리. 다시 마을로 내려와 반대방향으로 길을 잡으면 시화공단 손에 잡힐 듯 지척이다.

  노을이 낮게 깔린다. 갑자기 갈대가 분주해진다. 저희들끼리 쉼 없이 들려주는 바람의 편지를 가슴으로 읽는다. 이제는 우음도와 작별할 시간. ‘또 오마’ 약속은 부질없다는 듯 홀로 불 밝히고 선 가로등이 말없이 그저 가라한다.

  가는 길은 서해안 고속도로 비봉IC에서 남양과 마도를 차례로 지나 닿는 사강에서 방향을 잡으면 된다.

  궁평항과 제부도, 전곡항, 그리고 대부도로 이어지는 이 길은 대부분 이들 관광지로 가는 차들로 붐빈다. 이들 코스가 필수라면 우음도나 마산포 어도 등은 선택사항인 셈. 그러나 때론 선택이 주는 감동이 얼마나 큰지. 적어도 우음도라면 틀림없다.

  우음도보다는 공룡알 화석지로 더 잘 알려진 관계로 이정표도 공룡알 화석지 혹은 고정리로 표기돼 있다.

  우음도 가는 길에 만나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공룡알 화석지를 꼭 들러보자. 이곳은 국립자연사박물관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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